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욕심’보단 ‘공감대’ 이끌어낼 터”

유상석 / 기사승인 : 2013-03-25 12: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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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 -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124)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 시대인 박근혜정부의 핵심 정책사안은 무엇일까.
지난 18대 대통령선거기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한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은 채 줄곧 행동을 같이 했던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그는 어느 면에서 박근혜 정부의 통치철학을 가장 깊이 있게 이해하고 함께 고민했을 사람이다.
법조인, 국회의원을 거쳐 여성정책 최고책임자로 변신한 조윤선 장관의 행보를 살펴보기 위해 임명 첫날 느즈막한 시간에 청계천변 여성가족부 접견실에서 그를 만났다.


- 먼저 축하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

- 여성가족부는 여성이라는 가치와 가족이라는 가치를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두 개념 모두 얼핏보면 단순 명쾌하지만 정책이란 테마로 연결시키면 모호한 개념이 됩니다.

= 맞아요. 여성이건 청소년이건 가족이건 우리 부처에서 해야 할 스펙트럼이 너무 넓습니다. 성격도 극에서 극으로 달립니다.
한쪽으로는 여성인력들의 진취적인 도전의식을 북돋우기 위해 공세적인 정책을 취해야 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성폭력, 가정폭력, 인터넷 중독, 가출 청소년들을 치유, 보호하기 위해 따사롭고 낮은 정책을 실천해야 합니다. 정책의 포인트나 업무 성격은 물론 정책수요자도 너무 달라, 부처의 정체성을 구체화시키기 위한 좌표잡기가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 돈을 진짜 많이 쏟아부어야 그나마 일하는 표가 나는 부처라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 그렇지요. 여성가족부가 담당하는 일들은 조금만 더 넓게 바라보면 바로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면 가출 청소년들에게 쉼터 하나만 제공해도 탈선으로 치닫는 것을 상당히 막을 수 있는데, 그걸 감당할 재정 지원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업무 파악을 하면서도 ‘여가부가 담당해야 한다고 구분지은 영역을 제대로 감당해 내려면 정부 여타 부처의 도움이 진짜 중요하구나’라고 느꼈습니다.

- 재정지원을 잔뜩 받아내겠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 그보다는 부처들에게 ‘여가부가 하는 일은 지금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범부처 차원에서 바라봐주기를 희망한다’는 점들을 공감시키는 노력을 하겠다는 이야기고요. 찬찬히 보면 여성가족부에서 다루는 모든 이슈들은 모든 부처의 업무와 동떨어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앞으로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키워가기 위해서는 여성인력을 얼마나 잘 활용해야 하느냐는 것이 관건이지요. 가정이 안정돼야 사회생활도 자신만만하게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육아'는 우리 사회 모든 영역의 화두입니다. 청소년세대가 어긋나지 않고, 훌륭하게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장관후보자가 됐을 때 ‘여성가족부에 대한 안티가 많다는 것은 알고 있느냐’, ‘힘도 없는 부처인데 어떻게 정책 코디네이팅을 하겠다는 거냐’는 질문도 받았습니다. 한마디로 너무 거창하게 꿈을 꾼다는 말씀이겠지요.

저는 지금 여성가족부에서 제일 부족한 것이 ‘공감대 형성’이라고 봅니다.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 역시 공감대를 보다 넓게 만들지 못한 결과로 이해됩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영역에서 여성가족부가 하려는 일에 대해 공감한다면 어려운 난관도 풀릴 것으로 보고 있어요.
거기에 제가 그동안 열심히 구축해 놓은 정보, 경험, 네트워크를 모두 가동시킬 계획입니다. 여가부가 그동안 많은 일들을 해 놓았더군요. 이 일들이 좀 더 널리 알려지고 공감을 받을 수 있도록 저는 발로 뛰어서 부족한 부분들을 연결시키겠습니다.

- 정책 코디네이팅을 하시겠다는 말씀을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주시죠.
= 우선은 대통령, 총리, 전 부처의 장관들을 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할 것입니다. ‘우리 부처를 많이 도와줘야 한다. 여가부와 일하면 일이 잘된다. 일이 신난다는 생각 들 수 있게 할테니 많이 도와달라’ 이런 읍소를 진정성을 담아 펼쳐보렵니다.
오히려 여가부와 관련없다고 판단되던 부처들에게도 정책의 수요자에는 여성, 청소년, 가족이 항상 포함돼 있다는 점을 제대로 전달해서 이들을 정책수요자, 정책의 고객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 군 가산점 부여 문제를 놓고 장관께서 상당히 열린 시각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 그 문제는 자칫 잘못하면 오해가 많을텐데… 저 개인적으로는 군 복무를 마친 모든 남성들에게 우리 사회가 적정하게 보상해주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이것은 사실 제 개인의 시각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군 가산점제만 놓고 본다면 공무원 등 입사때 부여되는 극히 제한된 수혜로 읽혀진다는 점에서 잘못된 제도라고 판단합니다. 오히려 공무원 시험에 탈락했거나, 공무원 시험을 보지 않는 숱한 군복무 남성들에겐 어떤 수혜도 부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쳐 모든 군복무 남성들이 고르게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남성의 희생에 대해 우리 사회가 정당하게 보상해줄 때 아이를 낳고, 아이 키우는 등 양육의 대부분의 책임을 졌던 여성들에 대한 보상과 배려도 자연스럽게 요구되는 것입니다.
아이 낳으면서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막아주고, 육아휴직을 경력으로 인정해 주고, 여성과 남성 모두가 일과 가정을 조화롭게 양립시켜 살 수 있도록 해주고… 그런 시각에서 국가가 나서서 잘못된 균형추를 바로 잡아주는 것이지요.

-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의 포부를 밝힌다면?
=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분명 부담을 많이 느낍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숱한 장관들이 재임 기간 중 계량적, 가시적인 성과에 쫓겨 정말 가야하는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발목이 잡히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제가 속으로 결심했어요.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재임하는 동안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하지말자. 오히려 ‘여가부가 저렇게 중요한 일들을 하고 있어’, ‘여가부 반드시 있어야 겠네’, ‘여가부 일에 좀 같이 하고 싶다’는 그런 마음을 국민들이나 다른 부처들이 가질 수 있게 만들어 보자”라고요. 이 자리를 빌어 다시 부탁합니다. 많이 도와주세요.


◇ 조윤선 장관은…
1966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사법시험(33회)에 합격했다.
김&장 법률사무소와 한국시티은행 부행장 겸 법무본부장을 역임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13번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뒤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옛 당명) 대변인으로서 사상 최장수(2008년 3월~2010년 1월) 기록을 세웠다. 19대 총선 선대위 공동대변인,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후보 경선캠프 대변인, 중앙선대위 대변인 등을 맡으면서 박 대통령의 ‘입’으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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