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구조조정 없으면 성동과 같아"…노사확약 무산시 법정관리

[토요경제=유승열 기자] 두 중견 조선소의 운명이 갈렸다. STX조선은 사업재편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 자구노력을 통해 생존의 기회를 얻은 반면, 성동조선해양은 법정관리로 들어가게 됐다.
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견 조선사 구조조정 처리방안을 발표했다.
성동조선은 채권단 주도의 자율협약 체제를 끝내고 법정관리로 들어가기로 했다.
성동조선에 대한 재무실사와 산업컨설팅 결과 회사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고 산업적 대안도 없어 채권단으로서는 추가 자금지원 등 경영정상화 지원을 지속할 경제적 타당성과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앞으로 다양한 경쟁력 강화방안이 고려되더라도 현 상태로는 독자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부족자금을 추가 지원할 경우 회수 가능성이 없어 부실규모가 확대되고, 결국 국민경제 부담만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2분기 중 자금부족 발생과 부도가 우려되는 등 현재 상태로는 경영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워 법원에 의한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회생 가능성이 있으면 P플랜(프리패키지드플랜)을 고려했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어서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봤다"며 "신규자금 지원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성동조선이 법원에 의한 회생절차를 신청할 경우 법원과의 소통을 통해 회생계획 마련 및 이행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할 방침이다.
또 금융당국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서 필요할 경우 금융 및 영업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성동조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파생상품거래 손실, 선박계약 취소와 수주 부진 등에 따른 유동성 부족으로 2010년 4월 채권단 자율협약을 개시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신규자금 2조7000억 원, 신규수주 지원을 위한 RG 5조4000억 원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출자전환 1조5000억 원 등을 지원해줬다. 여기에 2015년 8월 삼성중공업과의 경영협력협약을 체결하고 2016년 1월부터 기술·생산·영업·구매 등 사업부문별 상생협력을 추진했다. 또 자산매각, 인력감축 등 3248억 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수립해 원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그럼에도 2015년 이후 수주 부진이 지속되자, 채권단은 회사의 경영정상화 가능성을 재점검하기로 결정하고 작년 8월부터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재무실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인력을 40% 감축하고 연명을 위한 금융지원을 지속하더라도 독자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컨설팅을 진행했지만 주력선종인 중대형 탱커 수주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원가·수주·기술 등 전반적인 경쟁력이 취약해 현재 상태로는 이익실현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됐다.
이에 블록·개조사업 진출 등 사업개편과 원가절감, 자산 매각을 통한 간접비 절감 등 다양한 추가 경쟁력 강화 대안을 검토했으나, 장기간(5년) 순손실이 지속되고 대규모 유동성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독자생존은 불투명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STX조선은 산업은행 관리로 고정비 감축, 자산 매각, 유동성 부담 자체 해소 등 고강도 자구계획과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선 등 고부가가치 가스선 수주로 사업재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국민경제 부담 최소화 측면에서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 없이 자력생존하기로 했다.
또 이에 대한 노사 확약이 없는 경우에는 원칙대로 법정관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STX조선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한 컨설팅을 실시한 결과 중형 탱커선(50~70K 석유화학제품운반선)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여왔지만, 경쟁 심화와 기술 격차 축소, 원가 경쟁력 상실 등으로 수주 회복, 선가 상승 등에 현재의 경쟁 구도와 원가 구조로는 정상화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법정관리에서의 대규모 출자전환(5조 원), 이자비용 면제 및 상환유예의 조치로 재무 건전성이 개선돼 유동성 외에 추가적인 재무 관리 요소가 없으며 채권단의 신규 자금 지원 없이 자체 자금 등으로 일정 기간 독자 경영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기준 STX조선의 가용 자금은 1475억 원이었다.
여기에 주력 선종인 중형 탱커 및 건조 경험을 보유한 소형 LNG 등의 시황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건조 물량 확보 가능성이 있다고 채권단은 판단했다. STX조선은 2016년 5월 한 차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지난해 7월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성동에 이어 STX까지 일시 정리시에는 협력업체의 경영위기 가중 등 조선산업 전반의 생태계 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며 "기회요인 및 중형 조선사로서의 생존가치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 다음달 9일까지 컨설팅 수준 이상의 자구계획과 사업재편 방안에 대한 노사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원칙대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방침이다.
컨설팅 결과에는 인력을 40% 줄여서 원가절감을 해야 한다고 나왔으나 산업은행은 그 이상의 구조조정을 원하고 있다.
노사확약서를 징구할 경우 정상영업을 위한 필수 전제인 RG 발급은 수주가이드라인에 따라 선별적으로 취급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노사 확약이 없다는 것은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는 성동조선과 큰 차이가 없다"며 "그래서 확약을 전제로 기회를 주고 RG를 발급해주고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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