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닉스반도체 주식관리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지난 22일 효성그룹이 하이닉스 인수의향서를 단독으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은 2주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기업집단 가운데 지난해 자산 총액이 5조 원 이상인 29개 기업과 2007년과 2008년 모두 상호출자제한을 받은 기업집단 가운데 자산총액이 2조 원 이상인 14개 기업 등 총 43곳을 대상으로 매각 안내문을 발송한 바 있다.
가시적으로는 사업 포트폴리오와 관련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도체 사업에 왜 뛰어들었는지, 특히 왜 하이닉스인지가 핵심이다. 아울러 4조 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관심사다.
장기적으로는 효성그룹의 후계구도를 미리 점쳐볼 수 있다는 전망도 재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IT산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조현준 효성 사장이 주목 대상이다.
◇인수전 '흥행실패'
이번 인수전은 당초 예상보다 흥행에 실패했다. 외환은행이 매각 안내문을 발송한 이후 물망에 올랐던 주요 그룹들이 인수에 손사래를 치긴 했지만, 겨우 1개 그룹이 참여했다는 것은 '흥행참패'라는 것이 중론이다.
가시적으로는 하이닉스라는 기업의 매력이 크지 않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더 크게 보면 반도체 사업이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많다.
일단 반도체 사업은 그 위험이 크다. 호황기 때는 수조원의 이익을 내지만, 반대로 불황기에는 수조원의 손실을 내는 구조다. 투자 결정을 쉽게 내리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러운 사업이라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상징인 반도체 부문이 최근 몇 년간 부진에 허덕이던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하이닉스 역시 오는 3분기 흑자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몇 년간 대규모의 손실을 봐왔다.
하이닉스가 가진 매력이 인수대금으로 예상되는 4조 원 이상에 걸맞지 않다는 분석도 많다. 하이닉스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75%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램을 비롯한 메모리반도체는 경기에 상당히 민감해 그 위험도가 높다.
최근 경기 회복세를 보이며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살아나 향후 전망이 괜찮다는 분석도 많지만, 언제 다시 불황이 찾아와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폭락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 때문에 하이닉스는 비메모리반도체 분야로 사업군을 넓히려고 해왔지만, 그 진척 정도는 높지 않은 편이다. 올해 투자의 대부분도 DDR3 D램이라는 메모리반도체에 투입될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왜 효성인가
그렇다면 왜 효성일까. 일단 재계에서는 하이닉스 인수를 사업 다각화의 방안으로 풀이하고 있다. 효성의 기존 섬유와 화학 등 주력사업과 반도체 사업 간 시너지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결국 기존 사업 외에 새로운 먹거리를 고민하던 차에 '무게감' 있는 반도체 사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30위권 안팎인 재계순위가 단번에 뛰어오를 수 있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이번 매각대상 지분은 이날 주식 종가로만 따져도 3조6488억 원 규모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으면 인수대금은 4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연 매출이 7조 원 가량 되는 효성그룹이 감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그래서 나온다. 어떻게든 컨소시엄 형태가 돼야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이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는 상태다.
아울러 반도체 사업의 특성상, 특히 경기에 민감한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상당히 높은 하이닉스를 떠안게 되는 상황에서 불황기 때 수조원의 손실을 감내할만한 체력이 효성그룹에 있는지에 대해서도 재계는 회의적이다.
◇후계구도까지?
이번 인수전을 두고 오너가의 양태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게 중론이다. 일단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 간의 인연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조 창업주는 이 선대회장과 삼성물산을 공동으로 창업했다가, 나와서 효성그룹을 만든바 있다. 삼성의 상징인 반도체 사업에 대한 욕심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후계구도까지 점쳐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후계구도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조현준 효성 사장을 두고 하는 얘기다. 조현준 사장은 동생인 조현문 효성 부사장, 조현상 효성 전무 가운데 정보기술(IT) 관련 사업에 관심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효성 내의 대표적인 IT기업인 효성ITX를 상장시키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도 조 사장이다. 반도체 관련업체 럭스맥스네트웍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조 사장 스스로도 섬유와 화학 중심의 효성그룹에서 IT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는데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도체가 IT 사업의 핵심이라고 여겼을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조석래 회장의 세 아들 중 후계구도에 대한 '교통정리'가 확실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 사장이 자신을 부각시키려 할 것이라는 얘기다. 효성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IT 관련 기업을 인수해왔고, 이에 조 사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석래 회장, "생각해본 적 없다"더니…돌변, 왜?
