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형마트 쉰다고 전통시장이 살아나나

김자혜 / 기사승인 : 2018-09-10 16: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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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김자혜 기자] 주말을 이용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소비자라면 헛걸음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한 달에 두 번, 대형할인점 의무휴업일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지난 9일 대형마트 휴무일을 깜빡 잊고 헛걸음을 했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은 지난 2012년 3월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을 통해 시행됐다. 이 법안은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개정은 전통시장을 돕자는 목적이 가장 컸다. 2013년 법원은 대형마트 영업 제한을 적법하다고 판결했고 이듬해 서울고등법원은 대형마트 영업제한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전통시장에 도움이 안 될뿐더러 소비자의 선택권도 제한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다음 해인 2015년 11월 대법원은 대형유통업체 6개사가 지역자치단체 서울 동대문구와 성동구를 상대로 낸 상고심을 깨고 지자체의 손을 들어줬다. 의무휴업일 지정으로 인해 얻으려는 목적이 공익을 위한 것이며 보호할 필요성도 크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6월 헌법재판소도 이 법안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대법원의 판결로부터 만 3년이 다 되어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인해 전통시장 매출 상승에 도움이 되었을까? 대답은 ‘아니오’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전체 전통시장 매출은 2005년 27조3000억 원에서 2015년 21조 1000억 원을 기록, 6조2000억 원가량 줄어들었다.


규제가 추구하는 목적과 반대되는 사례도 있다. 인천 청라지역에 대형마트가 들어서자 인근에 있는 전통시장 매출도 동시에 증가했다는 통계다. 지난해 11월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통산업규제가 소비자 후생과 도시재생에 미치는 영향’ 세미나를 통해 롯데마트 청라점 오픈 첫해인 2012년 정서진 중앙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36.97% 뛰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인근에 있는 거북시장은과 가좌시장은 각각 전년 대비 333%, 10.26%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한 전문가는 전통시장이 살길은 ‘특성화’밖에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대카드가 사회공헌 프로젝트로 참여한 광주 송정역 시장은 성공적인 특성화 시장으로 손꼽힌다. 시장이 생겨난 연도를 반영해 ‘송정역 시장 1913’이라고 이름 붙였다. 시장 내 점포는 ‘1972 양장점’, ‘1985 중앙통닭’ 식으로 이름 붙여 점포의 전통과 과거를 전한다. 색다른 시도로 송정역 시장은 젊은 층이 인증사진을 찍는 SNS 명소가 되기도 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편의성과 자체상품개발, 서비스를 유지하는 대형마트에 틈에서 전통시장이 살아남는 방법은 자생할 수 있는 고유의 상품개발과 서비스 경쟁력을 갖추는 데 있다.


일본 교토에는 100년을 버틴 상점이 3천 곳이 넘는다. 이 지역 상점 주인들은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요인으로 끊임없는 상품을 연구와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개선해 왔다는 점을 손꼽는다.

휴무일 지정과 같은 법안은 전통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수년 만에 드러나고 있다. 전통시장 점포 하나하나가 스스로 개발하고 자생력을 갖춰 나갈 수 있는, 실질적 지원 정책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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