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 인사시스템 시작부터 ‘삐그덕’

유상석 / 기사승인 : 2013-03-25 09: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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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부실인사 ‘빨간불’

‘점입가경(漸入佳境)’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와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표현하기에 딱 적합한 단어다.

무기중개업체 고문 활동에 이어 자원외교 특혜의혹 기업 KMDC 주식 보유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김 후보자는 여야의 사퇴압박에 지난 22일 결국 자진사퇴를 선택했다.
남 후보자 역시 토지ㆍ아파트 등 부동산 투기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양새다.
이 외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부적절한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을 변호하던 대형 로펌 출신의 한 후보자가 공정위원장이 되면 과연 대기업을 잘 견제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정하는 인사들마다 여야를 막론한 ‘부적격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계에서는 ‘박근혜 정부 인사시스템’에 적지 않은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파면 팔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는 ‘의혹’

▲ 김병관 전 국방부장관 후보자
자원외교 특혜의혹 기업인 KMDC의 주식 보유 사실이 드러난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2011년 이영수 KMDC 대표가 주관한 미얀마 해상광구 탐사개발권 MOU(양해각서) 체결식에도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김 후보자에 대한 정치권의 공세가 계속돼 왔다.

야권은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자진사퇴와 임명철회를 촉구했다.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자진사퇴를 거듭 압박했다.
김 후보자는 이 행사에 참석했던 사실을 고의로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청문회 자료로 제출한 ‘후보자 10년간 출입국 기록자료’에는 해당 출국기록만 ‘행선국 미상’으로 기록돼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 출입국 원본은 제출하지 않았다.

박 원내대표는 “권력특혜 의혹이 있는 회사와 친분설이 청문회에서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한 적극적인 은폐행위”라며 “명백한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에 해당된다. 국방장관 임명은커녕 사법처리해야 할 대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김병관 후보자, 이영수 회장, 그리고 새누리당 대선캠프와 밀접한 삼각관계와 관련해 더 많은 제보가 있다”며 “지금 즉각 사퇴하는 것이 마지막 남은 명예를 지키고 연이은 인사파동으로 곤경에 처해있는 대통령을 위한 길이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설훈 비대위원도 “김병관 후보자는 파면 팔수록 범죄의 경지에 들어가고 있다. 더 이상 버티다가는 수사 대상으로 전락하게 될 것 같다”며 “지금이라도 빨리 사퇴하는 길만이 그나마 수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결단을 촉구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김병관 후보자는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며 “야구에서 타자는 타석에서 스트라이크 세 개면 아웃되고 물러나야 한다. 김 후보자의 의혹 스트라이크는 세 개가 아니라 서른 개가 넘는다.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선수가 억지를 부리며 타석에서 버티고 있으면 감독이 나서서 조치해야 하는데 감독은 지금 벤치에서 팔짱끼고 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감독이 무능하고 무책임한 감독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주요 공직후보자 여권마저 사퇴 종용
새누리당 내에서도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돼 왔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김 후보자를 향해 “대통령을 욕되게 하지 말고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말로 사퇴를 촉구했다.
심 최고위원은 이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김병관 후보자에 대해서 여러 의혹들이 제기됐다”며 “특히 엊그제 나왔던 문제는 해외에까지 여러 사람들하고 가서 어울렸고, 그 관련되는 주식을 본인은 물론 부인도 갖고 있는데 신고도 안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미얀마 자원개발업체 KMDC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신고를 누락했고, 2011년 1월 미얀마를 방문했던 사실까지 새로 드러난데 대해 심 최고위원은 “‘누락됐다, 실수다’는 해명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이 정도면 너무 심하다. 부적격이니까 자진사퇴하라고 말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한표(경남 거제) 의원도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같은 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후보자를 군의 수장으로서 신뢰하기 부담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된 상태에서 이런 상처를 안고 60만 대군의 수장이 된다는 건 군령이 살지 않는 일”이라며 “인사권자가 처리하기 전에 김 후보자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새누리당 내에서도 사퇴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심 최고위원은 “(당 내에서 나오는) 의견들을 다 들어봤는데 (사퇴 목소리가) 굉장히 많다”며 “그런데 (대통령) 임기 초반이라 얘기를 안하고 그냥 참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 역시 “여당 내 전반적인 분위기도 그런(자진사퇴해야 한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개별로 파악을 못했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마저 사퇴를 종용받아온 김병관 후보자는 지난 22일, 결국 자진 사퇴를 선택했다.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박근혜 대통령이 인선한 고위급 인사 가운데 중도 낙마자는 5명으로 늘었다.


