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감독 '첫발' '형님 리더십' 통했다

토요경제 / 기사승인 : 2013-03-18 11: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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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성공시대 연 문경은

'람보 슈터' 문경은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통했다. 서울 SK를 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 정상으로 이끌며 스타플레이어 감독의 성공시대를 열었다.

SK는 9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전주 KCC와의 경기에서 73-66으로 승리,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문 감독은 '감독 대행' 꼬리표를 뗀 첫 시즌 만에 하위군을 맴돌던 SK를 최고 자리에 올려놨다. 전희철 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노력이 일군 결과다.

SK는 1999~2000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당시 정규리그 순위는 2위였다. 이때가 정규리그 최고 순위로 이후 2001~2002시즌에도 한 차례 더 2위를 한 적이 있다.

시즌 개막전만 해도 중위권으로 분류됐던 SK가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11월15일 정규리그 1위에 등극한 후 단 한 차례도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우승후보로 꼽히던 팀들도 SK만 만나면 맥없이 무너졌다. SK는 지난달 24일 고양 오리온스전 승리로 2001년 12월6일부터 2001년 12월29일까지 기록했던 역대 통산 팀 자체 최다 연승 기록과 타이인 '11연승'을 질주하기도 했다.

아울러 5라운드 9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기아(1998~1999), 원주 동부(2011~2012)에 이어 역대 통산 3번째로 라운드 전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SK의 7대 감독으로 부임한 문 감독은 팀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모래알 조직력'을 단숨에 해결했다. SK에서 선수생활, 2군 감독, 코치, 감독대행을 모두 거친 문 감독이였기에 가능했다. 나태했던 선수단의 규율을 바로잡고 겉돌던 조직력을 하나로 규합했다.

문 감독의 비장의 무기는 3-2 드롭존이었다.
앞선에 3명 뒷선에 2명이 서는 지역방어 형태의 드롭존은 앞 선에 장신자를 세우는 특이한 수비전술이다. SK는 앞선에 애런 헤인즈를 세우고 뒷선에 김민수와 최부경을 포진시켜 상대팀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그렇다고 수비에만 치중하지 않았다. 빠른 템포의 경기 운영과 박진감 넘치는 농구로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넘어가는 속공과 연신 터지는 덩크슛으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SK 선수들은 문 감독을 만난 뒤 다시 태어났다. 문 감독은 선수들을 무조건 다그치기보다 자신감을 심어줬다. 당근과 채찍을 고루 사용한 것.

문 감독의 이같은 선수 운영 비결이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특히 슈팅가드에서 포인트가드로 전향한 2년차 김선형의 성장이 SK의 고공행진에 큰 힘이 됐다. 경기를 읽는 시야나 동료들에게 뿌려주는 킬 패스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아울러 SK 팀 플레이에 녹아들지 못했던 김민수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장신임에도 꺼려하던 몸싸움에 적극적이 됐고, 결정적인 3점포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또한 부산 KT에서 데려온 박상오는 팀의 약점이었던 스몰포워드 포지션을 맡아 제 역할을 다 했다. 신인 김부경은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살림꾼 역할을 하며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문 감독은 1990년대 코트를 주름잡던 농구대잔치 세대의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오빠부대의 중심에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한 '원조 오빠들' 가운데 처음으로 감독으로 데뷔했고 성공을 거뒀다.

문 감독과 전 코치는 농구대잔치 시절 각각 연세대와 고려대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준수한 외모에 실력까지 겸비하는 이들의 인기를 당대 최고의 연예인 못지않았다. 광고모델로 등장할 정도였다.
한국 농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인공들이 지도자로 변신해 SK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다음은 문경은 감독과의 일문일답
-정규리그 우승 소감은.
"매우 좋다. 홀가분하다. 감독대행 때부터 고생했던 게 생각한다. 위기에서 팀을 맡으면서 선수들에게 잔소리, 요구사항이 많았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줘서 상당히 고맙게 생각한다. 스태프도 고맙다."


