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갑’ 내려놓기 싫은 ‘갑질’

정동진 / 기사승인 : 2018-06-27 16: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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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정동진 기자] 이른바 ‘물벼락 갑질’ 논란 파문이 한진그룹 총수 일가로 번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물벼락 갑질’의 장본인인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의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이다.

이 이사장이 운전기사·가정부·직원 등에게 일상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자택 공사 하던 작업자에게 폭언하는 상황을 담은 것이라는 음성파일까지 공개되고 있다. 음성파일에는 한 여성이 고성을 지르며 “세트로 다 잘라버려야 해. 잘라. 아우 저 거지 같은 놈. 이 ××야. 저 ×× 놈의 ××. 나가” 등의 욕설을 하는 게 담겨 있다고 한다.

이 이사장이 자신을 몰라보고 “할머니”라고 부른 직원에게 폭언을 하고, 그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는 증언도 보도되고 있다. 인천공항 대한항공 일등석 라운지를 두 딸과 함께 찾았다가 음식이 식었다며 접시를 집어 던졌다고도 했다.

조 전무의 언니인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이후 일련의 ‘갑질’에 대한 성토가 줄을 잇자, 정부는 ‘갑질’에 대한 조사에 나서겠다고 했었다. 정치판은 ‘법’을 만들어 ‘갑질’을 혼내겠다고 하기도 했었다.

몇몇 ‘갑’의 경우는 계약서 등에서 ‘갑을’이라는 말을 아예 없애버리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갑을 관계’를 바로잡겠다는 ‘양심선언(?)’이었다.

그랬는데도 ‘갑질’은 여전히 없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 시민노동단체 ‘직장 갑질119’에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접수된 직장 내 폭행 관련 제보가 200여 건이나 되었다는 것을 보면 그렇다. 그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게 42건에 달했다고 한다. 그 42건 중에서는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일반폭행이 24건, 흉기 등 위험한 물건으로 폭행한 특수폭행도 4건이나 되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부의 조사도, 정치판의 ‘법’ 제정도, 기업의 ‘양심선언’도 마지못해서 시늉만 냈던 ‘면피용’이 아니었던가 싶어지고 있다. 자기들 스스로가 ‘갑’인데, 그 짭짤한 ‘갑’의 지위와 끗발을 내려놓을 마음이 좀처럼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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