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조영곤 기자] 미국 전역에 생중계된 제67회 토니상 시상식 오프닝 무대가 일본 제국주의 국기인 욱일전범기 이미지로 장식돼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한인사회는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67회 토니상 시상식’ 오프닝 공연 당시 무대 배경이 붉은 빛살 욱일전범기 이미지로 연출됐다. 문제의 장면은 오프닝 공연 하이라이트에 등장했다.
사회를 맡은 배우 닐 패트릭 해리스가 주도한 오프닝 공연은 약 8분여간 노래와 춤, 덤블링과 마술이 어우러진 화려한 뮤지컬의 한 장면처럼 꾸며졌다.
초대형 토니상 트로피 장식물이 무대 맨 뒤에서 솟아오르고 무희들, 합창단과 함께 신명난 무대가 이어졌다. 공연 중간에 왕년의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이 깜짝 출연하고 노래를 부르던 닐 해리스가 마술을 이용해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등 객석의 혼을 빼놓기도 했다.
◇충격의 1분20초…한인 빼고 모두 열광
이날 남우주연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한 킹키 부츠(Kinky Boots) 출연진과 4개 부문을 수상한 ‘마틸다’ 꼬마배우 4명을 비롯해 ‘시카고’와 ‘라이언킹’ ‘스파이더맨’ 등 대표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캐릭터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공연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경악할만한 이미지가 등장, 공연을 지켜보던 한인들을 얼어붙게 했다는 전언이다.
공연 시작 6분50초경 토니상 트로피 장식물 배경으로 드리운 태양 이미지가 순식간에 붉은색 햇살무늬의 욱일전범기의 이미지로 바뀐 것.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환호성을 지르며 기립박수를 무려 1분20초간 보냈다. 닐 패트릭 해리스는 욱일전범기 이미지 한가운데 매달려 시선을 독점했고 관객들은 열광했다.
공연을 관람한 한 재미교포는 “신나는 오프닝 공연에 열광하던 찰나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됐다”며 “욱일전범기 이미지가 나타나 충격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포는 “토니상 관련 정보를 검색하다가 욱일전범기 이미지에 열광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보며 씁쓸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언론, 공연 분위기 전달에만 급급
토니상 중계권을 갖고 있는 CBS를 비롯해 미국 주요 언론이 욱일전범기 문제를 거론하기 보다는 공연 분위기 전달에만 급급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공연 후 CBS,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욱일전범기 이미지로 도배된 공연 하이라이트를 공개했다.
특히 이번 토니상 시상식은 2009년 이후 가장 많은 시청자가 본 것으로 집계돼 욱일전범기 이미지가 수많은 미국인들에게 노출되는 효과를 누린 셈이 됐다.
이번 사태에 대해 뉴욕한인학부모협회 최윤희 공동회장을 비롯한 한인사회는 적극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최윤희 회장은 “욱일전범기 이미지가 미국 사회에 독버섯처럼 퍼져가고 있다. 토니상 시상식은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행사라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뉴욕한인학부모협회는 최근 욱일전범기 이미지를 활용한 홍보물로 물의를 일으킨 뉴욕시로부터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낸 바 있다. 최윤희 회장은 “이번 사태 역시 일본전범기에 무지한 미국인들의 실수로 여겨지지만 나치 상징물을 조금이라도 변형해서 토니상 시상식장에 걸어놓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뉴욕한인사회 차원에서 대응책을 만들 것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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