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필리조선소./사진=자료 |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한화가 미국 해군 프로젝트에 처음으로 발을 들이며 글로벌 방산·조선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이번 계약이 ‘본계약 수주’로 이어질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로, 미국 내 조선업 재건 정책과 맞물린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화디펜스USA와 한화 필리조선소는 선박 설계업체와 협력해 미 해군 차세대 군수 지원함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한화가 미국에서 조선소를 인수한 이후 미 해군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한화 측은 시장 조사와 콘셉트 설계, 건조 비용 검토 등 초기 설계 단계 전반을 맡는다.
군수 지원함은 전투함이 아닌 ‘보급 핵심 인프라’로, 연료·탄약·물자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해군 작전 지속성을 좌우하는 필수 전력으로 평가되지만, 상대적으로 기술 장벽이 낮아 해외 기업 참여 가능성이 열려 있는 분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번 참여가 향후 실질적인 함정 건조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입구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군수 지원함은 전투함보다 진입 장벽이 낮지만, 일단 설계 단계에 참여하면 이후 건조 프로젝트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 해군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 자체가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수주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의 ‘조선업 부활 전략’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구상은 노후화된 미국 조선 산업을 재건하려는 정책 방향으로, 동맹국과의 협력 확대가 핵심 축으로 거론된다. 한화가 인수한 필라델피아 조선소 역시 이 전략의 상징적 거점으로 평가된다.
미국 조선업 전문가 C씨는 “미국은 군함 건조 능력이 제한적이고 생산 속도도 한국 대비 크게 뒤처진 상태”라며 “한국 조선 기술과 생산 효율성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화는 이미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며 미국 내 생산 기반 확대에 나섰다. 필리조선소 인수 이후 약 50억 달러 규모 추가 투자를 추진하며 설비 확장과 생산능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하청 참여를 넘어 미국 내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다만 넘어야 할 장벽도 적지 않다. 미국 방산 시장은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원칙이 강하게 작용하는 대표적인 보호 산업으로, 외국 기업이 핵심 건조 계약까지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군함 건조는 안보와 직결된 분야인 만큼 정치적 변수도 크게 작용한다.
국방산업 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어디까지나 설계 단계 참여로, 실제 건조 계약은 별도의 경쟁을 거쳐야 한다”며 “정치·노동·안보 요소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낙관은 이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이번 사례를 ‘한화의 미국 방산 진출 교두보’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단순 수주를 넘어 미국 조선 산업 재편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결국 관건은 ‘설계 참여’가 ‘건조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한화가 이번 프로젝트를 발판 삼아 미국 해군 함정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경우, 국내 조선업 전반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반대로 단발성 참여에 그칠 경우 상징적 성과에 머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부터가 진짜 경쟁의 시작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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