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해결은 됐지만..정상화까지 '험로'

토요경제 / 기사승인 : 2009-08-21 14:34:19
  • -
  • +
  • 인쇄
늦었지만 다행..'갈등의 골' 치유가 가장 큰 과제
▲ 쌍용자동차 노조가 점거 농성에 들어간 지 77일째인 6일 오후 경기 평택 쌍용차 공장에서 이유일(오른쪽), 박영태 공동 관리인이 한상균 쌍용차 지부장, 문기주 A/S 지부장과 노사 합의서에 서명한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쌍용자동차 점거농성 사태가 파업 76일 만인 해결됐지만 회사가 정상화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이에 따라 자금 압박이 가장 큰 문제지만 장기간의 점거 파업으로 손상된 공장 설비를 복구하는 것도 이 못지않게 시급하다.
지난 6월 26∼27일에 노-노 갈등을 겪은 데 이어 경찰이 공장에 진입한 지난달 20일부터 18일간 진압에 나선 경찰과 노조원간 충돌이 계속되면서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 공장 내 시설이 많이 망가졌다.
사측이 도료가 굳어 설비를 다시 해야 하는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전기 공급을 끊은 도장공장의 상황도 걱정이다.
사측은 경찰의 도움을 받아 노조의 점거 아래 있던 시설물들을 하나씩 되찾아가며 점검한 결과 일부가 불에 타고 기름 범벅이 돼 있는 등 지저분한 상태지만 다행히 중요한 설비들은 대부분 온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쌍용차 관계자는 "비상 발전기가 없는 도장1공장의 경우 도료가 상당히 굳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원들이 마지막까지 점거하고 있던 도장2공장도 비상 발전기가 가동돼 치명적인 손상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사측은 전반적인 점검 결과 대부분 라인의 설비가 온전해 공장을 정상적으로 재가동하기까지 열흘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협력업체의 연쇄적인 가동 중단으로 인해 부품 조달도 당분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쌍용차 의존도가 50% 이상인 1차 협력사 31곳 가운데 4곳이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25개 업체는 휴업 중이다.
주요 2차 협력사 399개 업체 가운데도 19곳이 도산했거나 법정관리 중이며 휴업중인 업체는 76곳에 달한다.
망가진 납품 체계와 영업망을 서둘러 복구하는 작업도 정상 궤도를 회복하는 데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장기간 파업이 지속되면서 동료에서 적으로 맞섰다가 다시 동료로 돌아온 직원들 사이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에게 있었던 크나큰 아픔이 더 큰 발전을 이루는 에너지로 승화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쌍용차 사태가 노사간 평화적 타협을 통해 해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주민들은 한결같이 '늦었지만 다행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이날 도청 홈페이지에 올린 쌍용차 사태 해결에 대한 도(道) 입장자료를 통해 "큰 인명피해 없이 평화적 타협을 통해 사태가 해결된 것에 대해 불행 중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노사 모두 뼈를 깎는 자기희생으로 쌍용차 회생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경기도는 이 같은 쌍용차 회생 노력에 대해 다각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송명호 평택시장은 "우선 서로 과감한 양보를 해준 노사 양측에 감사를 드린다"며 "시는 앞으로 쌍용차 회생을 위해 총력을 쏟고 그동안 충격에 빠진 지역 민생과 지역공동체가 안정을 되찾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1월10일부터 운영해온 쌍용차 대책반을 정식기구로 만들어 빠른 시간 안에 효과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유해준 평택시의장도 "쌍용차는 직원들만의 회사가 아니라 지역 대표기업인 만큼 회사 정상화를 위해 시민 모두가 나서 적극 협조하고 시의회 차원에서도 모든 역량을 발휘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이은우(44) 대표는 "노사간 대타협 통해 문제가 해결돼 일단 다행스럽다"면서도 "후속 지원대책과 갈등해소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축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등 후속 지원대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타협의 의미는 안타까운 결과로 끝날 수도 있다"고 후속 지원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협상 중재단을 결성했던 원유철(한나라당.평택갑) 의원은 "앞으로 중재단을 회생지원단으로 전환해 쌍용차 회생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통복시장 상인회 이상권(62) 상무는 "어둠에서 태양을 보는 기분"이라며 "쌍용차 파업으로 이전에 비해 30~40% 떨어졌던 매출이 예전처럼 회복되는 일만 남은 것 같다"고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쌍용차를 사랑하는 아내들의 모인 이순열 대표는 "그동안 많이들 다쳤는데 오늘은 다친 사람없어 마음이 편하다"며 "4개월 이상 남편 월급이 밀려 힘들었는데 하루빨리 회사가 정상화돼 걱정없이 생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 이정아 대표는 "다 같이 살자고 70일 넘게 싸웠는데 해고된 사람이 있어 아쉽다. 노노 갈등이 심해 감정의 골이 깊은데 서로 다독이면서 예전처럼 웃으며 한 회사에서 생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부 박진숙(45.여.평택 팽성읍)씨는 "큰 사고없이 해결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지역 경제가 옛날처럼 활성화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노사 모두에 골깊은 상처 남겨
시설 복구해 공장 재가동하는 데도 상당시간 걸릴 듯

