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ISS에 '내부정보' 제공 의혹

유지만 / 기사승인 : 2013-05-20 09:5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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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에 정보유출 "사전에 알지 못했다"

[토요경제=유지만 기자] ‘정보유출’ 문제로 한바탕 파문을 일으켰던 KB금융 박동창 전 부사장이 결국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강남일)는 내부정보 유출 의혹으로 금감원으로부터 통보 조치된 KB금융지주 박동창 부사장에 대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박 전 부사장은 지난 3월 미국 주주총회 안건 분석 전문회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에 KB내부 정보를 제공해 ISS가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도록 한 의혹을 사고 있다.

박 전 부사장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지난 3월부터 이어져 온 KB금융 사외이사와의 갈등이 일단락나게 됐다. 민병덕 KB은행 사장, 임영록 KB금융지주 사장과 더불어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의 ‘쓰리톱’으로 불렸던 박 전 부사장의 몰락이 결국 어 회장의 연임 포기 선언을 앞당겼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의 ‘오른팔’로 불렸던 박동창 부사장이 내부 정보를 제공한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사진은 지난 3월 박동창 부사장 해임 문제로 열렸던 KB금융 긴급 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이경재 이사회 의장의 모습.
◇ ‘사외이사 재신임 문제’로 갈등 빚다 결국 해임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부터 1달여 동안 KB금융지주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한 뒤 이같은 정황을 포착하고 검사 자료를 지난달 25일께 검찰에 제공했다.

검찰은 금감원이 제출한 검사 자료에 대한 검토를 마치는 대로 박 부사장에 대한 소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박 전 부사장은 지난 3월 해임됐다. 해임 사유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측에 왜곡된 개인 의사를 전달해 잘못된 보고서를 만들도록 했다는 것. 미국 주총안건 분석 기관인 ISS의 보고서는 한국 금융시장 사정에 어두운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에게 영향력이 크다. 외국인 지분율이 60%를 상회하는 KB금융으로서는 보고서의 권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당시 발표된 ISS 보고서는 KB지주의 일부 이사가 지난해 진행된 ING생명 인수에 반대표를 던져 인수가 무산됐다며 이경재, 배재욱, 김영과 이사의 사외이사 선임을 반대할 것을 기관투자자들에게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는 사외이사와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보고서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이경재 이사회 의장의 재선임을 막겠다는 의도”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배 이사는 인수에 찬성표를 던졌고 김 이사는 지난 2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새로운 인물이어서 보고서가 반대의견에 덧붙여 내놓은 이유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 의장만이 몇몇의 사외이사들과 함께 저금리가 장기화되는 추세에 보험업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들어 ING인수를 완강히 반대해 왔다.

파문이 커지자 결국 어윤대 회장 측은 박 부사장을 ‘잘라내는’ 방법을 택했다. KB금융지주 경영진 측은 임시이사회를 통해 박 부사장을 보직 해임했다.


◇ 어윤대 회장, ‘화해 제스처’
박 전 부사장이 해임된 후, 어 회장은 이사회와의 관계를 ‘화해 무드’로 바꾸기 위해 제스처를 취했다.
어 회장은 지난 3월 19일 서울 명동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고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최고경영자(CEO)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주주와 고객, 직원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박 전 부사장이 ISS 보고서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사전에 알지 못했다. ISS 측에서 주주를 담당하는 IR담당 상무에게 보낸 질의서 사전청구서(Draft)를 보고 비로소 알게 됐다"고 반박했다.

한편으로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안이 회사측 원안대로 통과될 것이란 예측도 내놓았다.
당시 어 회장은 "지금 중요한 것은 주총"이라며 "현재 저를 포함한 모든 분들이 업무를 분담해서 주주, 투자자 등에게 정확한 실상을 설명하는 단계를 거치고 있다. 원안대로 통과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측근 ‘몰락’에 어 회장 결국 연임 포기?
사외이사와의 힘겨루기에서 밀려나고, ‘오른팔’이었던 박 전 부사장이 해임되고 나자 어 회장의 거취는 더욱 관심사가 됐다. 당시 금융계 관계자는 “이빨에 손톱까지 빠지는 모양새”라며 어 회장의 사임까지도 조심스레 점쳤었다.

정부의 반응도 어 회장의 미래를 어둡게 했다. 금융당국 수장에 오르게 된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후보자 시절 공교롭게도 "CEO 교체"를 공언했다기 때문이다. 당시 신 후보자는 KB금융 이사회가 열리던 시각 인사청문회에 참석, "필요할 경우 임기가 남았더라도 금융 CEO 교체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안팎의 여건이 악화되자 어 회장은 자신의 임기 이후에 더 이상 회장직을 맡지 않을 것임을 결정했다. 어 회장은 지난 4월 29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외이사들에게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거취 표명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정부 주식이 한 주도 없는 민간은행에서 해야 할 당위성을 못 느꼈다"며 "산업은행이나 정부가 56% 지분을 갖고 있는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기관 출신인지, 금융기관이나 학계 출신인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금융을 선도할 수 있는 능력과 리더십을 갖고 있는 사람이 KB의 경영자로 왔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 소망"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퇴임 이후) 학교로 가지는 않을 것 같다"며 "크고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고 경험을 접목시킬 수 있는 일을 찾아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 ING생명 인수 불발로 시작된 사건
이 모든 일의 시작은 KB금융이 추진했던 ING생명 인수가 불발되면서부터다. 지난해 12월 18일 KB금융은 서울 명동 본점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위한 표결을 진행했지만 12명 중에 찬성 5명, 반대 5명, 기권 2명으로 ING생명 인수는 부결됐다.

이날 이사회에는 어윤대 회장 등 사내이사 2명, 민병덕 국민은행장 등 비상임이사 1명, 이경재 의장을 비롯한 사외이사 9명 등 의결권을 가진 이사 12명이 모두 참석했다. 의결권이 제한된 본 리터(Vaughn Richtor) ING은행 아시아지부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3조원을 웃돌았던 인수가격은 2조2000억원까지 낮아졌지만 반전은 없었다.
은행에 치우친 포트폴리오를 개편하겠다는 어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도 보험업계의 불투명한 전망이 발목을 잡았다. 장기 저금리로 국내외 안팎으로 보험업계가 역마진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2조원을 웃도는 자금을 들여 생보사를 인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리가 주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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