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일대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몸집이 거대해진 대기업들이 지속적인 경기불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분사’라는 초강수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할 것을 주장했다.
외신에 따르면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자회사인 블레이크 캐피털(Blake Capital)과 포터 캐피털(Potter Capital)은 지난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삼성전자의 분사와 주주에 대한 특별배당 등을 요구했다.
이들 펀드는 먼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눠 미국의 나스닥에 각각 상장할 것을 주장했다.
스마트폰·반도체·가전사업을 모두 망라하고 있는 현재 구조는 주식시장의 저평가를 초래하기 때문이라는게 그 이유다.
이들 펀드는 삼성전자를 2개로 분리한 뒤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할 수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렇게 삼성전자의 구조가 바뀌면 지금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에서 벗어나고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주요 종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2개 펀드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은 0.62%이다.
이들은 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독립적인 3명의 이사를 이사회에 추가하라고도 요청했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주주들을 위한 특별배당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기 배당과 별개로 현재 700억 달러(약 78조 원)에 이르는 현금 중에서 총 30조 원, 주당 24만5000원을 배당하라는 것이다.
또 삼성전자 운영회사 잉여현금흐름의 75%를 주주에게 돌려주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오너 일가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지주회사 전환과 분사는 솔깃한 제안일 수 있지만 갤럭시노트7 사태로 3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특별배당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삼성전자는 엘리엇의 제안에 대해 “엘리엇 측은 삼성전자의 주주이고, 주주의 제안에 대해서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당장은 수용이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내년 상반기 중 건설장비와 전자 등 비조선 분야를 떼어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선업 수주절벽으로 인한 경영 합리화의 일환으로 풀이되고 있다.
16일 금융권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전기전자시스템사업부와 건설장비사업부 등을 분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전기전자시스템사업부는 변압기·차단기·배전반 등을 건설장비사업부는 굴착기·지게차 등 중장비를 각각 생산한다.
두 사업 부문의 매출액 합계는 4조730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약 18%, 고용 인원은 약 4200명으로 전체 인원의 약 20%에 해당한다.
현대중공업은 비조선 사업부문을 분사한 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비조선 부문 분사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13일과 14일 추가적인 인력 감축에 반대하며 7시간 동안 파업을 벌였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업 불황 장기화에 대비하고 각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경영 합리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업 재편 방향이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의 인적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태원 회장과 SK 관계사 CEO들은 지난 12일부터 2박 3일간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CEO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 일부 관계사는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를 중심으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영역을 발굴해 장기적으로 중간지주회사 도입과 같은 회사의 지배구조까지 바꾸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7일 “지난주 SK그룹 연례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중간지주회사 도입 등 지배구조 개편방안이 공론화됐다”며 “SK그룹이 중간지주회사로 개편되면 사업 효율성 제고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생기고 기업 인수·합병(M&A) 등 투자가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중간지주회사 도입의 연장 선상에서 SK텔레콤이 인적분할 할 가능성이 크다”며 “SK텔레콤을 투자부문(가칭 SKT홀딩스)과 사업부문(가칭 SKT사업)으로 인적분할하면 SK 자회사로 SKT홀딩스가 자리잡고 SKT홀딩스는 SKT사업, SKT플래닛, SK하이닉스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SK텔레콤은 정부 규제를 직접적으로 받는 기간통신 사업자라는 점에서 M&A 등에 걸림돌이 많지만 중간지주회사로 SKT홀딩스를 신설하면 국내외 유망 기업의 M&A와 지분 투자를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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