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확보·부당행위 과징금 부과 등 현실적인 문제 고려돼야”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 소속)이 지난해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 문제에 대한 피해구제 해결 대책으로 화두를 던진 한국형 ‘페어펀드(Fair Fund)제도’ 도입이 재원확보 및 여러 업계 관계자 등의 의견 조율합의 문제로 인해 지지부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금융당국도 이 제도에 대해 긍정적 의사를 밝히고 검토를 하겠다고 공표했던 것과 달리 실상은 재원확보 등 법적으로 고려되는 문제들로 인해 실효성 의문까지 제기하며 고심하고 있는 분위기에 있다.
페어펀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시행하는 제도로 일반 증권투자자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피해구제목적펀드’에 해당한다. 김 의원은 한국형 모델로 벤치마킹해 불완전판매 구제를 위한 공정배상기금형태의 설립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은 페어펀드제도 도입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병욱 의원이 페어펀드제도 관련 법안을 발의한다고 해도 검토는 할 수 있지만 실질적인 재원확보 문제가 크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작년 8월 제도 윤곽을 내놓을 것으로 밝힌 바 있지만, 법안 발의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국은 미국과 달리 현행 불공정거래 과징금 부과 범위가 좁고 수위도 낮기 때문에 사실 재원 마련 방안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부당행위 금융사 과태료 부과 문제로 인해 미국에서도 이 제도에 대해 실효성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자산운용사 및 증권·보험사 등 금융사들은 준조세격이 될 수 있는 보험금을 추가로 낼 경우 금융상품 판매수수료가 더욱 올라가고 자체적인 자금 부담도 커지는 만큼 반대 의견을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회에서도 이 제도 도입에 대한 관심은 크게 없는 상황이다. 한국 금융시장에서는 투자자손실 문제는 불완전판매보호 목적에서 금융생태계를 지도할 뿐, 피해손실문제까지 국가가 책임질 수 없는 부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페어펀드제도 도입 필요성은 작년 사모펀드 사태 붐을 타고 김 의원에 의해 시작돼 국정 감사시 금융당국 관계자들에게 질의를 던지면서 화제가 됐다. 이 때 투자자손실문제를 어떻게,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에 논쟁이 불거지면서 공적기금형태의 배상 해결론이 나온 것이 그 배경이다.
당시 금융사의 불법이익을 통한 소비자 피해보상을 국가가 기금 형태로 설립된 기관을 통해 배상해준다는 논리로 제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에 운영주체 기관이 금융위원회가 될 지, 예금보험공사가 맡게 될 지에 대한 논의도 나온 바 있다.
김 의원은 작년 10월 가칭 ‘페어펀드법’ 도입을 위한 법안 초안을 국회 법제실에 제출하고 본격적인 입법 절차에 나섰지만, 현재는 해당 정무위 소속 의원 및 금융업계 관계자들과 아직도 의견 조율합의에 있는 상황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다소 의견 합의가 늦어져 애초 계획했던 시기에 발의를 하지 못했다”면서 “올해 안에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도 이 제도가 현실적으로 탄생되기에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핵심 불공정거래 행위인 시세조종과 내부자거래에는 과징금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페어펀드제도는 근본적으로 도입되기 어려운 이유는 정치적인 행위로써의 제도를 도입하자고 나온 이야기일 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익공유제와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금융사의 불건전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제재심의위) 등이 어떻게 고려돼야 하는지가 먼저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한 업계 관계자는 “불법행위로 이득을 취한 금융사를 모두 몰수하고 집어낸다는 것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2002년 제정된 사베인-옥슬리법에 따라 SEC가 증권법을 위반한 자에 대해 징수한 민사제재금 및 부당이득환수금을 재원으로 페어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기금관리자가 분배계획안을 제출하면 의견수렴을 거쳐 이를 확정하고 분배계획을 실행하는 방식이다.
미국 사례를 보면 불공정거래와 불완전판매로 인한 과징금이 재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현행 불공정거래 과징금제도는 상당히 경미한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해서만 과징금제도가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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