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공천헌금’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책임론이 누구에게로 귀결될 것인지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파문은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간의 공천 뒷돈 의혹으로부터 시작됐지만 이른바 ‘친박실세’들에게도 후원금이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되면서 책임론의 종착지를 놓고도 다양한 경우의 수를 지니게 됐다.
정치적 책임이 어느 선에서 마무리될지는 전적으로 검찰 수사결과에 달렸다. 민주통합당은 검찰조사의 축소의혹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3억원이냐 500만원이냐의 액수차이는 있지만 검찰은 돈 전달책으로 지목된 조기문 전 새누리당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으로부터 이른바 ‘공천헌금’이 담겨있던 루이비통 가방을 압수했다. 하지만 이 뒷돈이 누구에게 흘러갔는지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공천헌금’의혹 쓰나미에 범여권 ‘초긴장’
‘공천헌금’ 의혹 파문이 새누리당은 물론 선진통일당까지 확산되면서 범여권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새누리당은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간 공천헌금 의혹이 점차 친박 핵심으로 번져나가면서 과연 그 범위가 어디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정현, 현경대 의원이 현 의원으로부터 차명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의 중심에 선데 이어 지난 9일에는 총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대항마로 떠올라 ‘박근혜 키즈’로 불렸던 손수조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장마저 현 의원과의 연루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선진통일당도 비슷한 상황이다. 검찰이 공천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진 이회창, 심대평 전 대표를 대상으로 통화기록도 조사하는 등 전방위적인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미 지난 7일 선진당 당직자들의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해 공천헌금을 입증할 자료확보에 나섰다.
여기에 박선영 전 선진당 의원이 공천 헌금 의혹과 관련, “1~10번까지는 얼마, 11~20번까지는 얼마 이런 말이 공공연하게 돌았다”고 주장하는 등 공천헌금과 관련한 흉흉한 소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주목을 끌고 있다. 박 전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공천 파문은 검찰 수사 범위 여하에 따라 자칫 정치권 전반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사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상태에서 여론의 관심은 단연 거대정당 새누리당에 쏠려있다. 하지만 보수정당으로 분류되는 선진당마저 흔들리면서 범여권이 공히 공천헌금 쓰나미에 휩쓸리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과 선진당은 공히 점차 구체적 사실에 가까워지고 있는 이번 사태가 개인적 비리 또는 ‘잘못된 관행’이 재확인 되는 수준에서 종결되기를 희망하는 눈치다.
하지만 대선을 불과 4개여 월 앞두고 터진 이번 대형악재가 시시비비를 정확히 가리지 못한 채 흐지부지될 경우 야기될 파장에 대해서도 극심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 검찰이 중앙선관위와 언론보도 등을 탓하며 공개적으로 수사과정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등 주춤거리는 모습이 역력해 완전한 진실규명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 여론악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여론 전문가들은 이 경우 보수정당이 입을 타격은 비례대표 부정선거 논란으로 공중분해 위기를 겪고 있는 통합진보당에 비해 크면 컸지 적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과 선진당이 모두 당명까지 바꾸면서 쇄신을 당의 새로운 간판으로 내세운 마당에 공천헌금 관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거나 명확히 규명되지 않으면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 이미지의 급격한 추락은 물론 올 연말 대권가도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대선전략 전체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자칫 당 존립 자체를 뒤흔들 수도 있는 메가톤급 파장도 우려되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대선을 앞두고 보수정당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며 “새누리당이나 선진당이나 이번 사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하지 않을 경우 재앙과 같은 피해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파장이 적은 경우의 수는 ‘배달사고’다. 현 의원이 이번 사건의 제보자이자 전 비서였던 정동근씨에게 돈 전달을 지시했고 지난 3월15일 서울역에서 이를 넘겨받은 중간 브로커격의 조기문 전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이 현 전 의원에게 전달하지 않고 돈을 가로챘다는 시나리오다.
◇ 與 조사위 출범…지도부-非朴 갈등
새누리당이 지난 9일 4ㆍ11 총선 공천헌금 의혹을 조사할 진상조사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킨 가운데 향후 조사범위를 두고 친박(박근혜) 성향의 당 지도부와 비박계 조사위원간 갈등이 예상된다. 진상조사위는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출신의 이봉희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하고 경선 후보들의 추천을 받은 인사 5명과 당 지도부의 추천인사 3명 모두 9명으로 구성됐다.
