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미국 나서자 러시아 '화들짝'

김태관 기자 / 기사승인 : 2022-05-06 19: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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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물 건너간 전승절 러의‘승리 선언’
파괴된 러시아 전차에서 떨어져 나온 포탑 [사진=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휘청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러시아 전승절(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5월 9일)에 맞춰 ‘전쟁 승리’ 선언을 하려던 푸틴의 계획은 일단 물건너 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난 5일(현지시각)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는 "러시아군은 이지움·리만·슬라뱐스크·크라마토르스크 등 우크라이나 동부 소도시를 한데 모아 공세를 펼치려고 했으나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실패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은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에 빼앗겼던 하르키우 주변 루스카 로조바·쿠투지우카·스타리 살티우 마을 등을 되찾았다"며 "이들 마을 주변에 아직 러시아군이 일부 남아 있지만 이미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하루 50~80건에 달하던 러시아군의 포격과 로켓 공격은 우크라이나군의 해당 지역 탈환 후 하루 2~5건 정도로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군사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수시로 바뀌는 러시아군 야전 사령부의 위치 정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며 "이는 첩보위성과 상업위성을 활용했다"고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그동안 미국이 준 위치 정보와 도·감청 정보에 자체 정보를 결합해 러시아군 장성 12명을 사살하는 등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존 커비 미국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정보와 첩보를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어떤 정보를 제공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산 재래식 무기의 자체결함과 방산 비리도 러시아군의 고전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1000대가 넘는 러시아 탱크와 2500대의 장갑차를 파괴했다"며 "이달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러시아 전승절 기념행사에 동원할 군사 장비를 축소해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군사정보 사이트 '오릭스' 역시 "지난 두 달간 최소 313대의 러시아군 탱크가 파괴됐고 287대는 버려지거나 노획되는 등 총 600여대가 기능을 상실했다"며 "장갑차는 160대 이상이 파괴됐고 166대는 버려지거나 노획되는 등 최소 총 327대의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이는 1971년 양산된 러시아 전차의 치명적 설계상 결함이 가장 큰 요인이다. 지난 1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군 주력 탱크 T-72에서 '잭 인 더 박스(Jack in the box)' 현상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러시아 전차의 설계상 치명적인 결함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잭 인 더 박스'란 상자 뚜껑을 열면 내용물이 튀어나와 상대방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장난감을 부르는 말로 러시아군 탱크가 공격을 받으면 포탑이 통째로 하늘로 튀어 오르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T-72는 사격 속도와 기동성에 초점을 맞춰 설계돼 차체와 장갑은 가볍고 얇으며 포탑은 납작하다. 특히 빠른 포격을 위해 포격병, 지휘병 바로 발밑에 최대 40발의 탄약을 공급하는 자동 장전 장치를 설치한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이 때문에 T-72의 얇은 측면이나 후면 쪽이 적에게 타격을 받으면 탄약이 연쇄 폭발을 일으켜 포탑이 공중으로 날아가는 현상이 생긴다.

최근 러시아군의 더딘 움직임은 중국산 싸구려 타이어를 장착한 장갑차가 원인이란 분석도 나왔다. 원인으론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방산 비리가 그 배경이란 분석이다.

지난 1일(현지시각) 뉴질랜드타임스는 "러시아 국방 예산은 1년에 600억 파운드(약 95조4000억원)에 달하지만 부패한 러시아군 고위직이 방산 비리를 저질러 장갑차에 값싼 중국제 타이어를 사용했다"고 폭로했다.

나토(NATO)군은 미쉐린 XZL 타이어를 사용하는 데 반해 러시아군은 이를 모방한 중국산 '황해YS20'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쉐린 XZL 타이어는 세트당 3만6000달러(약 4560만원)에 달하지만 황해YS20은 150분의 1 수준인 208달러에 불과하다.

실제로 최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북동쪽으로 행군하던 중 장갑차가 습지나 험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하면서 보름째 별다른 진군조차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푸틴이 러시아의 승전선언이 사실상 힘들어졌거나 최소한의 승리선언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조차 핵 도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칼리닌그라드 육상과 해상에서 가상 적국의 주요시설을 목표로 핵미사일 공격을 하는 훈련과 이후 적의 핵 보복을 피하는 시뮬레이션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칼리닌그라드는 발트해 연안의 역외 영토로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 지역이다. 이 같은 핵 훈련은 그동안 나토군사동맹에 가입하지 않았던 스웨덴과 핀란드가 최근 나토에 가입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토요경제 / 김태관 기자 8time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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