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현대家 옛 계열사 찾기 '구슬땀'

정순애 / 기사승인 : 2009-11-23 11: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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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업,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그룹 현대건설 인수도 범 현대가가 전성기를 누렸던 당시의 계열사들을 되찾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과거 외환위기와 경영 사정 악화 등을 이유로 쪼개져 나갔던 계열사들을 최근 인수합병하거나 주식매수 등을 통해 되찾고 있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 초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대북사업과 함께 옛 현대 계열사 중 하나인 현대건설 인수를 최대 사업목표로 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전 임직원이 힘써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지분율 19.87%의 2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지분율 70%의 최대주주인 아랍에미리트(UAE) 국영석유투자회사(IPIC)와의 소송에서 승소해 10년여 만에 다시 범 현대가의 품에 안길지 주목된다.
현대오일뱅크를 놓고 이들의 법적 분쟁은 2년 여 동안 진행됐다.
IPIC 측은 2007년 말 매각주간사인 모건스탠리를 통해 현대오일뱅크 지분 3자 매각을 추진했다.
당시 GS칼텍스, STX그룹, 호남석유화학 등이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에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IPIC와 GS칼텍스 사이의 지분 매매 계약이 임박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초 현대중공업은 IPIC가 현대오일뱅크 주식을 매각할 경우 현대중공업에 인수 우선권을 주기로 했던 주주 간 계약을 위배했다는 이유로 IPIC 측의 지분 매각에 제동을 걸었다.
2003년 계약 당시 현대중공업과 IPIC가 체결한 주주 간 계약에는 양측 중 한 곳이 주주 간 협약을 위반할 경우 위반한 측은 상대방에게 지분 전량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 후 현대중공업 측은 GS칼텍스 등을 대상으로 주식매수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고 IPIC의 자회사인 하노칼홀딩스 등을 상대로 국제중재법원(ICC)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 작업은 중단됐고 이번에 현대중공업이 ICC에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 결과 현대중공업은 IPIC가 가진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전량인 70%에 대한 주식매입 우선 인수권한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앞서 지난 1999년 IPIC는 자금난에 빠진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50%를 사들인 뒤 2006년 콜옵션 행사 등을 통해 지분율을 70%로 끌어올렸다.
현대중공업이 이 지분을 모두 인수하기 위해서는 2조 원 정도가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오일뱅크의 나머지 지분은 현대중공업 19.8%를 비롯해 현대자동차가 4.35%, 현대제철 2.21%, 현대산업개발 1.35% 등 범 현대가 기업들이 나눠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지분 인수 과정에서 범 현대가의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오일뱅크 경영권이 현대중공업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옛 현대그룹이 1993년 극동정유를 인수해 1999년 현대정유를 설립한 후 이름을 바꾼 회사가 지금의 현대오일뱅크다.
그러나 1999년 IMF 외환위기 여파와 한화에너지를 합병한 뒤 수익성 악화로 부채가 급증했었고 IPIC 측에 신주 발행 방식으로 지분 50%를 5억1000만 달러에 팔았다.
현재 현대오일뱅크는 하루 39만 배럴의 원유 정제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전국에 2300여개의 주유소를 확보, 국내 경질유 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순위 4위로 수익성과 시장점유율을 동시에 높이는 등 에너지 사업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함께 지난달 현대중공업은 채권단에 넘어가 있던 현대종합상사를 인수하기로 확정지었다. 현재 실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종합상사에는 2500억 원 정도가 투입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범 현대가가 옛 계열사를 찾기 위한 본격 행보로 풀이되며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는 대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대종합상사는 1976년 옛 현대그룹이 선박 및 플랜트 등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설립한 종합 무역상사다.
그러나 2003년 해외법인의 부실이 가중되면서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됐다.
이후 채권단 공동 관리를 받아 오다 올 3월 팔려고 내 놓았다.
범 현대가가 옛 계열사를 찾고 있는 행보로 관측되는 대목은 또 있다.
범 현대가 관련사인 한라건설이 모기업이던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의 경영권을 지난해 초 대주주인 선세이지(Sunsage)사에서 사들였다.
특히 현대건설이 범 현대가로 귀속될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현대가의 모기업이라고 통하는 현대건설 인수에 현대그룹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전자에서 이름을 바꾼 하이닉스반도체는 끊임없이 인수 의사를 밝힌 효성그룹에서 최근 인수 철회 의사를 전함에 따라 매각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범 현대가 관련사들이 하이닉스 인수에 도전할 기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두고 범 현대가에서 과거 전성기의 계열사 경영권을 회수하는 것은 사업성 등 자본시장의 논리를 따르는 작업이지만 현대가의 외형을 발전적으로 복원한다는 상징성을 내포한 것으로 풀이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시장상황이 워낙 불확실한 탓에 최근 잇따른 인수를 호재로만 단정하긴 어렵다는 분위기도 흘러나온다.
현대종합상사의 인수 대금 확보와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인수 대금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컨소시엄을 구성하더라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이 이번 승소에 대비해 소요자금을 차입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이미 마쳤거나 보유 중인 포스코 등의 유가증권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도 있다.
또 현대중공업의 뿌리인 조선 분야가 수주가뭄으로 바닥을 헤매고 상선 부문에서 거의 주문이 없어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규발주로 들어오는 현금이 크게 줄면서 지난해 말 현금성 자산이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순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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