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1분기 경영실적결과 정유4사의 약진에 두드러져 눈길을 끌고 있다. |
코로나 사태 이후 정유업계는 한때 깊은 적자의 늪에 빠졌었다. 물리적인 이동 제한과 강한 거리두기 시행에 따른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수요가 급감한 데 따른 것으로,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 지 모른다. 2020년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적자 합계가 무려 5조원대에 달했던 게 이를 방증한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지난해부터다. 코로나 국면에서 서서히 벗어나면서 석유화학 수요가 회복된데다 유가상승에 따른 제품판매가격 인상 효과가 맞물려 정유4사 합산 영업이익이 7조원대를 돌파하며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한 것이다.
이같은 강세는 올들어 더욱 힘을 받는 양상이다. 수요 증가와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세가 정유4사의 대표적인 캐시카우인 정제 마진의 폭을 키우고, 재고로 보유한 평가익까지 더해지며 실적개선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순이익 100%이상 증가 기염
정유4사는 이미 1분기에 작년 영업이익의 절반이 넘는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평가기관인 CEO스코어가 국내 500개 대기업 가운데 올해 1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34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유4사의 영업이익은 총 3조8191억원으로 나타났다. 1분기만에 작년 총 영업이익(7조2333억원)의 절반을 돌파한 우량한 성적표다.
정유4사의 대약진은 여러면에서 포착된다. 우선 영업이익과 순이익의 증가 폭이 눈에 띈다. 몸집만 커진 것이 아니라 실속도 같이 챙겼다는 의미다. 정유4사 모두 전년동기 대비 순이익 증가율이 100%를 넘겼다. 영업이익도 모두 70% 이상 이상의 증가율을 나타낼 정도로 호황을 만끽했다.
더욱 눈에띄는 업체는 SK에너지다. SK는 1분기에 매출은 GS칼텍스에 약 1조 가까이 차이를 보이며 2위에 머물렀으나 101.7%의 매출증가율을 보이며 정유4사의 성장세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무려 323.3% 성장하며 관련업계는 물론 전 업종을 총망라해 부동이 1위에 올랐다.
SK와 함께 정유4사의 1분기 실적을 보면 순이익이 대폭 증가한 점이 돋보인다. 에쓰오일이 전년동기 대비 순이익이 5천억원 이상 늘어난 것을 필두로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이 모두 수 천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지난해 보다 2배 이상 성장했다. 그 만큼 비용대비 판매마진이 컸다는 얘기다.
유가 강세, 당분간 '나홀로 호황'
정유4사의 이같은 강세는 앞으로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공비행중인 국제유가가 좀처럼 떨어질 조짐을 보이지 않아 이들 업체의 매출 상승과 정제마진 폭이 갈수록 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미 올해 정유4사의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우크라이나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원유 수급의 악화로 현재 배럴당 90달러선인 국제유가는 100달러벽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까지 대두된 상황이다. 여기에 세계 각국이 코로나 국면에서 탈피하면서 수요는 가파르게 회복되고 있어 국제유가 상승을 억제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고유가로 대부분의 업종이 심각한 원가부담을 떠안고 있는 가운데 정유4사가 유독 반대급부를 톡톡히 누릴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전후방 업계가 고전하는 가운데 그야말로 '나홀로 호황' 국면이다.
국제유가의 강세는 정제마진을 상승시키는 호재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코로나 여파로 2020년 마이너스까지 갔던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해 7월말부터 배럴 당 3달러로 회복하더나 작년 9월엔 손익분기점인 배럴 당 4달러를 넘겼다.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면서 현재는 8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석유제품 강국인 중국의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1차 석유제품 수출쿼터를 전년 동기 대비 56% 축소하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올해는 총 수출쿼터를 20~40% 감축할 가능성까지 대두되는 상황이다. 정제 마진이 앞으로 더 상승할 개연성을 높이는 중요한 대목이다.
석유화학업종 위상 변화 견인차
정유4사의 대약진에 힘입어 국내 산업계 전체에서 석유화학 부문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이번 CEO스코어 조사에서도 석유화학업종의 총 매출액은 무려 101조4110억원에 달하며 전 업종중 2위에 올랐다. 자동차 등 다른 업종을 압도하며 2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업종 전체 1위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1위를 다투는 삼성전자가 포함된 덕에 IT분야가 차지했다. IT 전기·전자가 반도체 부문은 143조3362억원의 매출로 1위자리를 굳건히했다. 이중 삼성전자는 매출 77조7810억원, 영업이익 14조1210억원, 순이익 11조3250억원을 올리며 경쟁사의 추격을 허락하지 않았다. 매출은 업종 전체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반도체 파동 등으로 신차 출시가 지연된 자동차부문은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약 10% 매출증가율을 나타냈지만, 석유화학에 밀려 3위에 자리했다. 그러나 현대차와 기아는 아이오닉5, EV6 등 전기차가 해외 시장에서 선전을 거듭하며 총체적인 반도체파동을 딛고 두자릿수대의 성장률을 나타내며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