◇ 남재준 둘러싼 재산 형성 의혹

▲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지난 1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실시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땅 투기,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의혹 등이 제기됐다.
야당 의원들은 남 후보자가 강원도 홍천 지역에 소유하고 있는 땅의 구입 목적, 활용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질문하며 투기 의혹을 제시했고 여당 의원들은 정치 공세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맞섰다.

정청래 (민주통합당ㆍ서울 마포을) 의원은 남 후보자의 재산 중 지난 1998넌부터 2005년까지 신고된 총수입의 실수령액보다 많은 저축액을 지적하며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지난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모두 7억500만원을 벌었고 실수령액은 6억원인데 재산 등록은 6억1000만원이 됐다”며 “어떻게 실수령액보다 더 많은 재산 증가가 있는가”라고 따져물었다.

남 후보자는 이에 대해 “당시 봉급과 군인공제회 이자소득 등을 합치면 7억원이 넘는 소득이 있었고 이중 저축을 한 액수는 소득액의 73%”라고 해명했다.
또 남 후보자가 지난 2004년 배우자 명의로 강원 홍천의 토지를 매입한 것과 관련해서는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김민기(민주통합당ㆍ경기 용인을) 의원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4배가 올랐다”며 “후보자가 땅을 구입할 때는 공시지가 460만원보다 훨씬 더 주고 샀다. 이는 투기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남 후보자는 “땅 값이 오를 만큼 오른 뒤에 비싸게 주고 샀다”며 “실제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투기와는 관련이 없다”고 투기 의혹을 부인했다.

이외에도 남 후보자가 육군참모총장 시절 구입한 경기 용인의 아파트와 위례신도시 아파트도 투기 목적으로 구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민기 의원은 “아파트를 사서 단 한 차례도 거주하지 않았고 또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며 “이런 것이 가능한가. 국민들은 이런 것을 보고 투기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런 논란과 관련 남 후보자는 “맹세코 없다”고 일축했다.
남 후보자는 “내가 육참총장으로 임명된 것은 2003년”이라며 “그런데 용인 죽전에 있는 동아 솔레시티 미분양 아파트는 1998년 계약했고 위례 신도시의 미분양 아파트는 2012년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동아 아파트는 동아건설이 부도가 나면서 물량 인도 자체가 늦어져서 2003년 등기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한만수 공정위원장 후보자도 부적격 논란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부적절한 인선이라는 지적이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나왔다.
조원진 (새누리당ㆍ대구 달서병)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정위원장이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담합을 처벌하고 견제하는 자리인데 대기업을 변호했던 김앤장, 율촌에서 근무하고 엄청난 수익을 받은 사람이 잘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 후보자가 대기업의 불법과 편법 행위를 감시해야할 위치에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대형 로펌에 근무하면서 대기업 편에 섰다는 비판적 여론에 대해 공감한 것이다.

야당에선 한 후보자에 대한 세금 탈루 의혹도 나왔다.
김영주 (민주통합당ㆍ서울 영등포갑) 의원은 20일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1억9천700여만원의 세금을 정상적으로 납부하지 않았다며 인사청문회 개최 보류와 박근혜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 내정자가 2002~2005년 발생한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2천950여만원을 2008년에 납부하고, 2006~2009년 발생한 종합소득세 1억6천800여만원은 2011년 7월에 일시 납부했다”며 “이 같은 사례는 국세청 세무조사에 의한 탈루 소득 추징의 전형적인 행태로, 당초 소득을 축소 신고하고 추후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추가로 세금을 추징당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 총체적 난국, 박근혜 식 인사시스템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하는 관료 후보자들마다 부적격 논란에 휩싸이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근혜 식 인사시스템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는 인사위원회에 준하는 심의 절차를 거쳐 인선이 이뤄졌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부 인선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 ‘아마추어 검증’이라고 비판받던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말들이 나오지만 아무래도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론에 무게가 실린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인사 가운데 상당수가 박 대통령의 인재풀에 포함된 인사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하명(下命) 인사’의 경우 참모진이 검증으로 걸러내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더라도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인사위원회가 공식적으로 가동된다고 하더라도 청와대의 인사 스타일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인사위원회 구성원을 보면 이 같은 관측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청와대는 인사 잡음을 우려해 전체 구성원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지만, 허태열 비서실장을 인사위원장으로 해서 실무진에선 김동극 인사팀장이 참여한다. 여기에 이정현 정무수석과 곽상도 민정수석, 이남기 홍보수석,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포진하며 인사 대상에 따라 관련 부처 장관과 수석비서관들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갖고 있는 인사권을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스템으로 운영하겠다’며 신설된 인사위원회의 당초 취지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의 개인 인재풀을 활용하고 이를 측근들이 검증하다 보니 한계가 생기고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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