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유통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소비자가 상품을 단순 ‘검색’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AI가 취향과 상황을 읽어 ‘추천’하는 방식으로 쇼핑 구조가 빠르게 전환되는 모습이다. 유통업계는 AI를 단순 기술이 아닌 핵심 경쟁력으로 보고 조직·물류·플랫폼 전반에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기획은 1부 ‘검색 없는 쇼핑’을 시작으로 매장 운영과 작업 현장, 플랫폼 경쟁, AI물류 로봇과 드론 배송까지 이어지는 산업 변화와 리스크를 순차적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유통업계의 인공지능(AI) 도입이 고객 서비스 단계를 넘어 조직 내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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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한 AI이미지 |
판매를 보조하던 기술에서 벗어나 상품 기획, 재고 관리, 생산, 물류까지 전 영역을 바꾸는 ‘운영 혁신’ 단계로 진입한 것이다. 기업 경쟁력 역시 매출보다 효율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 MD·마케터도 직접 AI 만든다
CJ올리브영은 전 구성원 업무 환경에 생성형 AI를 도입하며 조직 전반의 업무 방식을 바꾸고 있다.
특히 구글 클라우드의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를 도입해 자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필요한 AI 도구를 직접 만들어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이는 단순한 자동화 도입을 넘어 업무 플랫폼 자체를 AI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이를 통해 상품기획자(MD)와 마케팅 담당자 등 비개발 직군도 시장 조사, 고객 데이터 분석, 재고 관리 등 기존에 수작업으로 진행되던 업무를 AI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반복적인 데이터 분석과 보고서 작성이 자동화되면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매장 운영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AI를 활용해 매장 진열과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운영 효율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유통기업의 경쟁력을 ‘상품’에서 ‘데이터와 운영 역량’으로 이동시키는 신호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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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 응대 |
◆ 고객 응대도 구조 바뀐다
이디야커피는 AI 챗봇과 AI 상담원을 결합해 고객 상담 체계를 재편했다.
이 시스템은 24시간 운영되며 전체 고객 문의의 약 60%를 자동 처리하고 있다. 단순 문의는 AI가 대응하고, 복잡한 상담만 사람이 맡는 구조다.
기존 ‘영업시간 중심 상담’에서 ‘상시 대응 체계’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상담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서비스 개선과 마케팅 전략에 활용된다. AI는 인력을 대체하기보다 업무를 재배치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 공장·조업 현장까지 확산
AI 혁신은 매장과 사무실을 넘어 생산 현장으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성과를 내고 있다. 동원그룹은 공장과 원양어선 등 현장 전반에 AI를 적용하며 운영 방식을 바꾸고 있다.
동원F&B 창원공장은 지난 2022년부터 AI 엑스레이를 도입해 현재 전 생산라인에 적용하고 있다. 하루 평균 180t의 참치를 가공하는 이 공장은 과거 잔가시를 숙련된 작업자의 눈으로 선별해야 했지만, 이제는 AI가 이를 자동으로 검출하고 있다.
AI 도입 이후 이물 클레임은 기존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고, 이후에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원양어선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동원산업은 2024년 AI 챗봇 ‘튜나 버디’를 도입해 다국적 선원 간 소통 체계를 개선했다. 이 시스템은 조업 규정 안내와 번역 기능을 제공하며 24시간 운영된다.
다양한 국적의 선원들이 각국 언어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작업 효율과 안전성도 함께 개선되고 있다.
마케팅 영역에서도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동원F&B는 AI로 생성한 가상 인력을 활용해 제품 디자인과 광고 모델 선정에 활용하고 있다. AI가 수천 명의 가상 인물을 생성하고 분석해 제품에 적합한 모델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기존 경험 중심이던 의사결정 과정이 데이터 기반으로 바뀌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례를 생산성과 품질뿐 아니라 창의 영역까지 확장된 ‘현장형 AI’ 전환으로 보고 있다.
◆ “상품보다 운영”…수익 구조 바뀐다
이 같은 변화는 유통업의 수익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AI를 통해 재고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며 불량을 낮추는 기업이 더 높은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다. 같은 상품을 팔더라도 운영 효율에 따라 실적이 갈리는 시대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AI는 수익성 격차를 만드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AI 도입 자체가 곧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직과 업무 방식이 함께 바뀌지 않으면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기업은 AI를 도입하고도 기존 업무 방식에 머물러 기대한 성과를 얻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결국 AI는 기술보다 활용이 중요하다. 조직에 얼마나 깊게 내재화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AI는 단순 자동화가 아니라 기업 운영 방식을 바꾸는 기술”이라며 “앞으로 유통 경쟁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 효율 뒤에 숨은 리스크…“AI는 만능 아니다”
AI 도입이 확산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만큼 오류가 발생할 경우 재고 관리나 발주 과정에서 직접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추천 시스템 역시 특정 상품이나 브랜드에 쏠리는 ‘편향’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인력 구조 변화도 불가피하다. 상담, 데이터 정리 등 단순 반복 업무는 자동화되면서 일부 직무는 축소 압력을 받고 있다. 반면 데이터 분석과 AI 운영 역량을 갖춘 인력 수요는 늘어나면서 직무 간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AI 도입 이후 고객센터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IT·플랫폼 기업들은 챗봇과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며 상담 인력을 줄이거나 채용을 축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효율을 높이는 도구인 것은 맞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과와 부작용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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