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서 “홍보 비해 퇴직연금 1~2% 불과…실용적 가입 유도 필요”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최근 시중은행들이 개인형IRP 고가 경품 이벤트를 펼치며 판매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운용수수료에 비해 수익률이 낮다는 점에서 고객들 민원이 제기되고 있어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인형 IRP는 근로자가 이직 혹은 퇴직 시 받은 퇴직금이나 본인 돈을 연금화할 수 있는 상품이다. 2017년부터 소득이 있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확대 개편됐다.
만 55세 이후에 적립금을 일시금이나 연금으로 찾을 수 있다.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는 등 ‘절세 혜택’도 있다. 예금이나 적금, 펀드 등에 투자해 추가 수익금을 얻을 수도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식 호황세와 맞물려 소비자들의 연금수익률 관리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은행들이 잠잠했던 개인형IRP 상품에 대한 미래의 잠재고객 확보에 다시 열을 올리고 있다.
먼저, KB국민은행은 오는 6월 말까지 개인형IRP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2021 연금꽃길’ 이벤트를 진행한다. 조건을 충족한 모든 고객에게 커피 쿠폰을 제공한다.
대상은 국민은행과 KB증권에서 이벤트 참여 자산운용사의 펀드상품으로 ▲10만원 이상 신규 가입하고 자동이체 10만원 이상을 1년 이상 등록 ▲100만원 이상 신규 가입 ▲다른 금융기관의 연금저축, 개인형IRP를 국민은행 개인형IRP로 100만원 이상 이체 ▲ISA내 만기자금을 국민은행 개인형IRP로 100만원 이상 전환 입금한 고객이다.
기존 고객에게는 이벤트 참여운용사의 펀드상품으로 교체 매매 또는 추가 납입할 경우 납입금액에 따라 스타벅스, BBQ 모바일 쿠폰을 전원 준다. 또 이번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 중 총 93명을 추첨해 LG스타일러, 다이슨 무선청소기, 드롱기 커피머신 및 애플 에어팟프로 등의 경품을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6월 말까지 ‘IRP 바림이 분다’ 이벤트를 진행한다. 대상은 ▲개인형IRP 10만원 이상 신규 가입, 자동이체 등록 고객 ▲100만원 이상 추가입금 고객(계약이전 포함) ▲ISA만기자금 개인형IRP 입금 고객(타기관 ISA만기자금 포함) 등이다.
이벤트 대상 고객 중 추첨을 통해 ▲다이슨 공기청정기 ▲삼성전자 큐브 공기청정기 ▲베스킨라빈스 5000원 모바일교환권을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이달 말까지 보유 중인 IRP계좌나 신규 계좌에 1년 이상 자동이체를 등록하거나 기존 IRP 계좌에 추가입금(퇴직금, ISA만기금액, 계좌이전 금액)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스타벅스 커피 교환권을 제공한다.
또 추가납입 고객의 경우 금액별 경품 추첨도 진행한다. 추가납입금 300만·700만·1000만원 이상인 경우 신세계 모바일 상품권 5만·10만·50만원권을 추첨 증정한다.
하나은행도 개인형IRP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개인형IRP 스타트업 행사’를 진행한다. 대상은 ▲신규 10만원 이상, 자동이체 1년 이상 등록 ▲신규 가입금액 30만원 이상 ▲300만원 이상 추가납입 ▲타 금융기관의 연금계좌를 하나은행 개인형IRP로 이전 ▲퇴직금 입금 ▲납입잔액의 50% 이상을 TDF로 선택 ▲모바일을 통한 거래 고객 등이다.
행사 대상 고객 중 추첨을 통해 ▲LG스타일러 ▲아이팟 프로 ▲스타벅스 커피 3잔 기프티콘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하나머니 등 총 3500명에게 경품을 제공한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은행들이 IRP 상품에 고가의 경품을 제공하면서 고객유치를 하는 모습을 두고 장기적으로 저금리 고착화가 이어지고, 금소법 시행에 따른 펀드상품 판매 제한, 대출 등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비이자부문의 IRP 수익률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은행들이 퇴직연금 사업 강화를 한 이후 자산운용 성적이 눈에 띄게 개선되면서, IRP는 저금리 시대 속 은행의 투자를 위한 ‘알짜’상품으로 통하고 있다. 이에 사회초년생이나 직장인 대상으로 미래에 잠재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들의 지난해 IRP 수익률은 평균 3.34%로 전년 대비 0.58%p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IRP 수익률이 같은 기간 3.02%에서 3.74%로 0.72%p 상승하며 최고를 기록했다. 이어 신한은행 역시 3.06%에서 3.59%로, 국민은행은 2.55%에서 3.36%로 각각 0.53%p와 0.81%p씩 해당 수치가 높아졌다.
우리은행의 IRP 수익률도 2.40%에서 2.66%로 0.26%p 오르긴 했지만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유일하게 2%대에 그쳤다.
이와 관련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고객들이 안정형 재테크 수단보다는 개인형 퇴직연금을 투자활용으로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음에 따라 IRP 이벤트를 마련하게 된 것”이라며 “갑자기 하는 것이기 보다 매년 연말정산이 끝나는 시즌에 맞춰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개인형 IRP상품이 홍보과열로 인해 가입을 유도하는 상품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IRP는 단순 투자목적형의 펀드상품과는 달리 노후자금의 성격이 강한 상품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IRP가 지난 2017년 4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되면서 가입자 대상이 기존에 비해 자영업자, 근속기간 1년 미만 또는 단시간 근로자 등 확대되면서 경쟁과열이 심해짐에 따라 홍보성에만 치우친 모습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은행들의 IRP 이벤트 성 고객유치는 사실 운용수익율 높이기에 급급한 경쟁”이라며 “아직도 소비자들이 ‘광고한 수익률과 달리 낮다’는 점에서 민원을 제기함에 따라 출혈 경쟁에 따른 ‘깡통계좌’(?) 논란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은행들의 개인형 퇴직연금(IRP) 수익률은 지난해 기점으로 주식시장 흐름에 따라 오락가락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은행연합회에서 공시한 지난해 3분기 5대 은행(신한ㆍKB국민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은행)의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수익률 평균은 1.65%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이 1.84%로 가장 높았다. 하나은행이 1.70%로 뒤를 이었고 국민과 우리은행이 각각 1.62%, 1.60%였다. 농협은행은 1.49%로 수익률이 가장 낮았다.
근로자가 직접 상품 운용 지시를 하는 확정기여(DC)형의 평균 수익률은 2.13%를 기록했다. 은행별로는 2.04%에서 2.45%의 수익률을 거뒀다.
수익률은 최대 2%대 초반[DB형(1.65%)ㆍDC형(2.13%)ㆍIRP(2.00%)]에 그쳤다. 이는 저축은행 정기예금 이자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준비를 위해 자산증식을 목적으로 도입된 퇴직연금이 손실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이 너무 낮아 ‘쥐꼬리 이자’라는 오명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보통 소비자들은 연금저축이라 해서 투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금융사들이 홍보에만 집착하지 말고, 가입자에게 운용자금을 관리하는 방식이나 실용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자제한 안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으로 나뉜다. DB형은 가입자가 회사에 퇴직금 운용을 맡기고, 예전 퇴직금처럼 근속 기간 1년에 대해 30일치의 평균 임금을 받는 제도다.
반면 DC형은 가입자가 직접 퇴직금을 운용할 수 있어 수익에 따라 연금 수령액이 달라진다. 여기에 개인이 추가로 가입하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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