-우승 원동력은.
"세 가지로 우승한 것 같다. 몇 년 동안 성적이 나지 않고 위기일 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하나가 됐다. 초짜 감독을 믿어준 하성민 사장님과 구단에 감사하다. 여기에 우리 팬들의 염원까지 세 가지가 모여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것 같다."


-정규리그를 보내면서 위기가 있었다면.
"운이 좋은 시즌이었다. 위기보다는 부담감이 컸다. 슈터 출신 감독임에도 슈터들을 잘 살리지 못했다. 또 코트니 심스를 영입하면서 주위에서 ‘날개를 달았다’고 했을 때, 개인적인 부담감이 매우 컸다. 운이 많이 따랐던 시즌이다."


-구체적으로 운이 따른 사례가 있다면.
"4라운드 마지막 경기와 5라운드 첫 경기가 동부와의 2연전이었는데 중요한 길목이었다. 그 때, 김주성(동부)이 다치는 바람에 운이 따른 것 같다. 심스 영입도 그랬다. 비시즌에 혼혈선수를 뽑지 못했는데 김동우, 박상오가 온 것도 행운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
"아무래도 인천 전자랜드와 올 시즌 첫 번째 경기, 원주 동부와의 두 번째 경기다. 전자랜드전에서 1.2초 남기고 결승골을 허용해 졌는데, 원주에 가서 반대로 이겼다. 1승1패로 시즌을 시작했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SK의 우승인데.
"명문 구단으로서 모래알 조직력을 바꿔보고 싶었다. 선수 구성이 좋은데도 잘 엮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차근차근 잘 변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정규리그 우승이 지도자 문경은에게 어떤 의미.
"큰 행운이 온 것 같다. 젊은 감독으로서, 농구대잔치 오빠부대의 첫 감독으로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기록이 남아있는데.
"지난 시즌 동부의 기록(44승)에 가능성이 있어 깨고 싶긴 하지만 무리가 갈까봐 걱정이다. 홈에서만큼은 연승 기록을 잇고 있다. 홈 팬들을 위해서 욕심을 내고 싶다.


-얻은 소득과 교훈이 있다면.
"우리들만의 팀워크와 선후배 체계가 생긴 것 같다. 김선형의 포인트가드 변신도 소즉이다. 신인급 선수들이 우승으로 자신감들을 많이 가졌으리라 믿는다."


-문경은식 농구를 설명한다면.
"본인이 잘 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주위에서 적성농구라고 하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 시즌 전에 SK의 예상순위가 6~7위로 나왔을 때, 선수들에게 상당히 미안했다. 선수들의 사기가 죽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초짜 감독을 잘 믿고 따라왔다. 고맙다."


-최근 농구계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주위가 어수선하다. 그래도 선수들의 땀에 대한 대가, 축하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마운 다른 팀 감독이 있다면.
"지난 시즌 원정에 다니면서 많은 감독님들이 저녁도 사 주시고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이상범 감독님, 유재학 감독님, 전창진 감독이 노하우도 가르쳐주시고 도움을 많이 주셨다. 특히 전 감독님에게는 혼도 많이 났다. 김진 감독님도 선수 때, 스승이었는데 노하우를 많이 가르쳐주셨다."


-지난 시즌 감독대행 데뷔전을 기억한다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긴장을 안 하려고 해도 땀이 많이 나고 그랬다. 선수 때에는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데 감독은 여유가 없다. 1~2분도 너무 빨리 지나가서 걷잡을 수 없었다. 올해를 2년차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첫 해를 되짚으면서 지내겠다."


-우승에 제일 고마운 선수는 누구인가.
"김선형, 최부경처럼 어린 선수들이 30~40분 이상씩 뛰면서 공헌도가 상당했다. 고맙게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팀 컬러에 맞게 잘 도와준 것 같다. 애론 헤인즈는 득점력과 한국농구에 대한 이해도로 도움이 됐다. 김민수, 주희정이 조연 역할을 해 준 것도 고맙고 주장 이현준은 코칭스태프와의 가교 역할을 잘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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