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정치, '내일'로 바꾼다

유상석 / 기사승인 : 2013-05-27 09: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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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본격 독자세력화 시동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사실상 신당 창당을 위한 ‘거점 연구소’ 창립계획을 밝히면서 야권발(發) 정계개편의 윤곽이 뚜렷해졌다.
안 의원의 독자세력화 움직임이 싱크탱크라는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난 데다, 영입인사도 정치ㆍ경제 학계의 명망가여서 신진 정치세력과 기성 정치인들의 헤쳐모여 작업을 재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민주당에 대한 대안세력으로 얼마나 빠르고 광범위하게 자리매김하느냐에 따라 야권의 정계개편 폭과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안 의원이 10곳 안팎으로 예상되는 10월 재ㆍ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세력화 작업을 극대화한다면 양대 선거가 정치권 새판짜기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내일’, 안철수 신당 ‘디딤돌’ 되나

▲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안 의원의 독자세력화를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이 연구소는 정치권 새판짜기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안 의원은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창비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연구소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창립을 공식 선언했다.
안 의원은 “‘내일’은 정책 전문가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열려 있는 완전한 개방형 구성”이라며 “국민과의 소통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여러 분야에서 자생적인 시민참여포럼들과 연계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내일’ 이사장에 진보성향의 원로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소장에 장하성 전 안철수 대선캠프 국민정책본부장을 각각 임명했다.
베일을 벗은 안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은 신당 창당을 위한 징검다리가 될 것인가. 이와 관련, 이사장으로 부임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안 의원이 첫날부터 신당 창당을 둘러싸고 이견을 드러냈다.

안 의원은 창립 공식 선언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신당 창당 및 10월 재보궐선거,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조직 아니냐’는 질문에 “지금 발표하는 연구소는 정당이나 선거 인재풀과 관련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연구소는 연구소 나름의 목적이 있고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차원에서 만드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 “아마도 다음 달에 창립기념 컨퍼런스로 연구소 활동을 시작하게 될 것 같다. 모든 분야가 우리 연구소의 주제가 될 것이다. 정치ㆍ경제ㆍ사회분야 등 다양한 관심사와 의견을 모으는 플랫폼이 되길 기대한다”며 싱크탱크로서 기능을 강조했다.

