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꼼수’ 규제는 그만

김시우 / 기사승인 : 2020-09-24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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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김시우 기자] 대형마트가 이전 같지 않은 지금, 업계의 한 축을 담당했던 홈플러스가 현재 진퇴양난에 빠졌다. 점포 매각으로 노조와의 긴 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형마트 규제로 점포 출점이 쉽지 않은데다 이번엔 매각 규제마저 걸렸기 때문이다.


안산시의회는 지난 18일 본회의를 열고 일반상업지구 내 주상복합건물 용적률을 기존 1100%에서 400%로 낮추는 내용의 ‘도시개발계획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안산시는 홈플러스 안산점을 포함한 일반상업지역 여섯 곳을 특정해 조례를 개정했다. 주거 기능이 없는 순수상업건물은 기존 용적률이 유지된다.


특히 이번 조례 개정은 홈플러스 안산점 매각을 겨냥한 ‘핀셋 규제’로 불린다. 홈플러스가 지난 7월 부동산 개발업체인 화이트코리아에 안산점 부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직후 개정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현재 알려진 바로 화이트코리아는 홈플러스 안산점 매각에 대한 계약금 400억원을 이미 지급한 상태다.


이 조례안은 발의 당시부터 ‘꼼수 법안’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왔다. 안산시 관내 일반상업지역 6곳을 특정했고, 조례 발의 과정에서 홈플러스 노조의 주장이 상당히 반영된 탓이다.


앞서 홈플러스는 안산점, 대전탄방점 등 몇 점포를 경영상의 이유로 ‘자산유동화’ 조치에 나선 바 있다. 전통시장·소상공인 살리겠다며 만든 각종 대형마트 규제와 온라인 쇼핑 시장 성장, 현재도 진행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에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홈플러스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4.7%, 38.9% 감소한 7조3002억원, 160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을 공시할 당시 홈플러스 측은 “당기순손실은 5322억원으로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다.


대형마트업계가 이렇게 깜깜한 미래를 그리고 있는 데는 규제의 힘이 컸다. 그러나 규제가 시행되고 10년이 지난 현재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규제가 본격화된 2012년과 지난해 소매업 매출액 변화를 보면 전체 매출은 43%나 증가했지만 전통시장 등의 매출은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대형마트의 매출은 14% 감소했다.


대형마트, 대형쇼핑몰이 전통시장 상권을 죽이기보다 오히려 ‘집객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결과도 있다.


한국유통학회의 ‘대규모 점포 증축 및 신규 출점이 상권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규모 점포 출점 후 전통시장 고객 중에서 7.43%가 대규모 점포로 이동하지만, 이보다 더 많은 11.83%는 전통시장으로 새로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필드 고양점, 송도 트리플스트리트 인근 상권의 매출액은 출점 전에 비해 20~30% 늘어나는 등 집객 효과도 나타났다.


그럼에도 관련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대형마트라는 이유로 출점과 매각을 막는다면 자유시장경제 형평성에 어긋나는 규제가 아닌가싶다. 오히려 역으로 홈플러스 안산점의 불공평한 사례로 다른 기업이 안산시에 출점을 망설일 가능성도 있다.


시장의 균형을 위한 규제는 바람직하지만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시점이 오래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싸움이라는 구시대적인 판단이 아닌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법과 규제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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