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政 “월·화 연차 사용 독려”
勞 “대기업만 쉬는 날” 한숨
경기불황·구조조정 여파
고용 걱정에 추석 ‘남의 일’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추석 연휴가 10일부터 최대 9일 동안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연휴 특수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8월14일 ‘임시공휴일’ 지정과 관련해 “경제 전체에 생산 유발액 3조 8500억원, 부가가치 유발액 1조3100억원의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기 불황으로 인한 냉랭한 기업 분위기와 관련해 제대로 쉴 수 있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대기업만의 명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한진해운 물류대란과 조선 빅3 파업 등으로 협력업체들에게 명절은 ‘남의 일’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개 단체에 추석 연휴에 연차를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오는 12일과 13일에 연차를 활용하면 총 9일 동안 연휴를 즐길 수 있다.
삼성과 현대차, 포스코 등 대기업 상당수는 정부 방침대로 휴가 사용을 권장하기로 했다.
그런데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정부의 연차 사용 권장은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만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기업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일수록 부족한 인력에 추석 연휴로 조업일 수도 줄어 납기를 맞추려면 야근을 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지금 한창 일해야 할 시기다.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은 타격이 상당히 큽니다. 이건 중소기업을 배려하는 정책이 아니라 ‘망하든 말든 알아서 해라’는 식의 발상“이라며 비난했다.
어린이날과 이어지는 지난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을 때도 중소기업들은 제대로 쉬지 못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이에 대해 김준영 한국노총 대변인은 “추석 연휴 이틀 더 쉬게 했으니까 노동시간이 주는 게 아니라 실제 총 일의 양을 줄여서 노동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내수경제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조선·해운 협력업체들은 조선업 불황과 구조조정 등이 맞물리면서 역대 가장 침울한 명절을 앞두고 있다.
실적 악화로 대금 조기지급 조차 쉽지 않게 되면서 협력업체 대표들은 인건비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신청한 협력업체 대표는 “추석을 앞두고 인건비 마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5억원을 받았다”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근로자들 분위기도 침울하긴 마찬가지다.
협력업체의 한 근로자는 “일감이 없으니 사무직 몇 명만 나와 일터가 썰렁하다”며 “월급까지 밀려 추석 지낼 걱정이 태산”이라고 털어놨다.
한 트레일러 운전기사는 “조선기자재 업체의 운송 물량이 절반가량 줄었다”며 “농산물이라도 배달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 협력업체도 추석을 앞두고 침통한 분위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열린 해운업 관련 합동대책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 논의를 토대로 협력업체 및 중소 화주 지원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조사 결과 한진해운과 상거래 관계가 있는 협력업체는 총 457곳, 채무액은 약 6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이 402곳으로 상당 부문을 차지했고 이들의 상거래채권액은 업체당 평균 7000만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과 지자체가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한진해운에 선박과 물품, 기름, 인력 등을 공급하는 업체들은 줄해고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 지역 거래 업체만 1200여곳에 이르지만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이 사라지면서 줄도산할 위기에 처해졌다.
김영득 부산항만산업협회장은 “결국 작은 업체들도 구조조정 할 수 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부산 주력산업인 신발 등 레포츠 용품 업체들의 경우 해외공장에서 만들어 한진해운 배로 실어온 신상품이 바다에 묶여있고 수입육 냉동컨테이너 150개도 입항이 늦어져 추석 대목을 날릴 지경이다.
소매업자들은 “추석 전에 판매해야 하는데, 대목을 날릴 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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