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경제부총리 말씀

이정선 / 기사승인 : 2018-05-21 05: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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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시대 티베리우스 황제는 ‘깨지지 않는 유리컵’ 발명자를 사형에 처했다. 자신의 보석 가치가 떨어질까 봐 그랬던 것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지난주 서울 마곡 연구개발 단지에서 열린 ‘2018년 대한민국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공직자의 마음가짐을 이렇게 강조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의 역할을 항공모함에서 육중한 전투기를 이륙시키는 ‘캐터펄트’에 비유하기도 했다고 한다. “캐터펄트처럼 우리 경제를 이륙시키는 동력이 혁신성장”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김 부총리의 말이 피부에 와 닿을 수 없었다. ‘혁신성장’이라는 말 자체가 어려운데, ‘로마 황제’에 ‘캐터펄트’라는 ‘어려운 용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국민은 ‘깨지지 않는 유리컵’이라는 말도 생소했다.

김 부총리는 한국GM 지원과 관련해서도 ‘까다로운 표현’을 하고 있었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언론사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과거 경영 실패로 인한 ‘올드 머니’는 안 쓰겠다는 것이며, 새로운 경영 정상화를 위한… ‘뉴 머니’에 대해서는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올드 머니, 뉴 머니’는 ‘경제 전문가’인 김 부총리에게는 아주 익숙한 용어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경제 문외한’인 국민에게는 알 수 없는 용어였다.

김 부총리는 청년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서는 “회색코뿔소처럼 우리에게 큰 위기 요인”이라고 한 적도 있었다. “…회색코뿔소인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당장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 것이다.

김 부총리는 건강도 열심히 챙기는 모양이었다. 우리 경제를 ‘볼링게임’으로 비유하면서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킹핀’인 저성장을 쓰러뜨려 ‘2·3번 핀’인 청년실업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국민은 회색코뿔소가 무슨 의미인지 궁금했을 것이었다. 킹핀도 다르지 않았다.

더 있었다.

▲ 하얀 스케이트식 혁신을 통해 3% 성장과 1인당 국민소득 3만2000달러를 달성하겠다.

▲ 1896년 아테네 올림픽 육상 100m 결승에서 미국의 토마스 버크는 웅크려 출발하는 ‘캥거루 출발법(크라우치 스타트)’으로 금메달을 땄다.

▲ 우리나라는 ‘유니콘 기업’ 숫자가 2개에 불과하다.

▲ ‘줄탁동기’라는 말과 같이 안에서 쪼고 밖에서 같이 쪼아야 알이 깨지듯이, 그러한 관계로 정부·기업·대한상의가 같이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은 나라 경제가 지금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헷갈리고 있다. 정책 당국자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여러 지표로 봤을 때 경기가 침체 국면 초입”이라고 하자, 김 부총리는 “월별 통계만 가지고 경기를 판단해선 안 된다. 추세를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맞받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논쟁을 벌이면 국민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먹고사는 문제’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제 수장’인 김 부총리는 경제 상황을 쉽게 풀어줘야 좋을 수 있다. 그래야 국민이 정책을 믿고 따를 수 있다. 그런데, 김 부총리는 난해한 말을 하고 있다. 국민은 이해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과거, 영국 지도자 윈스턴 처칠(1874∼1965)은 뛰어난 연설가일 뿐 아니라 문장가이기도 했다. 중요한 연설을 할 때는 라틴어에서 차용된 말 따위를 빼고 순수한 ‘토종 영어’만 썼다. 그런 결과,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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