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1252곳 중 1100여곳 참여… 점유율 57.6% 구조 쟁점
시민단체 “가격 격차 발생” 주장에 배민 “자율 상생 모델” 반박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특정 프랜차이즈에 수수료를 절반 이하로 낮추는 대신 경쟁 플랫폼 판매를 제한하는 조건을 내걸면서 배달 플랫폼 시장의 경쟁 질서가 시험대에 올랐다.
단기적인 수수료 인하 효과와 별개로 점유율이 높은 사업자의 계약 방식이 공정거래법상 허용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받을 수 있을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처갓집양념치킨 운영사 한국일오삼과 협약을 맺고 지난 9일부터 오는 5월8일까지 ‘배민온리’ 프로모션을 시행 중이다.
배민온리에 참여한 가맹점은 기존 7.8%였던 중개수수료를 3.5%로 낮추는 대신 쿠팡이츠 등 경쟁 플랫폼 판매를 중단하게 된다. 전국 1252개 가맹점 중 약 90%인 1100여곳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 점유율 57.6%… ‘자율 계약’과 실질적 압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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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지난달 27일 처갓집양념치킨 운영사 한국일오삼과 업무 협약을 맺고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사진=우아한형제들 |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은 계약의 자율성 여부다.
배민은 “저렴한 중개수수료라는 선택권을 업주에게 제공하기 위한 취지”라며 “관련 법규를 준수한 상생 프로모션”이라고 밝혔다. 참여하지 않아도 앱 내 노출이나 운영 조건에서 불이익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구조적으로 참여하지 않기 어려운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동일 브랜드 매장 간에 쿠폰 지원과 노출 조건이 달라지면 참여하지 않은 매장은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형식상 자율이지만 실제로는 참여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 “쿠팡이츠 등 다른 플랫폼 비중이 높은 매장이라도 배민온리에 참여하면 해당 플랫폼 판매를 중단해야 하는데 이는 점주가 스스로 영업 전략을 선택할 여지를 좁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배달 매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특정 플랫폼에만 입점하도록 유도하면 점주의 플랫폼 종속성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이 구조에서는 참여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어 자발성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가맹점주가 여러 플랫폼을 활용해 매출을 다각화할 수 있는 여지를 제한하는 점에서 가맹사업법상 권리 침해 소지도 있다”고 주장했다.
가맹점주협의회와 참여연대 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등은 지난 24일 배민과 처갓집양념치킨 간 계약이 공정거래법 및 가맹사업법을 위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
이들은 특히 배민의 시장 점유율이 57.6% 수준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경쟁사업자의 거래 기회를 제한하거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조건을 부과할 경우 남용 행위로 판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계약이 ‘배타조건부 거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향후 판단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 경쟁사 맞대응…수수료 경쟁 넘어 거래 구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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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달의민족·쿠팡이츠 BI |
경쟁사인 쿠팡이츠는 일부 수도권 처갓집양념치킨 가맹점에 배민과 동일한 3.5% 수수료율을 제시하고 있다.
내부 관계자는 “특정 플랫폼 판매를 제한하는 조건은 두지 않았다”며 “입점 점주 보호 차원에서 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단순 수수료 인하 경쟁을 넘어 거래 채널 자체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확장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수수료 인하 경쟁은 지속돼 왔지만 경쟁 플랫폼 판매를 전제로 제한하는 방식은 전례가 드물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특정 브랜드를 이용하기 위해 플랫폼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선택권이 제약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다수 이용자가 복수의 배달앱을 병행 사용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소비자 불편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 ‘테스트’에서 ‘확산’으로…공정위 판단이 기준 될 듯
배민은 “이번 성과가 긍정적일 경우 다른 프랜차이즈나 일반 업주로도 확대 적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배달 플랫폼 경쟁은 수수료 인하 중심에서 특정 플랫폼 중심의 거래 구조 형성 경쟁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형식적 계약 자유와 실질적 경쟁 제한 사이의 경계가 어디까지 허용될지에 따라 이번 사례는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의 계약 관행을 가늠하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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