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인재 육성과 경쟁력 강화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인사체제 개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한ㆍ우리은행 등은 다면평가제도와 승진시험제 등의 새로운 인사시스템 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인사시스템 대폭 손질을 예고한 두 은행이 각자 다른 길을 걷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리은행은 당초 계획했던 승진고시 도입을 철회하고 연수를 통해 직원 역량을 강화하는 반면 신한은행은 인사평가 시 하위직급에 대해 승진 누락으로 인력순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문 인재육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사체제 개편 작업을 단행했다. 기존 급여체계인 승급 상한제를 폐지하고 급여상한제를 도입하는가 하면 전 직원들의 연수시간을 확대키로 하면서 노사와 인사?연수제도에 대해 최종 합의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업무능력 평가제도는 철회하되 직급별 업무숙지 평가로 대체하고 호봉 상한제보다 급여상한제로 노사 간 한발씩 양보했다.
이번 방안들은 지난 6월 은행장 직속으로 설치됐던 ‘인사연수제도 태스크포스(TF)팀’이 제안했던 것으로, 지난달 25일 은행노사는 △호봉 승급 상한제 △승진 시험제 부활 등 직원 인사 및 연수와 관련된 15개 방안 시행을 최종 합의했다.
그동안 노동조합은 직급별 업무능력 평가는 과거 승진고시의 부활이라며 강력히 반발했지만 결국 우리은행은 올 하반기 직급별 필요한 업무숙지 평가를 위해 자체 교재제작 및 강좌를 개설해 집합연수, 열린 강좌를 운용할 방침이다. 또 관리자급(부부장 이상)으로 승진하지 못한 책임자(차?과장)급 직원의 호봉 승급 상한제는 급여제한으로 노사가 합의했다.
은행 관계자는 “책임자급 직원들은 승진에서 탈락되어도 매년 인상된 급여를 받았지만 오는 2011년 9월부터는 15호봉 이상인 책임자급들은 호봉은 올라가지만 급여는 인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우리은행은 인사고과나 근무성적으로 승진했던 기존 인사제도를 직급별 자격시험을 실시해 승진에 반영할 계획이었으나 시험평가로 대체하기로 했다. 여기에 현재 40시간의 연수시간을 20시간을 더 연장키로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매년 행원급들의 업무숙지를 위한 평가 시험을 책임자급까지 확대해 업무평가에 반영키로 했다”며 “이르면 10월 시범적으로 실시해 이번 평가로 교재제작 및 강좌를 개설해 집합연수, 열린 강좌를 운용하는 등 직원 연수 로드맵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이종휘 행장이 정도영업의 근간으로 직원 개개인의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이처럼 인사개혁에 대해 노사가 한발씩 양보했지만 업계에서는 은행의 고질적인 인사적체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우리은행의 경우 일반직원(행원, 계장, 대리)에서 책임자급(차?과장)으로 올라가더라도 관리자급(부부장 이상)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평균 10년 이상 근무가 필요하며 현재 우리은행의 책임자급은 5493명으로 매년 승진대상자가 누적돼 있는 상태다.
또한 우리은행은 내년부터 영업점 직원에 대한 인사평가 지표도 완전히 바꾼다. 그동안 유행처럼 번졌던 펀드 상품이나 방카슈랑스 판매 등 은행의 수수료 수입을 늘리고 덩치를 키우기 위한 평가지표를 아예 삭제한다. 대신 수신과 수익성 및 건전성을 중시하는 지표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내년도 경영성과평가(KPI) 지표를 마련하고 모든 영업점에 하달키로 했다. 은행들이 외환 위기에서 벗어난 뒤 덩치키우기에만 혈안이 돼온 그동안의 분위기에서 돌아서겠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펀드, 방카슈랑스, 퇴직연금의 판매실적과 대출잔액 등 외형과 규모를 따지는 평가지표가 없어지는 대신 수익성과 유동성, 건전성에 중점을 두고 영업점 직원들을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신한은행은 인사개혁을 위해 확실하게 칼을 빼들었다.
신한은행은 지난 7월말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다면평가제도와 보직공모제(FA), 인사기준 공개 등을 올해 말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경영전략회의에서는 다면평가제도 도입과 미래지향적 전문인력 양성을 내용으로 하는 인사 개선안에 대한 논의로 금융권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다면평가제도와 관련해 신한은행은 업무능력ㆍ성실성ㆍ윤리의식ㆍ주인의식 등을 중점 점검해 하위 그룹 중 일정 비율에 대해서는 승진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지금은 상사들이 일방적으로 부하직원을 평가했지만 앞으로는 상사와 동료ㆍ부하직원까지 참여하는 '360도 평가제'로 바뀐다.
결원이 생긴 부서가 공개채용을 하는 보직공모제도(FA)도 실시한다. 이 밖에 인사제도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인사기준 공개와 '인재육성위원회'도 신설된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제도 개편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원칙이 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업무능력뿐 아니라 진취적 성향, 리더십, 솔선수범 등 윤리의식과 주인정신 등을 주요 평가항목에 포함시켰는데, 즉 조직 모두가 인정하는 직원에게는 이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승급체계는 대리, 과장, 차장, 부부장, 지점장 순이다. 대리에서 과장은 호봉제 진급이지만 그 이후에는 업무평가와 임직원 평가로 이루어지며 시험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진급할수록 업무평가보다 임직원의 인사평가가 비중이 더 높다”고 밝혔다.
한편 기업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2007년부터 다면평가제도와 FA제 등을 도입해 승진심사 때 중요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업계에서는 다른 길을 선택한 두 은행이 새로운 인사시스템 도입으로 인해 앞으로 경영전략과 조직 관리에 있어 어떠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주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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