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면 쓰고 길거리 나올 줄은 그들도 몰랐다

김자혜 / 기사승인 : 2018-09-17 16: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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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김자혜 기자] 필자는 어린시절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다.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워쇼스키 형제 감독의 영화가 새로 나올때마다 신선한 충격을 받곤 했는데 영화 '브이포벤데타'는 망한 비디오가게에서 사들일 정도로 애정을 갖고 있었다.


영화는 제 3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서틀러라는 인물이 통제하는 영국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V는 '폭력과 압제'에 맞서 싸우며 세상을 구할 혁명을 계획하고, 가면을 쓴 채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숨죽이고 있던 시민들을 혁명으로 이끌어 낸다.


지난주 필자가 다녀온 CU점포개설피해자모임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이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영화 주인공 V를 만날 수 있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몇몇 편의점주들이 영화 브이포벤데타의 주인공 ‘V’얼굴을 본 뜬 가면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얼굴이 알려져 혹여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에 가면을 쓰고 자리했다.


이날 가면을 쓴 한 가맹점주는 “나이 많은 사람을 써주는 곳이 없어 편의점을 시작한지 10개월 차, 큰 돈을 벌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일한 만큼만 벌고 싶었는데 최저인건비는커녕 빚을 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면을 쓴 또 다른 점주의 상황도 앞서 설명한 가맹점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작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편의점 사업을 시작했는데 매달 적자에 현재 남은 것은 4년 계약기간과 1000만 원의 빚”이라고 호소했다.


이같은 상황에 일부 국회의원들도 편의점가맹점주의 불합리한 처우에 대해 관심을 드러낸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지난 16일 본인의 SNS에 “편의점을 비롯한 가맹점주, 가족들 노동자들에게 추석을 돌려줍시다. 본사의 영업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는 가맹 점주와 노동자분들은 연휴를 제대로 쉴 수도 없으실 것 같아 걱정이다. 특히 대부분 24시간 영업을 하는 편의점은 더 큰 고충이다”라고 남겼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 받아 자료를 분석한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편의점주의 월 평균 매출액이 3830만원이다. 이 가운데 70%는 가맹본사에 상품매입원가로 들어간다. 남은 약 1149만원은 다시 가맹본사와 가맹점이 일정비율로 수익 배분하는데 문제는 월매출 이익금에서 지출하는 가맹수수료는 최소 15%에서 최대 70%까지다.


가맹수수료를 최대로 잡고 1149만원에서 70%를 제하면 약 344만 원 정도가 된다. 수수료가 70%와 같이 최대 수준이 된다면 임차료까지 부담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15%처럼 최소 가맹수수료 일 경우에는 임차료까지 가맹점주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편의점이 가맹본부와 계약 당시 ‘연중무휴 24시간 영업 특약’을 들었을 경우 우원식 의원이 언급했던바와 같이 ‘추석에도 쉴 수 없는’ 가맹 점주들이 전국 4만 여개의 편의점 가운데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344만원이면 크게 어렵지 않겠느냐고 볼 수 있지만 월평균 매출액은 어디까지나 ‘평균’을 낸 통계로 전국에서 매출이 가장 많은 곳과 가장 낮은 곳이 모두 포함된다.


앞서 가면을 쓰고 호소했던 CU편의점 가맹점주처럼 매출이 저조한 가맹점에서는 가맹본사의 상품매입원가와 수수료, 24시간 영업특약 모두 마주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현실이 될 수 있다.


편의점 가맹 점주들은 계약 당시, 본인들이 가면을 쓰고 길로 뛰쳐나와 편의점에서 이름을 내건 현수막을 찢는 장면을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적어도 그들의 월수입이 가맹본부에서 제시한 금액과 예상 수준과 비슷했거나 웃도는 수준이었다면 말이다.


이 가면은 지난 아시아나 항공 직원들이 박삼구 회장의 퇴진운동을 벌일 때도 본적이 있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 현장 어디에선가 만날지도 모른다. 얼굴을 드러냈을 때, 불이익을 당할 만한 약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상황은 언제든 다시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브이포벤데타의 여주인공 '이비'는 가면을 쓴 주인공 V에 대해 이렇게 회고하는데 영화 밖에서 가면을 쓴 이들도 이비의 대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인다.


"그는 나의 아버지였고, 또 어머니였고, 나의 동생이었고, 당신이었고, 그리고 나였어요. 우리 모두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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