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금융권' 채용비리 논란 확산…"CEO 책임지고 떠나라" 비판 거세

유승열 / 기사승인 : 2018-02-01 16: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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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 13건 '최다'…국민은행, 윤종유 회장 친인척 '특혜'
은행들 "정당한 절차에 의해 채용…사실무근" 부인
"죄질 무거워…CEO들, 사퇴하고 법의 심판 기다려야"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본사.<사진=각사>

[토요경제=유승열 기자] 금융권 내 '채용비리'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그중에서도 채용비리 건수가 가장 많은 KEB하나은행과 윤종규 KB금융지주의 처조카가 특혜채용된 KB국민은행이 타격을 입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고경영자(CEO) 해임 등 중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이들 회사의 수장들의 자리도 위태해졌다.


◆금감원, 5개 은행 채용비리 적발…윤종규 회장, 조카 특혜채용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채용비리가 의심되는 사례 22건을 적발했다. KEB하나은행이 13건으로 가장 많고 KB국민은행과 대구은행 각각 3건, 부산은행 2건, 광주은행 1건이다. 금감원은 이들 은행들에 대해 검찰에 고발했다.

그중 KEB하나은행은 2016년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6건을 저질렀다. 은행 사외이사와 관련된 지원자는 필기전형과 1차 면접에서 최하위 수준이었지만 전형 공고에도 없는 '글로벌 우대' 전형을 통과했다. 임원 면접 점수도 임의 조정됐다.


또 특정 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의 임원 면접 점수를 올린 대신 수도권의 다른 대학 출신 지원자의 점수는 내렸으며, 계열 카드사의 사장 지인 자녀도 임원 면접 점수가 불합격권(4.2점)이었지만, 점수를 4.6점으로 임의 조정해 합격시켰다.


국민은행은 2015년 채용 청탁으로 3건의 특혜채용을 했다. 전 사외이사의 자녀는 서류전형에서 공동 840등이었는데, 서류통과 인원이 870명으로 늘어나며 취업에 성공했다.


특히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친인척은 서류 전형 840명 중 813등, 1차 면접 300명 중 273등을 했지만 2차 면접에서 채용담당 부행장 등이 최고등급을 주면서 120명 중 4등으로 최종 합격했다.


금감원은 조사 과정에서 "윤 회장의 조카"라는 진술을 받았지만, 윤 회장과 성(姓)이 달라 처조카로 판단하고 있다.


이외에 신한은행 역시 채용비리에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안은 다른 은행보다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국민은행은 "채용 관련 논란이 되고 있는 직원들은 정상적인 기준과 절차에 의해 채용됐다"며 "향후 조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출근길에 기자와 만난 허인 국민은행장은 "오늘 그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말자"며 답변을 피했다.


이날 윤 회장은 서울 여의도 본점이 아닌 명동 사무실로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은 채용비리 사실이 없으며 특혜채용 청탁자도 없다고 일축했다. KEB하나은행은 글로벌 인재는 해외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별도 심사를 진행해 채용한 것이라며 특정인을 위한 면접점수 임의 조정 사실이 없고, 특정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점수 조작 사실 없으며 입점대학 및 주요거래대학 출신을 채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 노조협의회가 1일 오전 6시30분부터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로비와 임원용 엘리베이터 앞에서 '친인척 채용비리 윤종규는 퇴진하라'는 내용의 대형 피켓을 들고 윤종규 KB금융 회장 출근 저지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KB국민은행 노동조합>

◆"국민·하나은행 죄 무거워…CEO 사퇴해야" 비판 거세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각 은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최고경영진이 직접 채용비리에 연루된 전무후무한 짓을 벌였다는 점에서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라며 "KEB하나은행도 그 내용 또한 점수 조작으로 사외이사 및 계열사 사장 지인을 채용하고 특정대학 출신을 뽑기 위해 다른 합격자들을 불합격시키는 등 매우 악질적"이라고 비판했다.

금융노조는 CEO가이 직접 채용비리를 저지르고, 점수를 조작하면서까지 사외이사 및 계열사 사장의 지인을 채용한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죄가 매우 엄중한 만큼 행장과 지주회장 모두 즉각 사퇴하고 법의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KB금융 계열사 노조로 구성된 KB금융 노조협의회는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로비와 임원용 엘리베이터 앞에서 '친인척 채용비리 윤종규는 퇴진하라'는 내용의 대형 피켓을 들고 윤종규 KB금융 회장 출근 저지 집회를 열었다.

국민은행 노조는 "사외이사 문제가 단순히 회장 선임과정의 문제를 넘어, 은행과 KB금융 전반에 걸친 비리와 부패의 문제일 수 있음을 드러내는 단면"이라며 "윤 회장과 허인 국민은행장은 금융당국의 중징계 철퇴를 맞아 끌려나가는 전에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강조했다.

KEB하나은행 노조는 금감원이 확인한 22건의 채용비리 의혹 중 절반 이상인 13건이 하나은행에서 이뤄졌다며 조사 시기 이전에도 이 같은 비리가 만연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한 KEB하나은행 노조위원장은 "사외이사 관련 특혜채용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며 "향후 김정태 회장 퇴진 투쟁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 "사실일 경우 CEO 중징계"…지주 회장, 행장들 자리 비우나
금융권은 채용비리에 휩싸인 이들 금융사의 CEO들이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자리를 떠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금감원은 검찰 수사결과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무방해죄가 밝혀지면 중징계 대상"이라며 "금융위원회도 채용비리가 드러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는 해임을 권고할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위 역시 금융회사 채용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금융회사지배구조법과 은행법에 근거해 해당 금융회사 이사회에 CEO와 감사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경고 한 바 있다.


여기에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채용비리 사태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난 만큼 이들의 자진 사퇴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의 경우 채용비리 중에서도 중징계를 받을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 적발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사태로 연임에 성공한 윤 회장이 최악의 경우 회장직을 떠날 수 있으며, 함영주 KEB하나은행은 물론 3연임에 성공한 김정태 회장까지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자영업자 금융지원 강화를 위해 국민은행 사당동지점을 방문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은행권 채용비리에 대해)문제가 있다는 생각 가지고 있다. 검사 결과에 대해서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CEO 징계에 대해) 얘기를 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검찰에서 문제가 확인된 다음에 생각해봐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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