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명품 회사의 ‘성추행’ 파문

김시우 / 기사승인 : 2020-11-27 12:20:25
  • -
  • +
  • 인쇄

[토요경제=김시우 기자] 이름 명(名)에 물건 품(品), ‘명품’의 사전적 의미는 오랜 기간 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사용되며 상품적 가치와 브랜드 네임을 인정받은 고급품이다.


대중 사이에서 명품의 이미지는 ‘비싼’, ‘고급스러운’, ‘품질이 좋은’, ‘널리 알려져 있는’ 등등의 보통의 물건에서 가져올 수 없는 성질을 나타낸다. 또 비싸고 좋은 물건이지만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면서 계급 간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기도 한다.


그 중 ‘샤넬(CHANEL)’도 대표적인 명품브랜드로 꼽힌다.


샤넬의 인기 제품은 재고를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 그렇다 보니 오픈 런(OPEN RUN) 이라는 단어를 만든 브랜드이기도 한데, 샤넬 매장이 있는 백화점을 보면 백화점 오픈 몇 시간 전부터 샤넬 매장을 찾기 위해 줄을 길게 서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계속해서 가격 인상을 하는 바람에 현재 샤넬 인기 제품의 경우 가격이 1000만 원 넘어가는 제품도 있다.


특히 샤넬은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맞게 매장을 잘 내주지 않기로도 유명하다. 현재 우리나라에 샤넬 매장은 전국에 10개가량밖에 없을 정도다.


이렇게 철저하고 엄격하게 품위 유지를 하던 샤넬이 ‘샤넬답지 않은’ 조치를 취한 것이 문제다.


최근 샤넬코리아에서 근무하는 40대 간부가 10년 넘게 십 수 명의 여성 직원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샤넬코리아에서 근무한 피해자 A씨는 지난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성추행 의혹을 받는 간부 B씨에 대해 “피해자만 12명 이상이며 많은 직원이 뒤에서 안거나 속옷 끈을 만지는 피해를 입었지만 두려워서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성추행이) 매번 있었고 어깨동무나 포옹을 자주 하는데 주물럭거린다는 느낌을 받았고 팔 안쪽을 어디까지 만지는 건지 불편할 정도였다”며 “이 회사는 (성추행을 당해도) 숨죽이고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샤넬코리아 측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최근 직장 내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신고와 관련해 관계 법령 및 사내 규정에 의거하여 철저하게 조사 중”이라며 “피해 신고 접수 직후 신고인 보호를 위해 피신고인과 신고인 간의 접촉이 일어나지 않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또 “본 건을 조사할 외부 조사인을 지정해 조사에 착수했다”면서 사건 조사 과정은 관련된 모든 사람을 보호하고 외부 조사인이 철저하고 정확하게 조사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비밀로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A씨는 “(성추행 피해 등 불만을) 말하면 그 사람이 낙인이 찍혀서 계속 이상한 매장을 돌게 돼 있다”며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강제적인 인사이동은 물론이고 어떻게든 괴롭혀서 그만두게 만들려고 한다. 왕따를 시킨다거나 직장 내 괴롭힘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바뀐 게 없고 (회사에서) 더 이상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너무 두렵다”고 호소했다.


피해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샤넬코리아는 비밀 서약을 받은 뒤 아예 태도를 바꿔 한 달이 넘도록 진행 상황을 전혀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다만 샤넬코리아는 관계 법령과 사내 규정에 따라 조사하고 있다며 비밀서약서를 받은 것은 일반적인 절차였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조치는 철저하고 엄격하지 않은 그야말로 ‘명품답지’ 않은 조치였다. 겉만 번지르르한 명품회사였지, 속은 피해를 당한 직원을 보호해주지 않는 이중적인 모습이다.


명품은 비싸지만, 품질이 좋고, 고급스러운 상품이다. 그러나 샤넬코리아가 보여준 이 같은 조치는 아주 저렴하고, 품질이 나쁘며, 전혀 고급스럽지 않다.


만약 내부 직원이 성추행을 벌였다하더라도 사측이 피해자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과 행동을 보여줬다면, 이 사건은 ‘논란’이 아닌 ‘선례’로 남았을 것이다.


사내 성추행은 전혀 가벼운 일이 아니다. 샤넬코리아가 이번 사건을 통해 걸맞은 조치가 무엇인지 다시 살펴야 할 것이고, 이미지 회복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