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은행 채용비리 CEO 면죄부에 우는 취준생

김사선 / 기사승인 : 2018-06-18 13: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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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김사선 기자]검찰이 우리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해 임직원 수십명을 기소했지만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검찰 수사는 실제 업무를 수행한 실무자들만을 향했을 뿐 최종 책임자인 CEO들에게는 눈을 감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17일 KEB하나·우리·부산·대구·광주은행 등 전국 6개 은행의 채용비리 수사를 마무리하고 38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은행 채용 비리에 대해 5개월이 넘게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구속수사는 12명에 불과했다. 조직적으로 이뤄졌고 최고경영자들이 연루된 범죄였다는 의혹이 컸지만 실무자인 인사부장이나 인사팀장, 채용팀장들이 주로 구속됐다.


금융노조가 채용비리 몸통으로 지목한 윤종규 KB지주 회장과 김정태 KEB하나금융 회장은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함영주 현 KEB 하나은행장,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영장이 기각됐다.


특히 검찰수사 결과에 대해 가장 관심이 집중됐던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김정태 KEB하나금융 회장은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누나의 손녀를 채용하기 위해 면접에서 점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에도 무혐의 처리됐다.


채용비리 의혹으로 금감원장까지 물러나는 등 금융당국과 대립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무혐의 처리됐다. 김 회장은 지난 2013년 하나은행 채용 과정에서 추천에 의한 특혜채용 의혹 중 추천자 '김○○(회)'로 기재된 추천자로 의혹을 받아 왔다.


물론 금융권은 검찰이 최고 경영자들의 채용비리 관련됐다는 혐의를 밝히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은행권 인사 담당자들이 입을 모아 CEO의 혐의를 부인했기 때문이다.


인사 담당자들이 윗선의 특혜 채용 지시 정황을 찾지 못할 경우 결국 무혐의로 흐지부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검찰 수사 결과 발표로 사실로 드러나면서 취준생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커졌다.


공공기관인 금융회사들이 채용비리를 통해서 사회질서를 무너뜨리고 기강을 해이하는데 앞장을 서고 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검찰은 KB국민은행 본점은 물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집무실, KEB하나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대구은행 등을 본격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등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채용비리 의혹이 낱낱이 파헤쳐 질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갑질 근절 등 불공정 적폐청산과 양극화 해소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금융권에 오랜 시간 뿌리 내린 채용비리 역시 이번 기회에 발본색원 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채용비리 수사에 대한 뚜껑이 열리자 ‘역시나’라는 실망감만 커지고 있다.


최악의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실력보다는 부모나 유력인사의 힘이 취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앞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너무 가혹한 현실이 아닐까. 검찰은 용두사미로 끝난 수사 결과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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