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선 시인의 土曜 詩論] 선택

정진선 시인 / 기사승인 : 2020-12-2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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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택





빛이 여물기 시작하는 5월 어느 날

지게차는
왼쪽 깜빡이를 켜고 서 있고


그늘 아래
덜 자란 분꽃은
이파리 가득 빛을 원한다


길 가운데 서 있음이
방향등으로 용서를 받아도


스침처럼
오고 가는 많은 깃발들은
어느 쪽에서도 편안해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갈지 모르는 깃발 흐름이
지게차 방향등과 분꽃 사이에서 헤맨다


선택은
꽃을 피우기도
분노를 만들기도 한다




왼쪽과 오른쪽은 마주 서서 보면 같은 쪽이다. 무엇이 보이든 가야할 방향을 정해야 한다. 그것은 믿음이다.
굳은 믿음에서 만용이 태어나 자랄 수 있다. 그것은 평화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물질과 손잡은 만용은 평화를 주지 못한다. 본질이 아니면 영원한 갈증 속에서 고통스럽게 살아야 한다. 믿음이 맞으면 언제가 그 맞음이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누군가에 의해 제시되는 방향은 그렇게 살다 가게 했을 뿐, 다시 보면 대다수 어리석었다. 씨가 여물고 다시 꽃이 피고 그 흐름 속에서 방향은 얽혀져 사라진다.


어느 당의 당사가 있는 골목 안에서 하는 행사는 외침과 펄럭이는 깃발이 분노와 함께 있다. 화단의 꽃은 밟힐지라도 펄럭이거나 외치며 분노로 피지는 않는다.


평화를 주는 믿음을 위해 누군가를 다시 선택하고 아니면 또 기다려야 한다.


시인 정진선 : 한국문인협회 회원, 2013년 시집 그대 누구였던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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