기존사업구조로는 신성장동력 확보 어렵다 판단한 듯
효성그룹이 하이닉스 매각에 단독으로 나선 가운데 조석래 회장의 '변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 회장은 올해 초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이 추진한 일자리 나누기의 모범기업으로 하이닉스 반도체 이천 공장을 방문했다. 조 회장은 이미 이때부터 하이닉스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었거나 이 방문이 결정적으로 조 회장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겠냐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조 회장이 3달 전부터 하이닉스 인수를 본격적으로 준비했다는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미 그 전에 인수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 회장은 지난 1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 직후 M&A 문제와 관련해 "하이닉스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조 회장이 하이닉스 인수의지를 보인 이같은 '변심'은 효성의 주력 사업인 섬유를 비롯해 중공업, 화학, 건설, 정보통신 등의 사업구조로는 외형확장과 미래성장동력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효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자산규모는 21조 원대로 늘어나 재계순위 14위로 순위가 올라가게 된다.
그러나 하이닉스 인수에 대해 효성 내부에서는 반대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 인수의향서 단독 제출 소식이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진 것도 그 때문이다. 그룹 고위 임원들조차 이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효성은 급히 회의를 소집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등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4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하이닉스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의문인데 특히 반도체 생산을 위해서는 장비교체에만 필요한 연간 최소 1조 원 이상의 설비투자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게 그 이유다. 특히 9조 원 규모의 하이닉스 부채를 떠안는 것도 엄청난 부담이다. 23일 증권가에서는 부정적인 전망을 잇따라 내놨다.
그러나 인수의향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일단 하이닉스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기 위해 제출한 것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의향서 제출이 실제로 인수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주단은 효성그룹을 대상으로 내달 중 예비입찰 제안서를 접수받을 예정이다. 이후 본입찰 및 실사 등을 거쳐 11월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4 년 끌어온 하이닉스 매각 앞으로 어떻게?
4조 달하는 마련 여부가 관건
지난 2005년 7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서 졸업한 이후 매각 방법을 둘러싼 주주단 내의 이견 등으로 4년 여를 끌어온 하이닉스의 매각작업이 효성의 인수의향서(LOI) 제출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수의향서 제출로는 아직까지 법적구속력은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뚜렷한 인수 의지를 가늠하기 이르다는 반응도 있지만 실제로 인수에 나선다면 재무수준이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어 향후 효성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4조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인수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또한 반도체 쪽에 손 댄 적이 없는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에 노조의 반발이 거셀것으로 보여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하이닉스 주주단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효성으로부터 내달 중으로 예비 입찰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다. 효성은 예비입찰서를 통해 경영계획과 컴소시엄 구성 등을 통한 자금 조달계획, 인수금액 등을 제출하게 된다. 다만 예비입찰 역시 법적인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본 입찰 때 내용을 바꿀 수 있다.
시장에서는 효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SI(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하고, 나머지는 FI(재무적투자자)를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조 원으로 예상되는 하이닉스 인수대금이 총 자산 6조1805억 원(2분기말 기준)의 효성 입장에서 버거운 숫자인데다 향후 재무 부담을 줄수 있다는 점에서 절반이상인 2조 원 가량을 투자하고 나머지는 재무를 투자자를 이용해 인수에 나설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예비 입찰서를 통해 제안한 효성의 인수가격이 주주단에게 받아들여질 경우 효성은 하이닉스에 대해 실사작업에 나서게 된다.
이후 실사가 끝나면 11월 중순이나 말에 본 입찰을 실시하고 가격과 비가격 요소 등을 검토해 협상대상자를 확정하게 된다.
