[토요칼럼]있는 토끼 방치하고 산토끼 찾아 헤매나

정해용 / 기사승인 : 2009-08-03 1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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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들이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신문 방송에 광고를 내고, 로고가 새겨진 기념품을 만들어 돌리고, 광고 입간판을 사거나 플래카드를 만들어 내걸거나 전단지를 제작해 뿌린다. 도매점이나 소매점의 구매 담당자들에게 정기적으로 명함을 보내거나 선물을 보내거나 가끔은 골프여행에 초대하기도 한다. 백화점의 사은행사에 할인 물품을 공급하거나 홈페이지를 운영하거나 고객 모니터링을 활용하기도 한다.


그 목적은 최종 소비자인 고객을 얻기 위해서다.


한 사람의 새로운 고객을 얻기 위해 들이는 비용은, 상품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따져볼 때 거의 생산비용에 맞먹을 만큼 엄청나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강력한 대기업중 하나인 신문 방송 인터넷 포털 등 미디어 기업들이 각 기업에서 지출하는 광고료 수입에 의존해 돌아가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고객에게 기업의 이름과 상품 내용을 알려야만 판매가 될 수 있으니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그 마케팅 비용 때문에 기업이 부담을 느껴야 한다면 그것은 대단한 악순환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이 이윤을 늘리기 위해서는 기업의 생산 활동과 소비자의 구매활동 사이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 최대의 관건일 것이다. 이 비용은 대체로 마케팅 비용과 유통 비용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다. 좀 더 적은 비용으로 좀더 많은 고객 유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효율적인 마케팅의 방법은 없을까.


흥미롭게도 기업들은 새로운 고객 창출을 목표로 하는 마케팅에 관련 비용의 태반을 쏟아 붓고 있다.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마케팅에서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데 드는 비용과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대비하면 신규 고객 창출에 몇 배의 노력과 비용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이 말이 맞는다면 대다수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은 간단한 원리조차 외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신규 고객창출을 위해 1000억 원의 비용을 들이고 있는 회사가 만일 그 비용의 절반만 기존 고객 유지에 사용한다 해도 매출효과에서는 거의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존 고객 유지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후하게 사용하는 기업은 극히 적은 것이 현실이다.


안정된 사회일수록 일반인들의 상품 재구매는 안정된 패턴으로 반복된다. 옷을 산다거나 컴퓨터를 산다거나 자동차를 사고 자동차 보험을 갱신한다거나 하는 일들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이런 것을 판매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기존 고객을 신규 고객보다 좀 더 우대하는 정책만으로도 고객의 수효가 줄지 않고 유지되도록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용해본 고객이 믿고 다시 찾을 수 있는 우수한 제품 자체가 재구매를 위한 최선의 조건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複數의 회사가 비슷한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경우, 기존 고객에게 ‘단골’로서 우대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은 대단히 현명한 마케팅 전략이 될 것이다. 이를테면 어떤 보험회사가 다른 회사로 옮길 경우에는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재가입 우대 할인요율’이라는 서비스 항목을 갖고 있다고 치자. 특히 ‘특별대우’에 자부심을 느끼는 일반의 심리를 생각한다면 이것은 기존고객을 단골로 만드는 데 매우 유용한 전략이 될 것이다. 고객을 ‘왕’으로 모시겠다는 구호보다는 고객과 기업 사이에 ‘의리’라 할 만큼 끈끈한 유대감이 조성될 수도 있다. 만일 대다수 고객이 해마다 조금씩이라도 가중되는 우대요율을 기대하여 머물러 있는다면, 신규고객 창출을 위한 막대한 마케팅 비용 대신 주기적인 뉴스레터를 만들어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최소한 고객이 감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좀 더 안정적인 고객 증대 전략을 세운다면 얼마나 효과적이겠는가.


그러나 현실에서는 대다수 고객이 10년동안 거듭했던 계약을 하루아침에 다른 회사로 바꾸더라도 전혀 손해볼 게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그 인식은 틀리지 않다. 고객 입장으로 돌아가서 보면, 같은 회사의 제품을 다음에도 재구매한다 해서 ‘단골’로서의 우대를 받는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상품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같은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신규 가입자에게 많은 선물을 주는 카드를 주기적으로 새로 만들어 쓰는 게 더 실속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새로운 통신회사에서 신규 가입자 이벤트를 벌이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던 서비스를 미련없이 버리고 새로운 핸드폰이나 인터넷망 서비스로 옮겨간다. 백화점 상품권을 미끼로 쓰는 신문 구독의 경우도 그러하다.


예전 사회가 격변하던 고도성장시대 같으면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소비 패턴이 빤해진 시대가 되었어도 기업들이 여전히 있는 토끼 방치하고 어렵사리 산토끼만 잡겠다고 헤매고 다니는 고릿적 마케팅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당연히 재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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