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박진호 기자] 헌법재판소가 법무부의 청구를 인정하며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결정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19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진행된 진보당의 정당해산심판 마지막 재판에서 재판관 8(인용)대 1(반대)의 의견으로 진보당의 해산을 발표했다.
김이수 재판관만 유일하게 진보당 해산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나타냈고, 나머지 8명의 재판관은 모두 법무부의 청구가 합당하다고 인정했다.
이로써 지난 11월 5일, 법무부의 긴급안건으로 상정된 후 치열하게 진행된 400여일 간의 법정공방은 정부와 법무부의 승리로 끝나게 됐고, 진보당은 지난 2011년 12월 6일,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의 통합으로 창당된 후 3년여 만에 강제 해산을 당하게 됐다.
또한 진보당은 지난 1948년 우리나라의 헌법이 제정된 이후 최초로 강제 해산 조치를 당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법무부의 청구는 진보당이 활동이 민주적인 기본질서를 위배했다는 판단과 이에 따라 정부가 해산을 헌재에 제소할 수 있다고 규정된 헌법 8조 4항에 의한 것이다. 법무부는 진보당의 활동 등이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과 일치한다며 국가의 체제와 안전을 위협하는 등 헌법 내용을 위반하고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법무부는 특히 진보당이 2011년 민주노동당 강령에 추가된 ‘진보적 민주주의’의 개념이 이와 같은 사항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진보당은 ‘진보적 민주주의’가 추가된 것은 ‘사회주의 이상과 원칙의 계승’을 삭제하며 사회주의적 색체를 완화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고 이를 반박하며 타인의 사상과 자유를 존중하고 보장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와 여당에 대해 비판적이고 뜻이 다르다는 이유로 해산을 당한다면 진정한 민주주의와 헌법의 취지에도 어긋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법무부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었고 진보당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이 결정된 진보당에 대해서는 대체정당은 물론 이후 다른 정당에서 같은 명칭을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특히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단순히 정당 활동에 대한 결정 여부를 떠나 ‘이석기 사건’과 달리 ‘정당에 대한 판단은 선거에 맡겨야 한다’는 일반론을 뒤집고 청와대와 여권 측의 입장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점이 크다는 분석이다.
외국의 경우에도 정당을 해산한 사례는 있었다. 지난 1955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사회주의제국당(SRP)과 독일공산당(KPD)에 대해 정당해산 결정을 내린 것으 첫 번째 사례로 당시 독일 연방헌재는 이들이 독일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한다며 지금의 진보당 사례와 비슷한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SRP가 나치를 계승했다는 부분에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고, 냉전시대의 결정이었다는 점에서 지금의 상황과 직접적인 연관을 짓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특히 마틴 쿠샤 베를힌 법‧경제 대학 교수는 당시의 판결에 대해 “정당 해산에 반대하던 연방헌법재판소가 콘라드 아데나워가 이끌고 있던 정부의 압력으로 해산을 결정했다”고 지적하며, 당시 판결은 독일의 국가 시스템에 대한 위협 방지를 위한 조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1968년, 독일에 새로운 독일공산당이 설립되며 당시의 판결은 실제로 폐지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터키에서 1998년 복지당 해산을 비롯해 잦은 정당 해산 결정이 나왔지만 복지당의 해산이 ‘정교분리원칙’ 위반이었다는 문제가 쟁점이었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이후 연이어 정당해산 조치를 이어가던 터키는 오히려 2000년 대 이후에는 해산 심판을 인정하지 않았다. 독일 역시 민족주의 극우정당으로 분류되는 독일민족민주당(NPD)에 대해 두 차례나 정당해산심판이 청구됐지만 이는 인정되지 않았다.
독일에서는 1950년대의 정당해산조치 이후 공안정국이 이어진 바 있어 이번의 진보당 해산 조치 역시 이러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시 독일은 정당해산 조치 이후 약 20만명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된 바 있다.
특히 이번 판결과 관련해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진보당의 해산을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에서 헌법재판관 대부분이 보수적 성향이 강한 인사들로 구성됐으며, 예상대로 김이수 재판관만 반대 의견을 내면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법을 기준으로 하기 보다 정치적 영향력에 휘둘렸다는 논란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또한 일부에서는 정당해산심판에 대한 기준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기준 되었다는 의미는 있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이러한 청구가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 밖에도 해산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에 대해 명시적 규정이 없고 법률 전문가들의 주장도 엇갈려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헌재가 단호하게 의원직 상실을 결정함에 따라 이에 대한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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