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법 교묘히 이용
소비자 집단 소송 확산
"외국기업, 오만하다" 비난
[토요경제신문=여용준 기자] 한국 소비자들을 속칭 ‘호갱’ 취급하는 외국계 기업들이 점점 도를 지나치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소비자들을 ‘대놓고 무시’하는 폭스바겐과 이케아의 태도에 대한 분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 가운데 폭스바겐은 미국 소비자와 한국 소비자에 대한 차별적 배상을 하는 것은 물론 한국정부의 조치에 대해서만 유독 강경한 태도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과 다른 국내 법 체계를 이용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 폭스바겐, 미국은 1만달러 보상…한국에는 ‘강경’
지난 1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디젤차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하고서도 유럽 배기가스 규제 기준인 '유로5'를 충족했다고 허위·과장 광고를 한 폭스바겐 전·현직 임원 10명을 검찰에 고발하는 의견을 전원회의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등에 따르면 이날 공정위 사무처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심사보고서를 최근 공정위 전원회의와 폭스바겐 측에 전달했다. 이와 함께 최대 800억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12일 폭스바겐 측의 배출가스 서류조작과 관련해 79개 차량 모델에 대한 인증 취소 방침을 통보한 후 청문회에서 소명하도록 했다.
폭스바겐 측은 자체 법무팀이 아닌 외부 법률대리인을 통해 소명에 나설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이 행정소송을 염두해둔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는 이보다 앞서 지난해 11월 연비조작 혐의로 폭스바겐 차량 12만5522대에 대한 리콜명령을 내렸다. 이들 차량은 ‘유로5’ 기준이 적용된 모델이다.
‘유로5’는 유럽연합에서 정한 배출가스 규제 기준으로 ‘유로4’보다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입자상물질 등 각종 오염물질을 24-92%까지 줄여야한다.
정부의 이같은 강력한 규제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은 소위 ‘배째라’ 식으로 대처에 소비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 14일 딜러사들에게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생각이 없음을 공지했다.
토마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딜러사에게 “딜러 파트너사와 고객들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 말씀드린다”며 “지금 저희가 힘든 상황에 처해 있지만, 저희는 여전히 한국 시장에서 견고한 입지를 유지해나갈 것이며 미래 계획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폭스바겐은 지난달 29일 한국 소비자들에 대해 배상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1인당 최고 1만달러(한화 약 1160만원)를 배상한 것과는 다른 태도다.
폭스바겐 한국법인은 “한국은 미국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배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폭스바겐의 이같은 태도에 반발해 집단 소송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 폭스바겐 그룹의 연비조작 사태에 대해 집단소송을 제기한 누적원고인단 수가 총 4500여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 이케아, 어린이 사망사고 서랍장…한국만 계속 판매
이케아는 어린이 사망사고를 일으킨 서랍장 말름(MALM)을 국내에서만 계속 판매하겠다고 밝혀 소비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과 캐다나에서 말름 서랍장 판매를 중지했다는 점에 비춰 형평성에 어긋나는 조치라고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달 해외에서 자발적 리콜(결함 보상)을 한 말름 서랍장에 대해 국내 유통 현황과 환불 등의 조치 계획을 보고하라고 최근 이케아코리아에 요구한 바 있다.
이케아는 말름 서랍장이 앞으로 넘어지면서 어린이가 숨지거나 다치는 일이 잇따르자 미국에서 2900만개, 캐나다에서 660만 개의 서랍장을 리콜하기로 한 바 있다.
국표원이 이케아코리아의 조치 계획을 검토한 결과 이케아 측은 이미 판매한 제품에 대해 미국, 중국과 동일한 조건으로 국내에서 제품 환불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케아는 미국, 캐나다 등에서의 조치와 달리 국내에서 말름 서랍장을 계속 판매한다는 입장이었다.
또 원하는 고객에게만 서랍장 벽고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해 국내 소비자에게 피해 예방 조치 계획을 널리 알리기 위한 방법이 미흡하다고 국표원은 판단했다.
국표원은 이에 따라 이케아 측이 리콜 등 조치 계획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서랍장이 넘어지지 않도록 무료 벽고정 서비스를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또 말름 서랍장의 국내 판매를 아예 중지하거나 판매를 하더라도 소비자가 서랍장 벽고정 서비스를 확실히 받을 수 있게 해줄 것을 이케아코리아에 요청했다.
생활정보를 교환하는 카페 등 일부 인터넷 카페에서는 이케아의 이런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와 불매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아이디: bae****)은 “외국 브랜드들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리콜 조치를 안 하려고 한다"며 "폭스바겐도 그렇고 왜 그럴까? 우리나라가 우스운가?”라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아이디: rai****)은 “우리나라 아이들은 아직 사고가 안 나서 그런 것인지(대책이 미흡한지)”라고 반문하며 “옥시·폭스바겐·이케아까지, 우리(한국 소비자)가 봉인가보다”라고 적었다.
앞서 옥시 역시 가습기 살균제로 많은 사망자와 폐질환자 피해를 내고도 수년간 강경한 태도를 유지한 바 있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