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에 기술력 우위 자신감…“자사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은 한 번도 사고를 낸 적 없다”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SK이노베이션(SKI)이 미국 측에 ‘시장 철수’라는 강경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LG에너지솔루션(LGES)과의 합의는 절대 없다는 의지표현인 셈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준 SKI 총괄사장과 김종훈 이사회 의장 등은 최근 미국 정치권에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이 그대로 인용된다면 미국에서 철수하겠다”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특히 김 의장은 “LGES 측이 제시한 합의금을 낸다면 10년 동안 미국 공장을 돌려 버는 돈을 모두 가져다주는 것”이라며 “(차라리) 공장을 닫고 나가는 게 낫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는 “ITC의 결정으로 쫓겨나는 것”이라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을 강하게 압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다음달 11일이다.
앞서 ITC는 지난 2월 LGES와 SKI 간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LGES의 손을 들어주며 SKI에 10년간 배터리 수출 금지를 결정했다.
이에 SK이노가 LGES와의 합의에 그토록 거부감을 보이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가장 큰 이유는 합의금 규모다, 양측이 정확한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LGES 측은 약 3조원, SKI는 5000억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SKI는 “LGES의 요구는 사실상 사업을 접으라는 의미”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협상을 접었다.
다시 말해 SKI가 계속 합의금 규모를 언급하는 건 사실상 영업비밀 침해 혐의를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최근 SKI의 행보는 일반적 피의자의 모습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오히려 거꾸로 LGES와 미국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이는 SKI가 자신하는 기술력 우위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SKI는 “LGES 배터리는 여러 차례 화재를 일으켰지만 자사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은 한 번도 사고를 낸 적이 없다”는 메시지를 거듭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자신감은 자회사를 통한 유럽 투자로 이어졌다.
최근 SKI의 소재부문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폴란드에 역대 최대 규모의 분리막 설비 투자를 결정했다. 1조13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분리막은 배터리 음극과 양극을 나누고 전해질을 원활하게 통과시키도록 하는 핵심 기술이다. LGES 배터리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게 바로 이 분리막이다.
특히 분리막은 배터리 원가의 10~15%나 차지하는 고부가가치 소재로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중이다.
여기에 미래형 배터리로의 전환도 SKI가 노리는 대체전략이다.
최근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LGES와 SKI가 주력인 파우치형에서 각형으로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테슬라, 폭스바겐에 이어 최근 BMW도 각형배터리를 채택한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이 설 자리가 축소되면서 LGES과의 합의에 전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더 나아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로의 전환도 눈여겨봐야 한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을 오가는 전해질이 고체로 돼있어 발열과 화재위험이 현저히 적다. 또 에너지밀도도 기존 리튬이온 방식보다 두 배가량 늘어 1회 충전으로 800Km 주행이 가능하다.
다만 현재 이 분야의 선두주자는 일본의 토요타다. 이에 각 글로벌 업체는 저마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SKI 역시 최근 기술인력 대거 확보에 들어갔으며 늦어도 2030년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SKI 관계자는 “LG가 제시한 3조원은 SK가 미국에서 10년 동안 벌어도 채우지 못하는 터무니없는 금액”이라며 “사업적으로 따져봤을 때 손실이 예상되면 당연히 정리하는 것이 옳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왜 합의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합의에 진정성 있게 임하지 않는 쪽은 LG”라며 “양사의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책임은 LG에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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