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경쟁력 발목 잡나”…미국과 다른 한국 노동시장, 유연성 논쟁 재점화 (2부)

이덕형 기자 / 기사승인 : 2026-05-13 08:2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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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해고·대체근로 유연, 한국은 강한 고용보호…“반도체 초격차 위해 노동개혁 필요”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총파업 가능성으로 번지면서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식 노동 구조가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3일 현재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제도 개선과 임금체계 개편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임금 갈등이 아니라 “한국 노동시장 구조와 글로벌 경쟁력 충돌”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차이는 노동시장 유연성이다. 미국은 기업의 고용 조정과 대체근로 활용이 비교적 자유로운 구조다. 기업들은 경기 침체나 산업 변화에 따라 인력 구조를 빠르게 조정할 수 있고, 파업 상황에서도 일정 부분 생산라인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정리해고 요건이 엄격하고, 파업 시 대체근로도 강하게 제한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 차질이 발생해도 대응 수단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 삼성전자 갈등 계기…노동시장 유연화 요구 커진다


반도체 산업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글로벌 공급망과 고객 신뢰가 핵심인 산업으로 꼽힌다. 

 

생산 일정이 흔들리면 고객사 이탈과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NVIDIA와 TSMC 중심으로 AI 반도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장기간 노사 충돌에 빠질 경우 시장 대응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한국 노동법이 과거 대량생산 제조업 시대에 맞춰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기술기업들은 연구개발 속도와 생산 효율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한국은 강한 고용보호 체계로 인해 조직 재편과 인력 운영이 상대적으로 경직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실적 악화 시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 구조를 빠르게 조정하고 핵심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을 사용해왔다. 

 

실제 Meta와 Google, Amazon 등은 최근 수년간 수만명 규모 감원을 단행하면서도 AI 투자 확대에는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 충돌과 법적 리스크 부담이 크고, 파업까지 이어질 경우 생산 차질 위험도 높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첨단산업 시대에 맞는 노동시장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미국식 노동 유연성이 곧 고용 불안과 양극화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박한다. 

 

실제 미국은 해고가 쉬운 대신 실업과 소득 불안도 크다는 점에서 한국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핵심은 ‘해고 자유화’ 자체가 아니라, 첨단산업 경쟁 환경에 맞는 균형점을 찾는 데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에는 생산과 투자 유연성을 보장하고, 노동자에게는 재교육과 재취업 안전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사태는 단순 노사 갈등을 넘어 한국 노동시장이 글로벌 기술 경쟁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구조인지 묻는 사건”이라며 “반도체 초격차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역시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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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형 기자
이덕형 기자 1995년 방송사 기자로 입사한 뒤 사회부,정치부,경제부 등 주요부서를 두루 거쳤습니다. 앵커와 취재기자, 워싱턴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현장을 누볐고,올해로 기자 생활 31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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