극한 대치로 치닫던 쌍용자동차 사태가 점거파업 76일만에 '평화적 타결'로 마무리됐지만 노사 양측에 큰 상처를 남겼다.
사측의 구조조정안 발표 이후 노조의 점거 파업, 사측의 직장 폐쇄, 노사협상 결렬, 경찰의 개입으로 이어지면서 벼랑 끝까지 몰렸던 쌍용차 사태는 극적 타결을 이루며 해소됐다.
◇사태 촉발 = 노사 갈등은 사측이 4월 8일 전체 인력의 37%에 해당하는 2천646명에 대한 인력감축안을 담은 '경영정상화 방안'을 노조에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노조는 5월 21일 총파업을 선언했고 다음날부터 평택공장 내 본관과 도장공장 등을 차례로 점거하며 '옥쇄파업'에 들어갔다. 사측도 열흘 뒤인 31일 '직장폐쇄'로 강수를 두며 사태 해결의 길은 점점 멀어졌다.
◇부상자 속출..갈등의 골 커져 = 파산을 우려한 '비해고' 직원들이 공장에 진입하면서 노조와 충돌, 지난 6월26~27일 이틀간 양측에서 100여명이 부상했다.
7월 20일에는 경찰이 공장 안으로 진입하고 직원들도 출근을 강행하면서 노조와 충돌해 노사 양측에서 100여명이 다치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또 경찰이 지난 4~5일 노조가 점거중인 도장2공장을 제외한 모든 시설물을 장악한 1,2차 진압작전 과정에서도 노사 양측과 경찰에서 1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제 총포류까지 만들어 사용하는 등 쌍용차 노조의 투쟁이 갈수록 폭력 양상을 띠면서 쌍용차 사태 이후 7월 29일까지 노조원 3명이 구속되고 노조 집행부 28명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는 등 갈등의 상처는 깊어만 갔다.
경찰은 쌍용차 사태 이후 지금까지 노조원 4명을 포함해 모두 10명을 구속했고 협상 타결 직전까지 농성장을 떠나지 않은 노조 집행부 21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상태여서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
"파업을 풀어도 (점거 파업한 직원들과) 함께 일할 수 없다"는 비해고 직원들의 탄식에서 드러나듯 직원들 간에 패인 불신의 골은 공장이 다시 가동된 후에도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업기간 손실 '눈덩이' = 정리해고자 974명에 대한 처우 등 큰 줄기의 합의는 이뤘지만 그동안 생산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쌍용차 600여개 협력회사 모임인 협동회가 5일 쌍용차에 대한 조기 파산 결정을 요청해 회사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가뜩이나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회사의 자금난을 가중하는 또 다른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시설을 점검하고 복구해 공장을 다시 가동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기획재무본부장 최상진 상무는 확보한 공장의 피해상황에 대해 "청소나 시설 점검을 하고 있다. 설비 훼손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빠른 시일 안에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지난달 30일 두번째 노사 대화과정에서는 "시설 점검을 한 뒤 공장을 가동하는데 1주일에서 열흘은 걸릴 것으로 본다"면서 협력업체의 부품 공급 상황이 변수라고 밝혀 회사 정상화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사측은 78일간 파업으로 차량 1만4천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3천여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했다.
◇민형사 책임 문제 남아 = 노사 합의를 통해 민.형사상 책임 문제의 경우 회사측은 형사상 책임에 대해 최대한 선처하도록 노력하고 민사상 책임에 대해서는 회생계획 인가가 이뤄지는 경우 취하하기로 했다.
사측은 앞서 6월 22일과 7월 14일 노조 집행간부 190명과 외부세력 62명에 대해 50억원씩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노조에 대한 민사상 책임은 회사가 손배소 등을 취하하면 해결되지만 형사처벌은 사측이 최대한 선처하도록 노력한다고 해서 완전히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경기경찰청은 농성장을 자진 이탈하는 경우라도 체포영장 발부자와 파업주동자, 화염병.사제 총포류 등으로 공격한 극렬행위자 등은 엄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사는 '양보로 공생의 길을 찾으라'는 외부의 목소리를 외면하다 파업 일만에 사태 해결을 이뤘지만 이 과정에서 얻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최종합의안 어떤 내용 담았나


쌍용차 이유일.박영태 두 공동관리인과 한상균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명의로 된 노사의 최종합의안은 ▲상하이차의 지분 처리 문제 ▲구조조정 문제 ▲고통분담 문제 ▲민.형사상 책임 문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상하이차 지분 문제에 대해 회사는 상하이차의 지분을 감자 등을 통해 대폭 축소해 대주주를 변경할 것을 약속했다.
구조조정 문제에서는 지난 6월8일자 정리해고자중(974명)중 48%는 무급휴직.영업전직을 통해 쌍용차 직원으로서의 직을 유지시키기로 했고, 52%는 희망퇴직.분사 등을 통해 회사를 떠나도록 했다.
무급휴직과 희망퇴직 등은 대상 노조원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되 인력규모 조절이 필요할 경우에는 회사가 당사자와 충분히 협의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관련 무급휴직자에 대해서는 1년 경과후 순환근무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영업직 전직자를 위해 영업직군을 신설하고 월 55만원의 전직 지원금을 1년간 지급할 계획이다.
또 무급휴직.영업직 전직.희망퇴직자는 향후 경영상태가 호전돼 신규 인력 수요가 발생할 경우 공평하게 복귀 또는 채용하기로 약속했다.
이와 함께 무급휴직자와 희망퇴직자는 정부, 협력 업체 등과 협조해 취업알선, 직업훈련, 생계안정 등 필요한 조치를 추진한다.
고통분담 문제에서 노사는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회생계획안에 의거한 임금(기본급 동결, 상여금 삭감 등) 및 복지후생의 중지(교육비 제외)에 동의했다.
민.형사상 책임 문제의 경우 회사측은 형사상 책임에 대해 최대한 선처하도록 노력하고 민사상 책임에 대해서는 회생계획 인가가 이뤄지는 경우 취하하기로 했다.
이밖에 노사는 조기 경영정상화를 위해 '평화적 노사관계'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회사의 조기 회생을 위한 운영자금 투입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