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김시우 기자]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국내 배달앱 1위 업체 ‘배달의민족(배민)’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업계 2위 ‘요기요’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8일 DH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사업자) 간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기업결합을 심사한 결과 음식점, 소비자, 라이더(배달원) 등 배달앱 플랫폼이 매개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전방위적으로 미치는 경쟁 제한 우려가 크다고 판단돼 DH에 DHK 지분 전부를 매각하는 조치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DH는 지난해 12월 우아한형제들 지분 약 88%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청했다. 당시 DH가 평가한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40억 달러(약 4조7500억원)로 국내 인터넷 기업의 인수·합병(M&A) 중 가장 큰 규모였다.
그러나 공정위는 DH가 DHK 지분 100%를 6개월 내 제3자에 매각하는 조건을 달고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다만 6개월 내 매각을 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면 기간 연장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는 또 매각이 완료될 때까지 요기요 사업을 현재 상태로 유지하는 ‘현상유지 명령’도 내렸다. 실질 수수료율 변경 금지, 매월 전년 수준 이상의 프로모션 유지, 정보자산 공유 금지 등이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특정 사업 부문 전체 매각을 조건으로 둔 것은 극히 드물다.
두 회사가 결합할 경우 배달앱 ‘2강’ 체제에서 독점 체제로 경쟁이 제한되고 소비자, 음식점, 배달원 등의 이익은 줄어들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두 회사의 배달앱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99.2%로 압도적이다. 2019년 거래금액 기준으로 배민이 78.0%, 요기요가 19.6%, 배달통(DH 소속) 1.3%, 푸드플라이(DH 소속) 0.3% 등이다.
공정위는 최근 쿠팡이츠 점유율이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전국 기준으로는 5% 미만이라 경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DH는 요기요를 내주고서라도 배달의민족을 인수하겠다고 결정했다.
DH는 지난 28일 오후 이 조건의 수용 입장을 밝혔다. DHK는 “공정위 결정을 존중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지난달 공정위 방침에 반발한 데서 물러난 것이다. 요기요를 포기하고 배달시장에서 독과점 지위에 있는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는 게 실익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DH가 요기요를 버리고 배민을 흡수하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32%에서 63%로 뛴다.
■ 요기요의 새 주인은 누가 될까
DH가 요기요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를 매각해야 하는 시점은 내년 6월까지다. 인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시한을 내년 말까지 연장할 수 있다.
관련 업계는 요기요의 몸값이 DH의 배달의민족 경영권 인수 가격인 4조8000억원의 절반 이하 수준인 2조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매각에 따른 가치 하락을 고려해도 1조원대로 인수 가능한 후보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배달시장이 급성장하는 만큼 관심을 가질 기업이 여럿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업계에서는 유통 대기업과 IT업계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쿠팡은 배달 플랫폼 3위 쿠팡이츠(3.1%)를 운영하고 있다. 쿠팡이 요기요를 인수하면 배달의민족에 이어 단숨에 배달앱 2위로 올라설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막대한 누적 적자에 시달리는 쿠팡이 당장 2조원을 투입해 요기요를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에서 ‘주문하기’로 배달시장에 이미 진출해 있다. 카카오톡 주문하기 가입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 650만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네이버는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지분 5.03%를 소유하고 있어 겸업 금지 조항 때문에 투자에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네이버와 카카오 관계자는 각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시장에서는 롯데와 이마트, CJ 등도 요기요 인수전 후보로 분류한다. 자금 여력이 있고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배달앱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롯데그룹의 경우 롯데GRS가 배달앱 롯데이츠를 운영 중이고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요기요와 업무협약을 맺고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롯데온과도 시너지도 가능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그러나 세 기업 모두 배달앱 시장에 관심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 배송 사업 등 기존 사업을 확대하거나 유지하는 정도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가 요기요 인수에 참여할 거란 관측도 나왔지만 업계는 배달앱이 소상공인에게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내는 구조라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 쉽고 배달 사고 등의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서 어려울 거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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