진상조사위의 조사범위와 관련해 당 지도부는 지난 5일 당 지도부와 경선주자간 7인 회동에서 합의한 대로 현기환 전 의원이 현영희 의원으로부터 공천헌금을 수수했는지 여부에 국한해서 조사를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홍일표 대변인은 “조사범위는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현재 사건에 대해서만 조사위원들이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비박계 주자들의 대리인으로 진상조사위에 참여한 조사위원들은 비례대표 공천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 공천 의혹 전반에 대해 조사를 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비박계에서는 우선적으로 현 의원이 어떻게 비례대표 공천을 받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정홍원 전 공직후보자추천위원장과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권영세 전 의원을 불러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 의원이 비례대표 25번을 받는데 있어 현기환 전 의원이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와는 별도로 비리제보센터를 설치해 공천 과정에서 일어난 불법 사례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정가에서는 진상조사위가 실체적인 진실규명보다 루머를 재생산하는 장소로 변질돼 양 진영의 갈등을 키우는 ‘불쏘시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번 공천파문으로 야당의 거센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진상조사위의 활동에 관심이 쏠린다.

◇ “공천헌금 확인시 박근혜 대국민사과해야”
이상돈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 캠프 정치발전위원은 지난 9일 공천헌금 파문과 관련해 “국민과 유권자들에게 진솔하게 사과를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해 “사실이 어느 정도까지 밝혀지는가에 따른 것을 봐야겠다”고 전제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선거를 앞두고 한심한 것 아니겠나. 박 후보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라며 “진실 여부에 관계없이 의혹의 대상으로 오르내리는 사람들과 과연 선거를 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박 후보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특단의 조치에 대해 “대국민 사과뿐만 아니라 대선캠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인적구성을 달리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공천헌금과 관련해) 계속 거론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박 후보) 본인에게도 부담이 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경선 캠프에 참여한 사람중에는 (공천헌금 의혹에) 이름이 언급된 사람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후보에게 도덕적 책임은 있지만 큰 책임은 없다’는 기존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이 위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박 후보를 주저앉히겠다는 것은 사실상 대선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지 않냐”며 “저나 당시 비대위원장이었던 박 후보나 어떻게 보면 일종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이 조직적으로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분명한 개인 비리”라며 “당시 비대위원회에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 그 점(책임소재)은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가 후보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비박(비박근혜)계 대선주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단순한 정치적 공세”라며 “우리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것이 과연 현실성 있는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당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범위 논란에 대해서는 “일단 조사를 실시하다보면 연결고리가 나오고 다른 것이 제보가 되면 자연스럽게 계속될 수 있는 것이고 더 이상 문제가 없으면 거기서 그치는 것”이라며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봐야할 것이지 처음부터 정치적 논란거리를 만드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민주 “새누리 공천헌금 몸통은 박근혜”
민주통합당은 박 전 위원원장을 최근 불거진 공천헌금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현영희 의원은 검찰조사에서 친박계 핵심인 현경대 전 의원, 이정현 최고위원 등에게 차명으로 후원금을 보냈다고 진술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면서 “새누리당 공천장사 비리의혹의 몸통의 이름은 박근혜”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대선에서 이명박을 보고 최시중, 이상득에게 돈을 전달한 것처럼 이번에도 박근혜를 보고 후원금을 전달한 점에서 검찰의 수사와 의혹의 핵심은 박 전 위원장을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천비리 로비방식이 검은돈의 차명제공으로 밝혀진 만큼 당시 공천권의 핵심이었던 박 전 위원장의 후원계좌 뿐 아니라 전현직 사무총장 등 친박계 핵심인사들의 후원계좌도 모두 확인대상”이라면서 “검찰은 박 전 위원장과 친박계 의원들에 대한 수사에 보다 분명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박근혜 “공천헌금 파문? 책임질 일 없어”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는 지난 5일 현기환 전 의원의 ‘공천헌금’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박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책임질 일 없다”고 일축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지도부-대선 경선 후보간 연석회의에서 안상수 후보가 ‘박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을 때 공천 비리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고 회의에 참석한 임태희 후보가 전했다.
박 후보는 또 이 자리에서 “당시 공천심사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는 독립적으로 운영됐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후보는 이에 대해 “박 후보와의 인식의 차이가 있음을 다시 확인한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반면 회의에 참석한 또 다른 당 관계자는 “박 후보가 금품관련 공천 의혹 자체가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말을 가장 먼저 꺼냈다”면서 “이후 그동안 공천위와 비대위의 관계에 있어 공천위 운영을 중립적으로 해왔다는 설명이 있었다. 임 후보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박 후보가 비리 문제와 관련해 당 대표 시절에 당 중진을 검찰에 고발한 적 있었고 이번 일도 문제가 있었다면 단호한 조치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이런 문제를 가지고 후보를 사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또 이상일 박근혜 대선경선 캠프 대변인도 이날 오후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임 후보가 박 후보의 발언을 잘못 전달했다”며 반박했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박 후보는 “공천위는 독립적으로 독립성을 지키려고 했고 이런 사건이 비대위원장 시절에 터졌다면 강하게 조치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어찌됐건 이런 사건이 터져서 송구스럽다”면서 “일부 후보가 말하는 후보 사퇴 요구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