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교육 넘어 조기발견·치유·채무상담까지 연결
금감원장 28일 청소년 교육…학교에서 군대까지 관리체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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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 도박 사이트 [연합뉴스] |
청소년기에 시작된 온라인 도박이 군입대로 끝나지 않는다는 판단에 정부가 대응 범위를 군 장병까지 넓혔다. 국방부와 금융당국, 도박 예방·치유기관이 예방교육부터 조기발견, 상담·치유, 채무 문제까지 함께 관리하는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청소년 자진신고 중심이던 정책이 학교와 군 복무 단계를 잇는 상시 예방체계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와 국방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은 지난 17일 ‘군 장병 도박문제 예방 및 치유·회복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군 장병의 도박을 개인 일탈로만 처리하지 않고 예방과 발견, 치료, 금융문제를 하나의 지원체계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역할도 나눴다. 국방부는 예방교육과 인식 개선, 군 내부의 위험군 조기발견을 맡는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도박으로 발생한 채무와 불법사금융 피해 상담을 지원하고,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은 전문상담과 치유·회복을 담당한다. 향후 기관 간 정보 공유와 사후관리, 공동사업도 추진한다.
정부가 군 장병을 별도 관리대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은 온라인 도박의 특성 때문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장소와 관계없이 접근할 수 있는 데다, 청소년기에 이미 도박을 경험한 일부 청년의 문제가 입대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현장 진단이 나왔다. 지난 17일 열린 정책포럼에서도 군 복무 중 불법도박 경험자 가운데 입대나 임관 전부터 도박에 노출됐던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달라진 병영환경도 정책당국이 들여다보는 부분이다. 포럼에서는 스마트폰 사용 확대와 병사 봉급 상승 등 환경 변화 속에서 장병의 금융생활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다만 봉급 인상 자체를 도박 증가의 원인으로 볼 근거는 없다. 핵심은 온라인 도박 접근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장병이 사용할 수 있는 금융자원을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하도록 교육할 것인가다.
정부 대응도 단순한 ‘도박 금지 교육’에서 벗어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군 장병 금융교육 강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도박과 과도한 투자 등 금융위험 예방교육, 1대1 맞춤형 금융상담, 실전형 교육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5개 기관 협약은 여기에 도박 전문상담과 불법사금융 피해 지원을 연결한 것이다.
도박이 군 내부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이나 불법사금융을 이용하면 연체와 불법추심으로 문제가 확대될 수 있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 금융위와 금감원을 포함한 이유다. 군 복무 중 상담과 치료를 시작한 경우 전역 이후에도 지원이 끊기지 않도록 기관 간 연결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정책포럼에서 제시됐다.
청소년 단계의 예방정책도 동시에 강화되고 있다. 지난 5월 12일부터 각급 학교는 학생을 대상으로 연 2회 이상 도박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사감위와 경기도교육청은 이달 학교별 특성을 반영한 예방교육 모델을 마련해 다른 시·도로 확산하기 위한 협력에도 들어갔다.
금융당국도 직접 학교 현장에 들어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28일 서울 강서구 여명학교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불법도박과 불법사금융 피해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실제 청소년이 겪을 수 있는 대리입금 등 금융피해 사례를 활용했다. 사감위원장과 교육부 장관 등에 이어 진행된 청소년 도박 예방 릴레이 강연의 하나다.
정부 정책의 흐름은 분명해졌다. 학교에서 예방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조기에 찾아 치료하고, 군 복무 단계에서도 다시 발견하며, 도박 빚이 생기면 금융·채무 상담까지 연결하는 방식이다. 청소년과 군 장병을 각각 떼어 관리하던 정책을 연속된 청년층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협약만으로 효과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앞으로는 군 장병 가운데 실제 위험군이 얼마나 발견됐는지, 몇 명이 전문상담으로 연결됐는지, 도박 채무와 불법사금융 피해가 얼마나 해소됐는지를 수치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전역 이후 치료 지속률과 재발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공동대응 체계가 단순 캠페인인지 실질적인 안전망인지 평가할 수 있다.
청소년 도박 대책의 종착점은 학교가 아니다. 도박을 시작한 나이는 달라도 문제는 대학과 직장, 군대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이번에 군 장병까지 예방·치유 체계를 확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박을 끊어야 하는 시점은 적발된 뒤가 아니다. 청소년기부터 군 복무, 사회 진입까지 도박과 빚의 연결고리가 다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다음 단계다.
토요경제 / 김정연 기자 kjy@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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