반면 최 이사장은 안철수 신당에 관한 질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며 창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현재 정당체제에서 민주당과의 관계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면서 대면하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면서 최 이사장은 정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중심적인 메커니즘은 정당이다. 정당이 제 역할을 못하면 민주주의는 건강하게 작동할 수 없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해왔다”며 국내 정치구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 “정치ㆍ경제ㆍ사회 모든 분야의 중요한 문제를 포착하고 이것을 정책으로 만들어 결과를 만드는 정치리더그룹들이 없으면 민주주의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소 느껴왔다”며 새로운 정당과 정치지도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安 지지세력, ‘헤쳐모여’ 본격 돌입
안철수 의원은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신당 창당과 관련이 없음을 못박았으나 ‘안철수 신당’에 대한 관심이 되레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안 의원의 뜻과는 별도로 조력자와 지역 지지자들 사이에서 신당 창당을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창당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안 의원을 지지하는 모임들도 속속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안 의원의 새 정치에 동의하는 지지자들은 오는 30일 토크콘서트 형식의 발기인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후 6월 초까지 지역별로 공감 토크 형태의 모임을 가진 후 다음달 14일께 전국 규모 모임을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0월 재보선을 계기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일반적으로 재보선의 경우 ‘인물 선거’의 양상을 보이지만 안 의원의 국회 입성을 계기로 새 정치에 대한 기대를 확산시키는 ‘안철수 바람’을 일으킬 경우 성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셈법이다.
외곽조직 관계자들은 안철수 바람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한 새누리당의 ‘작업’이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이 검찰과 법원 인맥을 동원해 현역 의원들의 대법원 판결을 늦추고 그 결과 10월 재보선 선거구를 줄이려 한다는 것이다.
이들 외곽조직과 정책네트워크 내일 출범을 계기로 신당 창당이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을 타게 된 안 의원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안철수 의원이 이사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운데), 소장인 장하성 전 안철수캠프 국민정책본부장(오른쪽)과 함께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 ‘내일’ 설립에 與野 ‘비상’ 촉각
안철수 의원의 ‘내일’ 설립을 선언에 대해 여야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싱크탱크 설립의 파장을 애써 평가절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권의 주도권을 놓고 다툼을 벌여야 하는 민주당은 “예상됐던 일”이라며 애써 평상심을 보이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비상등’이 켜진 모양새다. 특히 그동안 자신들과 관계를 맺어온 대표적인 진보성향 학자인 최 명예교수가 안 의원과 손을 잡은 데 대해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김재원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은 “민주당의 현실에 절망한 많은 분이 안철수 신당으로 모여든다면 상당한 세력을 모을 수 있을 것이고, 국민이 민주당의 대안으로 ‘안철수 세력’을 선택할 여지도 있다”면서 “민주당뿐 아니라 우리 당으로서도 굉장히 위협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같은 당 김상민 의원은 지난 23일 tbs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정치는 네트워크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간절한 필요들을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네트워크가 이뤄지냐 안 이뤄지냐 보다 정말로 이 시대에 필요한 국민의 요청과 필요들을 채울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며 “네트워크를 통해 정치적 파장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홍문종 신임사무총장도 안 의원을 ‘아이돌’에 비유하며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홍 사무총장은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아이돌이라는 게 인기가 있을 때는 아무도 말릴 수 없지만 물거품처럼 인기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출신 고승덕 전 의원도 최근 시민단체 ‘국민사랑의회’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신당 창당 과정은 정말 험난한 길이 될 것”이라며 “대선과정 직전까지 안 의원은 제3의 대안으로서 모습을 보여줬지만 대선과정을 지나면서 새누리당 쪽과는 상당히 거리가 생기고 민주당과 합치느냐 마느냐만 남은 것처럼 변했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축하인사를 하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못했다. 싱크탱크가 결국 신당 창당을 위한 발판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어차피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아니지 않느냐”며 “민주당도 그러한 일정을 감안, 혁신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당 신경민 최고위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새 정치를 하자는 데 토를 달거나 이론을 제기할 수는 없다. 그건 우리 모두가 바라는 바”라며 “안 의원도 열심히 해서 우리 역사와 정치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덕담했다.
민주당과 안 의원 세력이 만날 수 있냐는 질문에는 “멀지만 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안 의원의 싱크탱크 설립은 야권이라는 시장에서 서로 경쟁에 들어간다는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조경태 최고위원도 YTN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과 통화에서 “안 의원 싱크탱크 출범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면서도 “때로는 야권이 통합하고 함께 가는 협력의 관계로 가져가야 옳지 않겠느냐. 그것이 지금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의 한 모습”이라고 뼈 있는 충고를 했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와 통화에서 “싱크탱크 이사장을 맡은 최장집 교수의 경우 평소에 늘 정당 중심의 정치가 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던 분이다. 그런 분이 이사장으로 가신 것을 보면 어쨌든 정당을 창당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안 의원의 의도를 분석했다.

한 민주당 인사는 “최 교수는 시민참여정치나 팬덤 현상, 개인 인기영합주의에 회의적인 학자이자 정당정치를 강조해온 분이니까 신당 창당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본다”며 “안철수 현상이 박찬종 바람처럼 꺼지지 않고 정치권에서 순기능을 한다면 최 교수가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지 않겠느냐”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호남 출신 한 중진 의원은 “안 의원이 생각보다 빨리 창당의 길로 가는 것 같다”며 “호남에서의 ‘안풍’은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과 안 의원의 ‘새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뒤섞여 있는 것인 만큼 민주당이 더욱 긴장해 혁신의 성과물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엇갈린 평을 내놨다.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같은 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답답해하는 마음에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만한 그런 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기존 정치권의 반감이나 무능력에 대한 반사이익만 보려고 해서는 즉시 실패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진보논객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서 “최장집 교수의 지론은 정당정치 강화론인 반면 안철수는 기존의 정당정치를 비판하며 무당파의 포지션을 취해 왔다”며 “제 생각에 논리적으로 두 입장이 하나가 될 유일한 방법은 기존의 정당이 아닌 제3의 정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신당이 만들어진다면 민주당과 새누리당 지지자들 중에서 충성도가 떨어지는 사람들, 말하자면 마지못해 두 정당을 지지해왔던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며 “3분의 2는 민주당 지지자, 3분의 1은 새누리 지지자 정도의 비율이 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평화방송 인터뷰에서 “최장집 교수님은 굉장히 진보 인사들인 반면 안 의원이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의원들이 전부 새누리당에서 민주당으로 옮긴 사람들”이라며 “싱크탱크와 같이 가는 사람들 간 이념적 차이가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당을 꾸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색깔을 맞춰야 돌아간다.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 安, 마포에 ‘내일’ 사무실 개소 예정
한편 안 의원 측은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성우빌딩에서 ‘정책네트워크 내일’ 사무실 공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은 다음주 중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앞으로 안 의원은 최장집 이사장과 장하성 소장을 수시로 만나 정책네트워크 내일 관련 사항을 점검할 계획이다. 첫 행사는 다음달 중 열릴 창립기념 컨퍼런스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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