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추격 '가속페달'...하이닉스‘OCP서밋'서 HBM3E 주목
메모리 '빅2' 자존심 건 경쟁 치열..."HBM3E가 최고 격전장 될듯"
| ▲이정배 삼성 메모리사업부 사장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메모리테크데이2023'에서 5세대 HBM 등 차세대 메모리 제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제공> |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미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관련업체간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을 계기로 고가의 HBM 수요가 폭발하자, 이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이하 하이닉스)에 맞서 메모리 최강자인 삼성전자가 맹추격을 시작한 것이다.
"한발 늦었지만, 곧 따라잡겠다"는 삼성과 "어디 따라올테면 따라와바"라는 하이닉스 간의 자존심 경쟁이 갈수록 불꽃을 튀기고 있다.
삼성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HBM3E 상용샘플을 처음 공개하며 하이닉스에 대한 반격의 포문을 열었다.
삼성은 먼저 HBM3E를 개발 완료하고 엔비디아, AMD 등 주요 고객사와 샘플테스를 진행중인 하이닉스의 독주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하이닉스와 삼성의 자존심을 건 HBM 시장 쟁탈전은 내년 이후 AI용 HBM시장의 대세로 떠오를 것으로 확실시되는 5세대 HBM, 즉 'HBM3E'가 최고 격전장이 될 전망이다.
챗GPT가 쏘아올린 초거대 AI경쟁으로 인해 현재의 4세대(HBM3)에 비해 보다 빠르고, 집적도가 높고, 에너지효율이 좋은 HBM3E로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은 HBM3E가 하이닉스를 따라잡을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제공> |
◇ 만년 2위' 한 푼 하이닉스...삼성 전열 재정비 '반격'
삼성은 아직도 인정하려 하지 않지만, 현재 HBM시장은 하이닉스가 자타가 공인하는 리딩기업이다. 트렌드포스 등 주요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현재 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50%에 근접한다. 삼성에 약 10% 가까이 앞서 있다는게 업계의 정설이다. 나머지는 미국 마이크론의 몫이다.
개발 속도 역시 하이닉스가 가장 빠른게 엄연한 사실이다. 삼성이 2016년 업계 최초로 고성능 컴퓨팅(HPC)용 HBM2를 상용화하며 HBM시대를 먼저 개척했지만, 4세대 HBM3부터 하이닉스가 선두로 치고 나갔다.
하이닉스는 일찌감치 미래 HBM시대가 열릴 것으로 간파, 모든 역량울 HBM에 쏟아부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하이닉스는 작년 6월 세계 최초로 HBM3 양산에 성공했다.
메모리 시장 '만년 2위'의 한을 푼 하이닉스는 HBM3 양산은 2세대 HBM2와 3세대 HBM2E를 주력 공급중인 삼성에 1년 이상 앞서있다. 이를 계기로 하이닉스는 차세대 고성능 메모리시장의 실질적 리더로 우뚝섰다.
지난 30여년간 세계 메모리업계 최강 자리를 단 한번도 놓친 적이 없던 삼성으로선 당황할만한 일이었다. 삼성은 그간 특유의 '일등주의'의 바탕으로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사보다 늘 멀찌감치 앞서가며 결코 2등을 허용한 적이 없다.
삼성을 더욱 자극한 것은 HBM시장의 갑작스런 부상이다. 미래의 메모리, '니치마켓' 정도로 과소평가했던 HBM시장이 작년말 챗GPT의 등장 이후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여전히 주류인 DDR4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범용 메모리에 비해 HBM 가격은 최소 3~4배 높다.이에 따라 HBM수요 급증세가 향후 전체 메모리 시장지배력까지 영향을 줄만한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삼성이 전열을 재정비하며 대대적인 HBM3 양산 준비와 함께 5세대 HBM 개발에 가속페달을 밟게된 결정적인 이유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이 지난 7월말 임직원 대상 행사에서 이례적으로 “삼성의 HBM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50% 이상”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절박감에서 비롯된 발언으로 읽힌다.
| ▲삼성이 본격 양산 공급을 앞둔 HBM3. <사진=삼성전자제공> |
◇ 삼성 "담대한 도전" VS 하이닉스 "수성에 자신감"
하이닉스에 기선을 제압 당해 자존심이 상한 삼성이 마침내 반격의 카드를 내밀었다.
삼성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삼성메모리테크데이2023’을 열고, 초거대 AI 시대를 주도할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을 대거 공개했다.
‘메모리 역할의 재정의(Memory Reimagined)’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엔 글로벌 IT업계 고객, 파트너, 애널리스트 등 무려 600여 명이 참석했다.
삼성의 메모리사업 총괄 이정배사장이 주관한 이날 행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제품은 AI기술 혁신을 이끌 초고성능 5세대 HBM3E인 '샤인볼트(Shinebolt)’였다.
