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첫 파업 뒤에도 카카오의 협상은 멈춰 있다

황세림 기자 / 기사승인 : 2026-06-15 15: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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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추가 쟁의 앞두고 후속 교섭 일정조차 정하지 못해
▲ 경제부 황세림 기자
지난 10일 카카오가 창사 이후 처음으로 공동 부분파업을 겪었다.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 노동조합이 함께 행동에 나섰다.

법인별 쟁점은 다르다. 카카오 본사에서는 성과급 산정 방식과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의 성과급 포함 여부가 쟁점이다. 카카오페이에서는 흑자 전환의 성과가 임직원에게 어떻게 배분됐는지를 두고 불만이 나왔다. 사업재편을 겪는 계열사들은 성과급보다 고용안정과 조직개편 원칙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미래 투자와 법인별 경영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조는 성과보상 기준이 불투명하고 사업재편 과정에서도 고용안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고 주장한다.

공시상 보상 격차는 이런 불신을 키운 배경 중 하나다. 카카오의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직원 1인 평균급여는 1억900만원, 미등기임원 평균급여는 4억3700만원이다. 카카오페이에서는 직원 평균급여가 전년보다 5.7% 늘어난 반면 미등기임원 평균급여는 32.2% 증가했다.

직원과 임원의 평균 보수만으로 보상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임원 보수에는 책임 범위와 경영성과 등이 반영될 수 있고, 카카오 직원 평균급여도 낮은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격차 자체보다 서로 다른 보상 결과를 회사가 어떤 원칙으로 설명했느냐다.

그러나 첫 파업이 끝난 뒤에도 양측은 보상과 고용안정의 기준을 둘러싼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카카오는 노조와 거의 매일 대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공식 교섭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성과보상과 고용안정에 관한 구체적인 답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추가 공식 교섭 일정 역시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상적으로 말을 주고받는 것과 협상은 다르다. 협상은 각자의 입장을 전달하는 자리가 아닌 기준과 조건을 조정해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다. 입장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성과급 산정 방식도, 고용안정 방안도 달라지지 않는다.

물론 협상이 멈춘 책임을 회사에만 돌릴 수는 없다. 노조가 성과보상 확대를 요구한다면 회사의 투자 계획과 계열사별 경영 여건을 고려한 현실적인 안을 제시해야 한다. 고용안정을 요구할 때도 모든 변화를 막겠다는 선언보다 사업재편 과정에서 필요한 보호 장치와 적용 범위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는 파업 기간 이용자 불편이 없도록 실시간 대응 체계를 갖추고 서비스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파업을 견딜 준비와 파업의 원인을 해결하는 일은 별개다. 서비스에 차질이 없었다는 사실이 노사 갈등이 가볍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는 29일에는 추가 쟁의가 예고돼 있다. 첫 파업 이후에도 공식 교섭 일정과 협상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더는 소통 부족이라는 추상적인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회사와 노조 모두 갈등을 실제 합의로 연결하지 못한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

카카오는 오랫동안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조직문화의 가치는 갈등이 없을 때가 아니라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드러난다. 회사는 성과와 부담을 나누는 기준을 공개하고, 노조는 현실적인 협상안을 내놓아야 한다.

첫 파업은 노사 간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그러나 첫 파업 이후에도 협상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문제는 신뢰 부족을 넘어선다. 두 번째 파업까지 같은 주장만 반복한다면 그것은 대화 부족이 아니라 협상 실패다. 그 책임은 어느 한쪽만의 몫이 아니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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