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남동 부영 이중근 회장 집 앞에 신세계서 새 건물 지어 문제
부영 "조망권 침해 공사중지" vs 신세계 "법적허용 기준내 진행"
서울 남산을 배경으로 하고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계단식 지형인 한남동에는 국내 재벌가의 집성촌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이 조망권 분쟁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견 건설 업체인 부영그룹 총수와 신세계 그룹 총수가 한강 조망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영 이 회장의 집 인근에는 위쪽으로 한 집을 지나 올라가면 신세계 이 회장의 집이 있고 그 뒤쪽에 정 상무 소유의 2층 집이 있으며 그 건너편에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2층 집 등 신세계 일가가 자리하고 있다.
이웃사촌인 이들은 조망권 때문에 법정까지 가게 됐다.
이들이 법정까지 가게 된 배경을 따라가 본다.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급 주택가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집 앞에 새 건물이 들어서기 위한 공사가 시작됐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이 그의 딸인 조선호텔 정유경 상무에게 주려고 건물을 짓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영 이 회장은 지난달 2일 신세계 이 회장의 집이 완공되면 한강이 보이지 않게 되는 등 조망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부영 관계자는 "지형 상으로는 집터가 신축 현장보다 부지가 더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거실에 앉으면 한남대교의 차가 지나가는 것까지 다 보였다. 하지만 전체 3층 건물 중 현재 2층까지 지었는데 공사 현장 아래쪽에서 보면 집이 아니라 성처럼 보일 정도며 건물 높이에 모두 가리고 있어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신세계·부영그룹 총수들의 다툼은 대외적인 이미지를 고려, 양측이 합의를 통해 순조롭게 매듭지을 가능성도 관측됐었다.
하지만 부영 측은 신세계는 공사를 강행하는 등 사전 협의에 응하지 않아 법정까지 갔다는 주장이다.
부영 관계자는 "사전에 원만한 협의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지만 신세계 측이 응하지 않고 오히려 공사에 속도를 내 법정까지 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측은 "구청으로부터 건축 인허가를 받고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건물 높이도 제한규정(8m)에 걸리지 않아 법적허용 기준 내에서 진행해 왔다"며 "설계도면대로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결국 세 차례 심리 끝에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김용빈 부장판사)는 25일 부영 이 회장의 조망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신세계 이 회장과 신세계 건설을 상대로 낸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부영 이 회장이 용산구청을 상대로 낸 건축허가 취소소송의 판결 확정때 까지 건물 신축공사를 중지하라"고 결정했다.
조망권을 두고 벌어진 부영 이 회장과 신세계 이 회장 간의 법정 분쟁에서 법원이 일단 부영의 이중근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부영 측의 주택은 오랜 기간 한강의 조망을 향유했지만 신세계 측의 건물이 들어서면 남쪽 방향 조망이 대부분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며 "건물 신축으로 부영 측의 조망이익 침해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용되는 한도를 넘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건물이 들어서는 토지의 높고 낮은 차이가 있는데도 신세계 측은 북측의 도로 몇 지점의 지표면만을 가중평균해 지표값을 산정했다"며 "신세계가 짓는 건물의 높이를 적법한 지표면을 기준으로 해 계산하면 12m를 초과해 서울시 건축조례가 제한한 높이(12m)에 위배되는 등 건축관계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도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영 관계자는 "신세계의 부당한 건축 행위에 대해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공사는 일시 중지되겠지만 부영 측이 허가를 내준 용산구청을 상대로 행정법원에 낸 건축허가 취소소송의 결과를 지켜보고 향후 일정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일 부영 이 회장은 용산구청이 서류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신세계 이 회장의 주택신축을 허가해줬으므로 이를 취소해야 한다며 건축허가취소 청구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부영 측은 신세계 측의 신축건물은 위법하게 지표면을 설정한 결과, 서울시 건축조례 제27조에 의한 가로구역별 높이제한(8m)을 초과하고 있고 신세계측의 신축건물은 지하 1층이 지하층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상층이 돼 지상의 총 층수가 3층으로 서울시 건축조례 제27조에 의한 지상 2층 이하라는 층수 제한을 초과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또 건축주가 제시한 신축건물의 지표고(81.30m)는 기존 지표고보다 1.1m내지 1.9m 정도 높아 성토(형질변경)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토지형질변경 허가를 받지 않은 게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부영 관계자는 "신세계측이 건축법을 준수하면 뒷집 조망권은 자동해결 되는데 법을 어기면서까지 경관 조망권을 극대화하기 위해 건물의 높이를 부당하게 올리려고 한 신세계 측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 행위와 소송 전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신세계 측에서 계속 공사를 강행하고 있어 추가로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신세계측은 높이제한 위반, 층수규정 위반, 개발행위 허가대상 등 건축법 위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과 농심 총수는 2005년 새집 공사에 따른 소음과 조망권 문제로 갈등을 빚다 법정에 갔다.
양가 분쟁은 이건희 전 삼성회장이 2002년 4월 고 전낙원 파라다이스 회장에게 사들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의 건물을 지으면서 시작됐다.
농심 신춘호 회장 일가가 이 전 회장의 신축공사에 따른 소음과 조망권 피해를 주장하며 서울서부지법에 공사중지 소송을 냈다가 합의로 종결됐다.
조망권을 둘러싼 분쟁이 왜 일어나는 걸까?
조망권은 현 위치에서 앞에 보이는 전망(경치)을 의미하며 우선적인 점유권에 후발주자가 이를 방해, 혹은 빼앗으면서 조망권 분쟁이 나타난다.
조망권을 인정받는 것은 쉽지 않다.
건축허가가 정상적으로 났을 경우 새로운 건축물의 모든 조건을 감안해 허가가 난 것이므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조망권에 대한 법적 보호는 사안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순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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