역시 최대 관심사는 가격이다. 시장에서는 하이닉스의 인수가격인 4조 원 안팎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이닉스 채권단 매각 지분(전체의 28.07%) 가격은 22일 종가(2만2050원)기준으로 3조65000억 원에 달한다. 보통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추가되지만 효성이 단독으로 인수 의사를 밝힌 점을 감안할때 4조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
시장에서는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팽배한 상황이다. 하이닉스를 인수하기에 효성의 재무수준이 부담스럽다는 것.
한승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말 기준 효성이 가진 현금성 자산은 총 1630억 원 밖에 안되기 때문에 추가 자금조달이 불가피한데, 효성의 부채수준이 이미 높은 점(2분기 기준 총부채 2조1000억 원, 순부채율 77%)을 감안하면 은행으로부터의 추가적인 자금조달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영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내실을 다져온 효성의 이미지에 오점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며 성급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조 원대에 달하는 과다한 차임금 상황에서 하이닉스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경우 약 4조7000억~5조70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추정되기에 과도한 차입금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중요한 인수 반대 이유다. 효성의 주력사업은 크게 중공업, 산업재, 화학, 섬유, 건설 부분이다. 이중 중공업, 산업재, 화학, 섬유분야가 2008년 영업이익의 94%를 차지할 정도로 이들의 사업비중이 높아 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홍종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효성은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데다 업황 특성상 하강기에도 견딜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있어야 한다"며 "이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 인수 나선 효성은...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에 뛰어든 효성그룹은 1966년 섬유업체인 동양나이론이 모태다.
섬유를 중심으로 성장해 가던 효성은 1977년 중공업에 뛰어들어 창원에 공장을 세우면서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린다.
1980년대에는 현재의 효성노틸러스(주)의 전신인 효성히다찌데이타시스템(주)를 설립해 IT 산업에 발을 담그는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현재의 그룹은 효성T&C, 효성물산,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을 흠수합병해 ㈜효성으로 출범한 형태다.
효성은 200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 북미와 유럽, 동남아, 중동, 중국, 미국, 브라질 등 150여개 국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쳐가고 있다.
조석래 회장은 2007년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에 취임, 올해 2월 유임돼 2011년 2월까지 임기를 수행할 예정이다.
조 회장의 세아들중 장남인 현준 씨가 효성의 사장이고, 차남인 현문씨는 부사장, 3남인 현상 씨는 전무를 맡고 있다.
조 회장의 동생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2남 조현범(한국타이어 부사장)씨가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여서 대통령의 사돈기업으로도 알려져 있다.
현재 자산총액 8조4천240억원으로 재계 서열 30위권인 효성이 13조3천750억원의 자산가치를 지닌 하이닉스의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합산 자산총액은 21조7천억원대로 재계 서열 10위권 중반으로 도약하게 된다. 효성은 외환위기 전 재계 15위의 서열이었다가 이후 30위권으로 추락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효성은 작년 건설사인 진흥기업을 인수한데 이어 초대형 기업인 하이닉스를 인수하게 되면 몸집을 다시 키우게 된다"고 말했다.
"효성, 하이닉스 인수 성급한 판단"
효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하기 위한 의향서를 단독으로 제출한 것과 관련해 효성 주가에 매우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영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 법적구속력이 없는 인수의향서 제출로는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의지와 진의를 파악키는 어렵지만, 2조 원대에 달하는 과다한 차입금 상황에서 하이닉스 인수의향서 제출이라는 사실은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또한 착실히 내실을 다져온 이미지에 오점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 동안 효성은 부실 해외법인의 정리와 더불어 화학, 섬유회사에서 중공업, 신재생에너지 및 첨단신소재기업으로 내실을 다지며 변신하여 왔다"며 "그러나 이번 하이닉스 인수의향서 제출은 이러한 이미지에 오점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 하이닉스 인수는 성급한 판단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효성의 2009년~2011년까지 평균 EBITDA는 7600억 원 전후를 기록할 전망이며, 순차입금
은 동기간 평균 1조65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반면 하이닉스 인수관련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경우 약 4.7~5.7조 원의 자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추정되기에 과도한 차입금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돼 주가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효성그룹이 하이닉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시에는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변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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