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무제한’ 봉인 다 풀렸다

유지만 / 기사승인 : 2013-04-22 1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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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무제한 음성통화’ 앞다퉈 출시

▲ 최근 이동통신 3사가 앞다퉈 ‘음성통화 무제한 무료’를 선언하면서 통신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에서 SK텔레콤이 '망내 음성 무제한·망내외 문자 무료' 등 고객 서비스 강화 긴급 기자간담회의 모습.
[토요경제=유지만 기자]이동통신 업계에 ‘무제한 음성통화’ 바람이 거세다. 지난 달 21일 SKT가 ‘T끼리 요금제’를 출시하며 자사 가입자간 음성통화를 무제한 무료로 풀면서 촉발된 이 경쟁은, 이후 KT와 LG유플러스(LGU)가 연이어 음성통화 무료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격화됐다.

‘음성통화 무제한 요금제’를 이통사들이 모두 출시하면서, 이제 이통업계의 주력 수익은 음성에서 데이터로 넘어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특히 이통사들이 극심하게 견제했던 m-VoIP(모바일인터넷 전화)도 이번 무료통화 요금제에서 가능해지면서, 이제 ‘통화 전면 무료’의 시대가 온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으로는 3대 이통사들의 무분별한 ‘세력 확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최근 ‘알뜰폰’을 앞세워 성장하고 있던 MVNO(이동통신재판매)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다.


◇ SKT, ‘음성통화 무제한’ 풀면서 ‘선제공격’

3사 중 가장 먼저 ‘무료통화’의 칼을 빼든 것은 SKT였다. 지난 달 21일 SKT는 망내 무제한 음성 통화 서비스인 'T끼리 요금제' 출시를 알렸다. 기존 보조금 중심의 '가입자모집 경쟁'에서 상품과 서비스 혁신을 통한 '고객서비스 경쟁'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이 요금제는 자사 가입자간 음성통화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고, 가입 이통사와 관계없이 문자·메시징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3세대(G)고객과 LTE 고객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이와 더불어 LTE 가입자가 남는 데이터를 추가 단말기에서 나눠 쓸 수 있도록 했던 기존 ‘LTE 데이터 함께쓰기’ 요금제를 27일부터 2개 단말기까지 전면 무료화한다. 기존에는 기기 당 9000원을 추가하는 방식이었다.

'T끼리 요금제'는 35·45·55·65·75·85·100 등 7종이다. 이 요금제에 가입하는 SK텔레콤 고객은 자사 가입자간 음성 통화는 물론, 자사 및 타사 고객과도 SMS와 MMS, 차세대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조인.T’(채팅) 등 메시징 서비스까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통화 상대방이 SK텔레콤 고객이 아닌 경우(망외 통화)는 망외 음성 기본 제공량(T끼리 35요금제 80분, T끼리 100요금제 800분)에서 차감되고, 기본 제공량 초과시 초당 1.8원이 적용된다.

SKT가 이처럼 치고 나오자 후발주자인 KT와 LGU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했다. 결국 추세를 따라가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자 저마다 통화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KT는 지난 달 29일 3세대(3G)·롱텀에볼루션(LTE)가입자 대상의 ‘모두다 올레’요금제를 새롭게 출시한다고 밝혔다.

모두다 올레 요금제는 가장 저렴한 35(월 3만5000원)요금제부터 125(월 12만5000원)까지 총 8종이다. 모든 요금제 가입 시 무제한 음성통화를 할 수 있다. 단문메시지(SMS), 멀티미디어문자메시지(MMS), 차세대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조인(joyn)’ 문자 등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KT는 선불정액요금제 가입자를 대상으로 총 통화량과 무료 수신통화량도 늘렸다. 한 예로 3만원을 충전하면 기존보다 104분 늘어난 204분을 통화할 수 있다. 걸려오는 전화의 경우 6개월 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LGU는 SKT나 KT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공격적 요금제를 택했다. SKT나 KT가 자사 가입자 간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풀었다면, LGU는 타사 가입자와도 음성통화를 무제한 할 수 있게 한 것.

LG유플러스는 11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총 8종의 ‘LTE음성 무한자유 요금제’ 등 신규 요금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롱텀에볼루션(LTE)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한다는 취지다.

LTE 음성 무한자유 69이상 요금제 가입자는 매달 일정금액의 기본료만 내면 자사 가입자 뿐 아니라 타사 가입자와도 무제한 음성통화를 할 수 있다.

LTE 음성 무한자유 89·99와 LTE Ultimate 무한자유 124 요금제 가입자는 이동전화 외에 유선전화(인터넷전화 포함)도 무제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LTE Ultimate 무한자유 124 요금제 가입자는 음성통화, 문자 뿐 아니라 영상전화 등 데이터까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LTE 34·42·52요금제에서는 타사와 마찬가지로 무제한 음성통화의 경우 자사 가입자끼리로 제한했다.

LGU가 이처럼 공격적인 요금제로 승부수를 던진 것은 최근 LTE시장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으며 앞선 두 회사를 많이 따라잡았다는 자체적 평가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LGU 관계자는 “최근 LTE에서 우리가 많이 선전하고 있다는 게 내부적인 평가다”라며 “어차피 최근 이통사의 흐름은 통화에서 데이터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굳이 자사 가입자들에게만 무료통화를 제공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 알뜰폰 업계, “불똥 튈라” 예의 주시

SKT와 KT, LGU의 무차별적인 ‘음성통화 무제한’ 출시에 당황하고 있는 것은 알뜰폰 업계다. 지난해 '반값 이동통신' 기치를 내걸고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속속 진입한 알뜰폰 업체들은 이동통신 3사의 잇따른 '무제한 요금제' 출시에 술렁이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무제한 요금제는 기본료 월3만원대 저가 요금제부터 무제한 통화와 문자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그동안 알뜰폰 업체는 주로 통화나 문자를 저렴하게 이용하길 원하는 소비자를 가입자로 유치해왔다.

장윤식 한국MVNO협회 회장은 15일 "알뜰폰 시장에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도매대가(알뜰폰 업체가 이통사에 지불하는 통신망 이용대가)를 내려야 한다. (도매대가를 내리지 않으면)알뜰폰 사업자는 3만원대 이하의 요금제를 주로 출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현 방송통신위원회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이동통신 1위)인 SK텔레콤은 도매제공의무사업자로서 알뜰폰 사업자에게 최고 45% 저렴한 가격으로 통신망을 빌려줘야 한다. 알뜰폰 사업자는 매출의 55% 이상을 망이용대가로 이통사에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도 이통사의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 출시가 저렴한 요금제를 장점으로 내세운 알뜰폰 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알뜰폰 업체는)월 기본료 1만원대 요금제 같이 이통사 보다 훨씬 저렴한 요금제 가입자로부터 거둬들이는 수익은 유지하겠지만, 이보다 다소 고가 요금제 가입자의 경우 이통사로 갈아탈 수 있어 수익성에 다소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뜰폰 업계는 시장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정부의 도매대가 인하 ▲이통사의 의무제공 서비스 범위 확대(3세대(G) 통화·단문메시지(SMS)→LTE 통화·SMS·멀티미디어메시지(MMS), 국제로밍 등)를 꼽고 있다.

장 회장은 "현재 도매대가는 통화 54원(분당), SMS(단문 메시지) 8원(건당), 데이터 15원(메가당)으로 경쟁에 승산이 없다"면서 "도매대가 재산정, 의무제공 서비스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1년에 한 번 도매대가를 산정해야 하는 만큼 올해 상반기 도매대가 고시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통사의 알뜰폰 업체에 대한)의무서비스 제공 확대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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