삼성은 HBM시리즈에 볼트(Bolt)라는 접미어를 붙여왔다. HBM2는 '플레어볼트', HBM2는 '아쿠아볼트', HBM2E '플래시볼트', HBM3 '아이스볼트'였다. 5세대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육상 레전드 우샤인 볼트를 연상케하는 '샤인볼트'라고 명명했다.
샤인볼트는 데이터처리 속도가 업계 최고 수준이다. 데이터 입출력 핀 1개당 최대 9.8Gbps의 고성능을 제공한다. 초당 최대 1.2TB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하이닉스가 지난 8월 발표한 HBM3E(1.15TB)보다 처리속도가 다소 앞선다.
삼성은 NCF(Non-conductive Film) 기술 최적화를 통해 칩 사이를 빈틈없이 채워 고단 적층을 구현했으며, 열전도를 극대화해 열 특성 또한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최대 관심사인 HBM3E의 양산 일정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엔비디아, AMD 등 주고객들에게 샘플을 전달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차세대 HBM D램과 최첨단 패키지 기술, 파운드리(위탁생산)까지 결합된 맞춤형 턴키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일한 업체란 점도 어필했다. 이는 다분히 최대 라이벌 하이닉스를 겨냥한 발언이다.
이정배 사장은 “초거대 AI시대는 기술 혁신과 성장의 기회가 교차하는 지점으로, 업계에 더 큰 도약과 함께 도전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무한한 상상력과 담대한 도전을 통해 혁신을 이끌고 고객·파트너와의 밀접한 협력으로 한계를 뛰어넘는 확장된 솔루션을 제공, 향후 메모리 시장을 계속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지난 11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초기술로 세상을 더 행복하게'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제공> |
삼성의 거센 추격에 직면한 하이닉스도 수성을 위한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다. 하이닉스는 지난 17일부터 19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열린 ‘OCP글로벌서밋2023’에 참가, 생성형 AI붐 속에서 선도적인 기술력으로 화제가 된 HBM3E를 공개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OCP서밋은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기술 커뮤니티인 OCP(Open Compute Project)가 주최하는 행사다. 하이닉스는 자회사인 솔리다임과 함께 ‘기술로 하나가 되다(United Through Technology)’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AI시대를 이끌어갈 첨단 메모리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다양한 차세대 메모리로 진용을 짠 가운데, 엔비디아의 AI용 고성능 GPU인 ‘H100’에 탑재된 HBM3와 차세대 제품 HBM3E가 많은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초고성능·저전력 반도체 HBM은 하이닉스의 압도적인 기술력과 함께 전력 소모가 큰 AI용 서버에 최적화된 제품임을 각인시킨 자리였다.
하이닉스측은 "이번 행사를 통해 ‘글로벌1위 AI 메모리 솔루션 공급자’로서 AI 등 첨단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획기적인 솔루션 개발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했다"면서 "앞으로도 AI시대에 맞춰 혁신적인 기술 연구와 개발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시장평가, 하이닉스 우위...삼성 'AI용 토털솔루션' 강점
삼성과 하이닉스가 비슷한 시기에 AI수요 폭발의 진원지인 실리콘밸리에서 각각 차세대 HBM을 공개하며 자존심 경쟁을 본격화했지만, 현재 시장의 냉정한 평가는 하이닉스가 다소 우위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두 회사의 최근 주가 흐름이 이를 어느정도 반영한다.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코스피가 널뛰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과 하이닉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최근 코스피의 부진속에도 하이닉스는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지만, 삼성은 좀처럼 ‘7만전자’로 쉽사리 올라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외국인투자자들이 삼성 보다는 HBM시장을 선점한 하이닉스를 지속적으로 매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 ▲SK하이닉스가 지난 8월 발표한 세계 최고수준의 5세대 HBM. <사진=SK하이닉스제공> |
그러나, HBM3는 몰라도 HBM3E에서 만큼은 하이닉스의 우위가 그대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은 메모리 시장 부동의 1위기업인데다 HBM 기술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삼성은 HBM3E, 차세대 HBM에 대한 대응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황상준 삼성 D램 개발실장(부사장)은 지난 10일 6세대 HBM인 HBM4를 2025년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이 하이닉스와 달리 메모리, 패키징, 파운드리 등 토털 솔루션 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도 향후 HBM 시장경쟁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얼마전 "현재 하이닉스가 HBM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이후 삼성으로 리더가 교체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 것도 이같은 부분을 반영한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삼성과 하이닉스이 자존심을 건 HBM경쟁이 앞으로 예측불허의 접전 양상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두 업체간의 물고물리는 경쟁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차세대 HBM시장에서 'K반도체'의 입지가 더욱 공고히해질 것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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