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하나금융, 연내 금융타운 무리수?

유지만 / 기사승인 : 2013-04-29 10:58:47
  • -
  • +
  • 인쇄
HSBC, 하나금융과 합작법인 지분 정리결정후 일정 차질

[토요경제=유지만 기자] 하나금융의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에 조성하기로 한 ‘하나금융타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경제청과 하나금융 측의 주장대로 일정을 맞출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HSBC가 하나금융과의 합작법인 지분을 정리하기로 결정하면서 청라지구에 들어설 수 있는 조건인 ‘외국인투자법인’의 지위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이 빨리 외투법인을 찾지 않으면 하나금융타운은 조성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증대되고 있다.

청라지구사업 자체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된다. 최근 청라국제업무타운(주)가 지난 2월에 돌아온 대출금 만기일 상환에 실패하면서 ‘제2의 용산사태’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인천시와 하나금융이 맺은 ‘사업 협약’이 불안해하는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한 ‘세레모니’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상반기 착공 불가능 불안감 커져
하나금융은 인천시와 지난 4월 1일 ‘하나드림타운 사업추진 협약’을 맺고 올 상반기에 금융타운에 착공하기로 합의했다.

하나금융 측은 서구 경서동 24만8158㎡에 그룹본부(Head Quarter)와 금융경영연구소, 인재개발원 IT센터, 통합콜센터, 문화·업무지원시설 등을 조성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하나금융그룹은 오는 6월 이전까지 1800억원을 들여 토지매매를 완료하고 이르면 6~7월 중 착공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협약식에는 송영길 인천시장과 이종철 인천경제청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등 기관장과 이들 기관의 간부들이 참석했다.
행사에서는 요란하게 진행됐다. 영상과 프레젠테이션(PT)으로 나뉘어 사업 발표회가 2차례나 진행되고 내빈 오찬까지 이어졌으며, 인천경제청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는 ‘사업 추진 협약으로 청라국제도시가 도약하고 경제수도 인천의 역량이 높아지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수식어도 반복됐다. 행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송영길 시장이 청라지구 개발에 어지간히 신경을 쓴 모양”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요란한 협약식 행사를 벌였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하나금융과 인천경제청이 주장한 ‘상반기 착공’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그동안 외국계 은행인 HSBC와 합작법인을 만들어 금융타운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최근 이 은행이 이탈 움직임을 보이면서 사업 정상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하나금융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수의계약을 맺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HSBC와의 합작법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청라지구는 국제업무지구이기 때문에 외국인투자촉진법에 의거해 외투자와의 합작법인이어야만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HSBC가 하나금융과의 결별 움직임을 보이면서 하나금융은 외국인투자 기업의 자격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새 투자자를 찾아 합작법인을 다시 설립한다 해도 시간이 걸린다. 현행법상 외투자가 국내 금융회사에 출자할 경우 금융감독원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은 최소 60일 이상 걸린다. 승인에 걸리는 기간을 따져봤을 때, 지금 당장 외투자를 확보한다 해도 6월을 넘기게 돼 있다. 이런 상황에 하나금융그룹이 올 상반기에 청라지구에 착공한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송영길 인천시장 또한 지난 3월 12일 “외국인투자법인 문제로 (하나금융타운 조성)발표를 못하고 있다”며 “LH로부터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하려면 외투법인이 있어야 하는데, HSBC가 빠지면서 하나금융이 외투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시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측은 “올해 안에 착공한다는 말”이라며 협약식에 나온 내용에서 한발 뺀 모양새를 취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외국인 투자법인을 물색하고 있고 잘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데 기다려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6월 이내에 착공하기는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상반기가 아니라 올해 안에 착공한다고 말했던 것”이라며 “외국인투자법인이 잘 유치가 되면 (사업진행이)수월할 것”이라고 밝혔다.


◇ ‘청라국제도시’ 사업 자체도 난항 中
현재 청라지구는 하나금융타운이 들어서는 것과 별개로 사업 자체가 난항에 빠져 있는 상태다. 국제업무도시 개발을 전담하고 있는 청라국제업무타운(주)과 LH간의 민사 조정이 결렬되고 토지매매 계약마저 해제되는 등의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청라국제업무타운은 당초 세워진 국제업무단지 기본 개발계획을 일부 손질하자고 LH에 줄곧 요구해왔다. 아파트조차 분양되지 않는 장기침체 상황에서 자금회수가 불확실한 업무용 빌딩 건설에 선뜻 뛰어들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LH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사업에 먹구름이 끼었다.

이렇게 사업이 지연되면서 시행법인인 청라국제업무타운에 과부하가 걸렸다. 청라국제업무타운은 2008년 2월 LH와 6171억원 규모의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후 사업이 지연되면서 자금 흐름이 경색되기 시작했고, 2011년부터 중도금을 기한내에 납부하지 못하는 등의 유동성 위기를 계속 겪어왔다.
심지어 지난 2월에 돌아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금을 만기일 내에 상환하지 못해 대주단이 토지중도금반환채권을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사업 추진 업체가 이처럼 어려움을 겪자 LH측과의 토지매매계약이 타격을 입었다. LH는 청라국제업무타운(주)가 PF 대출금 상환에 실패하자 대주단에 토지대금 4000여억원 중 2820억원을 반환했고, 이어 토지매매계약마저 해지됐다. 주변에서도 “용산개발처럼 엎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 섞인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상황이 악화될 기미가 보이자 인천경제청과 LH등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더 이상 방치했다간 막다른 길에 다다를 것 같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 하나금융과 송영길의 ‘이해관계’ 맞물렸나
이처럼 청라지구 사업 자체가 앞날을 장담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천시와 하나금융은 성대한 ‘협약식’을 맺었다. 그 배경에는 하나금융 과 송영길 인천시장 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청라지구는 송영길 시장 전임인 안상수 전 인천시장 시절부터 추진된 사업이다. 현재 인천시의 재정을 ‘파탄 직전’까지 몰고갔다고 평가받는 사업 중 하나가 바로 청라지구 사업이다. 송 시장에게는 ‘파산’을 막아야 될 임무가 주어진 셈이다. 한 인천시 관계자는 “결국 송 시장은 안 전 시장이 물려준 ‘채무’까지 해결해야 되는 입장이다. 청라지구 사업이 만약 좌초라도 되는 날에는 그 타격이 고스란히 인천시로 돌아올 것이고,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내다봤다.

하나금융 역시 청라지구가 필요한 입장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경제성보다는 청라지구의 ‘적합성’만을 따진 것”이라며 “청라지구에는 하나금융의 연수원과 물류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인데, 다른 곳의 수용능력은 모두 소진된 상태라서 글로벌 네트워크가 잘 짜여진 청라지구로 선정한 것”이라 밝혔다.

이번 협약식을 바라보는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도 비슷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이번 협약식은 이해관계가 맞물린 하나금융과 인천시의 ‘이벤트’라고 봐도 된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에 이만큼 좋은 카드가 어디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