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뜸한 시간에는 아예 문 닫아요"

이경화 / 기사승인 : 2018-03-21 14: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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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주 52시간 근무제로 단축영업…“되레 월급 줄어” 근로자들 타격
▲ 점포와 음식점 등에서 영업시간 단축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사진=연합>

[토요경제=이경화 기자] 직장인 김 모(서울 종로구 계동)씨는 공무원 준비를 하는 친구와 함께 최근 치맥(치킨+맥주)을 하려고 가벼운 차림으로 나갔다가 종로 주변의 치킨가게를 여러 군데 돌아다녀야 했다.

김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새벽까지 문을 열던 곳이었는데 밤 10시쯤 되니 파장 분위기가 돼 있었다”며 “찾아간 가게만 대여섯 군데로, 그나마 간신히 찾은 곳에서도 간단히 먹고 나왔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영업시간을 줄이는 점포가 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주52시간 근무의 영향이다.

근로 시간 단축 여파로 일찍 퇴근해 집에 들어가는 근로자가 늘었다. 저녁이나 밤 시간대 손님이 줄어들자 업체들도 굳이 비싼 인건비를 들여 영업을 계속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영업시간 단축은 우선 문을 닫는 시간을 앞당기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홈플러스는 오는 4월부터 경기도 안산고잔·전남 순천풍덕점 등 일부 점포의 폐점시간을 밤 12시에서 밤 11시로 1시간 앞당긴다.

앞서 이마트는 올해부터 전 지점의 폐점시간을 1시간 앞당겨 밤 11시에 문을 닫고 있다.

파리바게뜨의 경우 이달부터 밤 11시였던 의무 폐점시간을 10시로 조정해 가맹점주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24시간 운영을 중단하는 외식 프랜차이즈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맥도날드는 “전국 매장 440여 곳 중 24시간 매장은 현재 300여 곳”이라며 “매장 운영 시간은 지역 사정 또는 상권 특성 등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버거킹은 서울 종로구청점 등 4개 매장에서, 롯데리아는 경기도 남양주 호평·평택 안중점 등에서 24시간 영업을 각각 중단했다.

투썸플레이스도 24시간 영업하던 서울대입구역점의 영업시간을 오전 7시부터 오전 2시까지로 단축했으며, 카페베네 역시 24시 매장을 줄이고 있다.

편의점이라고 다르지 않다.

신세계 계열 편의점 이마트24는 홈페이지를 통해 ‘24시간 영업을 해야 하는 타사 편의점들과 달리 영업시간을 자율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신규 가맹점 모집 홍보 문구로 내걸었다.

계상혁 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기존 24시간 영업점 중에서도 본사에 야간 미영업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심야에는 손님이 거의 없기 때문에 문을 닫는 게 이익이라고 말하는 점주도 많다”고 말했다.

점심과 저녁시간 중간에 문을 닫거나 아예 하나를 포기하는 음식점도 늘고 있다.

돈가스와 덮밥 등을 파는 한 일식집 주인 박 모(서울 종로구)씨는 “오후 3시부터 5시30분까지 브레이크 타임을 도입했다”며 “휴식 시간이라기보다 인건비 부담으로 문을 닫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외식업종의 운영시간 단축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장은 “점심, 저녁 모두 영업하던 고깃집 등 일반음식점이 저녁 장사만 하려고 영업 시작 시간을 늦추거나 손님이 뜸한 시간대를 브레이크 타임으로 정하는 식으로 인건비 절감에 나서고 있다”며 “소규모 음식점은 법정 최저임금을 시급으로 주는 곳이 대다수인 탓에 16.4%나 오른 시간당 임금이 업체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생계형 투잡에 내몰리는 시급제 근로자도 속출하고 있다.

고깃집에서 시급제로 일하는 이 모(서울 성동구)씨는 “가게가 이제 낮 장사를 안 해서 일할 수 있는 곳을 한 군데 더 알아보고 있는데 다른 음식점들도 사정은 매 한가지여서 쉽지 않다”면서 “최저임금 상승에도 오히려 버는 게 적어지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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