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2대주주로 끌어들이며 새 비젼 펼치려던 경영진은 즉각 반발
3월 정총서 표대결 불가피할듯..양측 지분차이 적어 결과는 예측불허
| ▲K팝계를 이끌어온 하이브의 방시혁 이사회의장과 이수만 SM총괄프로듀서. <사진=하이브, SM제공> |
반전의 반전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현 경영진과 이수만 창업자(전 총괄 프로듀서) 간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카카오가 구주 매입 없이 유증과 CB(전환사채)만으로 10%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하며 2대주주로 올라선다고 전격 발표한 지 사흘만에 이수만 회장이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기업 하이브를 끌어들여 자신의 지분 14.8%를 넘겼다.
이 회장은 현 경영진과 전략적 투자자(SI)이자 2대주주인 카카오가 이 회장을 배제한 데 강력 반발하며, 법적 공방을 예고한 뒤 하이브가 전격적으로 백기사로 투입된 셈이다.
업계에선 하이브의 오너인 방식혁 의장이 K팝을 하나의 산업으로 일궈내는데 일익을 담당한 이수만 회장에 대해 평소 존경심을 갖고 있는 게 이번 지분 거래와 향후 긴밀하게 협력하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브가 비록 이 회장 지분을 대거 인수하며 표면적으로는 SM의 최대주주로 등극했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예측 불허이다. 1대주주가 됐어도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한 반쪽자리 인수이기 때문이다.
카카오 역시 유증과 CB를 보통주로 전환해도 지분율이 채 10%도 안될 뿐만 아니라 하이브를 앞세운 이 회장이 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판을 뒤짚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리스크를 안고 있기는 하이브-이 회장 연합과 마찬가지다.
하이브, 경영권 인수시 K팝계 막강 영향력 예상
하이브는 10일 이수만 회장이 보유한 SM의 지분 14.8%를 4228억 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12만원이며 취득 예정 일자는 다음달 6일이다. 이 회장의 지분 18.46% 중에서 약 80%를 확보한 것이다.
하이브는 단숨에 카카오를 제치고 SM의 새 최대주주가 됐다. 카카오가 지난 7일 2171억5200만원을 투입, SM 지분 9.05%를 확보하며 2대주주가 된 지 사흘만에 하이브가 2천억 이상을 더 투입, 최대주주로 등극한 셈이다.
하이브측은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방시혁 의장과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는 이번 계약 체결에 앞서 K팝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로 이번 주식양수도계약 체결이 이뤄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이브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기업이다. SM은 업계 2위이다. 이런 점에서 하이브가 SM을 인수한 것 자체가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큰 관심사로 떠오를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하이브는 K팝계 월드스타인 BTS의 소속사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높은 지명도를 얻고 있다. 10일 현재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하이브가 등장하기 전까지 빅3로 불리던 SM, JYP, YG를 다 합친 것보다 크다.
| ▲하이브가 SM의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지분을 대거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하이브앞. <사진=연합뉴스제공> |
덩치는 하이브가 크지만 SM은 오랜 경험과 풍부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게 강점이다.다. SM은 '한류'라는 단어를 촉발한 1세대 아이돌 H.O.T.를 필두로 일본 시장을 열어 제친 보아 등을 배출하는 등 1990년대말부터 수 십년간 K팝시장을 선도해왔다.
하이브가 만약 추가 지분 확보와 주총의 벽을 넘어 SM의 경영권을 완벽히 장악하게 된다면, K팝계 두 거대기업의 결합에 의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동시에 글로벌 K팝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BTS를 필두도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엔하이픈, 뉴진스, 르세라핌 등 인기 K팝스타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SM도 이에 밀리지 않는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엑소, NCT, 에스파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K팝스타들이 즐비하다.
업계에선 "하이브와 SM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막강 자본력, K팝 시장의 영향력 등을 두루 감안한다면, 양사의 결합은 그 자체로 경쟁기업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소위 '넘사벽'이 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글로벌 K팝 시장에 큰 충격을 안길 것"이라고 전망한다.
경영진 즉각 "적대적 M&A 반대" 입장 내며 반발
그러나 이같은 장및빛 전망은 어디까지나 하이브가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고, 무난하게 SM의 경영권을 넘겨받았을 때 가능한 일이다.
하이브가 비록 SM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지만, 현 보드진(이사회)은 하이브에게 순순히 경영권을 넘겨줄 리 만무하다.
