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최순실게이트’는 여러 가지 면에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최고 국가기관의 문서보안이 허무하게 뚫렸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방산자료나 기업 자료가 유출된 사례는 적잖게 보도가 됐지만 최고 국가기관이 뚫렸다는 사실은 국가 보안시스템 자체에 대한 불신을 갖게 한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상 청와대에서 생산한 문서는 무단 대외유출이 금지돼있다.
특히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은닉 또는 유출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사전유출 의혹을 제기한 JTBC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씨 소유의 PC에서는 박 대통령 연설문과 각종 회의 발언자료를 담은 파일이 44개나 발견됐다.
이 중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사전유출로 의심되는 문건만 해도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2013년 5월18일) ▲국무회의 발언자료(2013년 7월23일, 2013년 8월6일) ▲첫 지방자치 업무보고(2013년 7월24일) ▲수석비서관 회의 발언자료(2013년 10월31일) ▲통일대박론 구상을 담은 독일 드레스덴 연설문(2014년 3월24일) 등이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문에서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며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씨에게 연설문 등이 사전유출 된 게 사실이라면 정확한 유출경로와 범위, 시기 등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JTBC는 보도에서 문건 전달자를 박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라고 표현했다는 점에서 누가 전달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통령 기록물은 무단유출은 금지되지만 국회 또는 당청간 업무협조 등을 위해 문서를 외부로 전달할 경우 누구에게 어떤 서류를 보냈는지 신고해야 하고 사이버보안 관련 부서에서 이를 수시로 체크하도록 돼있다.
또 청와대 보안시스템상 내부에서 생산된 문서를 온라인으로 발송하려면 허가를 받아 내부망 공식이메일 계정을 통해서만 전송할 수 있다. 공식이메일을 통한 외부 발송은 민정수석실의 허가를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내부 인사의 도움이 없이는 외부로 문서 유출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씨에게 유출된 보고서에는 이미 거론된 연설문이나 발언자료 수준을 넘어 조직개편안이나 외교·안보자료 등 국정운영이나 경제정책·인사·공무와 관련된 자료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국가기관의 보안 수준이 이 정도라면 다른 국가기관도 ‘철통보안’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군부대나 방위산업체의 보안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경대수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국군기무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정보보안의 핵심인 군사기밀이 총 69건 유출됐고 총 51명이 여기에 가담했다.
경 의원은 4년 반 동안 총 51명(현역 군인 26명, 민간인 25명)이 69건의 군사기밀을 유출했고 Ⅱ급 정보가 31건, Ⅲ급 38건의 정보가 외부로 새 나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4일 국내 주요 방산업체 10곳 중 4곳에 도청 방지장치가 없어 보안에 취약하다고 전했다.
이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매출 기준 국내 10대 방산업체 가운데 도청을 24시간 감시하는 ‘상시형 도청 탐지장비’를 갖춘 기업은 2곳에 불과했다.
구형 도청기는 탐지할 수 있으나 첨단 도청기는 찾아낼 수 없는 ‘이동형 도청 탐지장비’를 갖춘 업체는 4곳이었다.
상시형과 이동형 도청 탐지장비를 모두 갖추지 않은 방산업체는 4곳이나 됐다.
지난 6월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북한이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 SK와 대한항공 등을 해킹해 방산자료 포함 4만2000건의 자료가 유출됐다.
여기에는 대한항공에서 유출된 자료는 미군 전투기인 F-15 부품 설계도면과 우리 군의 무인정찰기 매뉴얼 등이고 SK에선 국방부의 ‘군통신 노후 장비 교체’ 사업 입찰 제안서와 내부 업무 자료 등이 포함됐다.
방산기업들은 이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임직원 대상 보안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방산기업 중 한 곳인 현대로템은 경기도 의왕 본사에서 ‘산업기술 보안 현황 및 대응방안’을 주제로 사내 보안 교육을 실시했다.
또 다른 방산기업인 한화도 서울 장교동 본사에서 국군사이버사령부 전문가를 초청해 ‘방산기업 사이버 위협 및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로 임직원 보안의식 강화 교육을 진행했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