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급진적 행보 '샤워실의 바보'가 될 수도 있다

김자혜 / 기사승인 : 2018-07-30 15:56:51
  • -
  • +
  • 인쇄

[토요경제=김자혜 기자] 한 사람이 샤워를 하기 위해 수도꼭지를 열었다. 얼음과 같은 찬물이 쏟아져 깜짝 놀란 그는 수도꼭지의 온도를 확 높였다. 그런데 급하게 온도를 올려 견디기 힘든 뜨거운 물이 쏟아졌다. 바로 조금 전 상황을 잊고 다시 찬물 쪽으로 수도꼭지를 확 돌려버리고 뜨거운 물과 찬물을 오가는 상황은 반복된다. 결국 이 사람은 샤워 할 만큼의 물 온도를 찾지 못하고 계속 수도꼭지만 돌리고 있다.


전 시카고 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이 밝힌 ‘샤워실의 바보’ 이야기다. 여기에서 프리드먼은 샤워실에서 수도꼭지만 극단적으로 돌리고 있는 사람을 정부로, 수도꼭지는 정책, 물의 온도는 경기의 등락을 지칭했다.


프리드먼은 정부가 시장 경기변동의 고점과 저점을 판단하기 어렵고 판단을 하더라도 경제 정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지나친 시간이 소요된다고 생각했다. 또 정책이 세워지고 집행이 되어도 실질적 효과는 다시 시간차를 두고 나타나 정부의 정책이 기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역효과만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 5월 취임할 당시, 금융업계는 윤 원장이 가진 금융이해도와 개혁적 성향에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지난 2개월 윤 원장의 행보는 업계의 우려 쪽에 무게가 더 실리는 모양새다.


윤 금감원장은 취임 이후 은행들의 대출금리 산정오류를 적발했다. 또한 은행 채용모범규준 금융투자사·보험사 확대, 금융권 노동이사제, 증권·보험 상품 불완전판매 점검, 대출금리체계 개선방안 등을 쏟아냈다. 이달에는 약 8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구제’ 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이같은 강경한 규제에 소비자 보호가 강화되는 사례가 나온다. 상반기 은행업계는 일부 은행이 대출이자 산정오류로 부당하게 거둬들인 금액을 환급하게 되었고 일괄구제 대상이 된 즉시연금 미지급금 또한 삼성생명에서 최저보증이율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의 행보에 비판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달 2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윤 감독원장의 행보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의 법적근거를 묻고 윤원장이 “특별히 법적근거는 없다”고 말하자 “이게 경영간섭이 아니고 무엇이냐, 법적근거도 없이 추진하는게 월권 아니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지난 9일 발표한 금융감독혁신 과제에 대해 금융위원회와 입장 차이를 보인 것이다. 금융혁신 과제에서는 금융위원회가 난색을 표했던 노동이사제를 근로자 추천 이사제 형태로 다시 꺼냈다. 또 금융위가 “전면 재조사가 어렵다”고 밝힌 키코(KIKO)문제도 재검토 대상에 올린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의 지휘와 통제를 받고 있어 이러한 정책차이는 금융위 영역을 침범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윤 금감원장은 “입장차이를 줄이겠다”고 밝혔으나 온도차 문제는 이전에도 주목된바 있다.


샤워실의 바보를 통해 정부의 정책 개입 위험성을 경고한 프리드먼은 “어떤 정책에 대한 판단은 그것이 가져온 결과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정의로운 정책인지 악의가 깔린 정책일지 생각하는건 제일 큰 실수”라고 말했다.


윤 금감원장이 소비자 보호를 내세워 추진하는 정책들이 어떤 정책이 될지는 앞으로 일어날 결과에 따라 판단될 것이다. 금감원이 급진적으로 추진한 과제들이 다시 급하게 반대방향으로 선회하는 ‘샤워실의 바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