SM의 현 경영진은 이달 초 발표한 미래 비젼 'SM3.0'과 연합군인 카카오와 협업하는 데 올인한 상태다. 특히 SM3.0의 근간은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를 철저히 배제한 전략이며, 경영진과 내부직원들은 이수만-하이브 연합에 대해 적대적이다.
하이브가 SM의 최대 지분 확보 공시가 뜨자 마자 SM측이 즉각 반발하고 나선게 이를 방증한다. SM경영진은 10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하이브의 이 회장 지분 인수 등 모든 적대적 M&A에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동조하는 경영진은 센터장 이상 상위 직책자 25명에 달한다.
이성수·탁영준 SM의 공동대표 및 경영진은 “특정 주주·세력에 의한 SM의 사유화에 반대하며,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강조했다.
현 상황을 종합하면 양측의 대승적인 차원에서 대타협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최대주주인 하이브-이수만 연합과, 경영진-카카오 연합의 매우 복잡한 경영권 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과도 예측불허다. 하이브측이 소액주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통해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선다고 밝히고 있지만, 양측의 지분율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하이브측이 다음달 1일까지 소액주주를 상대로 최대 25% 지분을 주당 12만원에 공개 매수하기로 했지만, 순조롭게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특히 SM의 주주들은 현 경영진의 신 경영전략에 우호적인데다 하이브측의 공개매수 가격과 물량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 변수가 될 수 있다. SM을 상대로 주주 활동을 펼쳐온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10일 하이브에 지분 공개매수 가격 인상과 규모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얼라인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SM이 SM3.0 멀티프로듀싱 전략을 실행할 경우 기대되는 매출·영업이익 상승 여력, 그리고 비핵심 사업·비영업자산·내부거래 정리를 통한 효율화 효과를 감안할 때 주당 12만원은 너무 낮다"며 매수가격을 대폭 인상하고 물량도 늘려달라고 주장했다.
원칙적 입장 고수하며 일단 사태 관망하는 카카오
얼라인은 작년 SM의 지배구조개선고 이 회장의 개인회사 일감몰아주기 등을 지속적인 문제제기로 이수만 회장의 퇴진을 이끌었던 행동주의펀드다. 결국 이 회장은 작년 10월14일 SM 이사회 결의로 지난 12월31일부로 총괄프로듀서 계약이 종료됐다. 경영 2선 퇴진 이후 마지막 남은 프로듀서 직함마저 어쩔 수 없이 내놓으며 SM 내에서의 존재감을 상실한 것이다.
하이브의 등장에 당황하기는 카카오도 마찬가지이다. SM을 통해 다양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추진하려던 카카오로선 강력한 경쟁자인 하이브의 최대주주 등극이 달가울리 만무하다. 게다가 하이브는 카카오의 영원한 라이벌 네이버와 각각의 계열사가 물리화학적으로 엮여있는 전략적 파트너 관계다.
카카오측은 일단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말을 최대한 아끼는 눈치다. 카카오도 이날 “에스엠과 오랜 기간 다양한 사업 협력을 논의해왔다”며 3자배정 유증과 CB인수에 대한 당초 계획을 재확인했다.
하이브 측의 소액주주 대상 추가 지분 공개 매수와 관련, "카카오는 현재로선 추가 지분 인수 계획이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혀 법원의 가처분 인용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하이브 뜻대로 SM의 경영권마저 넘어가고, 이수만 회장의 입지가 다시 강화된다면 카카오와 현 경영진이 꿈꾸는 전략전술 자체가 송두리째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카카오 측이 그냥 수동적으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결국 하이브-이수만 연합과 경영진-카카오 연합 간의 물러설 수 없는 SM 경영권 분쟁은 내달 열리는 SM의 정기주총에서 표대결로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이번 SM 정총의 주요 안건중 하나는 임기가 만료되는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의 재선임 문제까지 걸려있다.
물고 물리는 경영권 분쟁 예고와 추가 지분 공개매수 선언으로 인해 SM의 주가는 이날 16.45% 폭등하며 11만4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하이브는 전일대비 1.51% 하락한 19만5300원, 카카오는 4.65% 떨어진 6만7600원에 장을 마치며 대조를 보였다.
엔터 업계에선 "양측이 모두 리스크를 안고있는 만큼 대타협이 이뤄질 개연성을 완전 배제하긴 힘들다"면서도 "그러나, 서로 갈등의 골이 깊고 지분율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 SM의 경영권 분쟁은 내달 정총에서 표대결로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높다"고 보고 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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