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즉시연금 일괄구제 '의도는 좋았지만...'

김자혜 / 기사승인 : 2018-08-20 16: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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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김자혜 기자] 지난주 필자와 통화한 한 소비자단체 A 대표는 “소비자가 소송을 하게 되면 1차로 이기든, 지든 4년 이상의 기간이 걸립니다. 개인이 금융회사보다 자금(소송비용)이 쪼들리기 쉽고 연금지급 같은 시급한 사안을 4년이나 걸려서 받아야 하는 것은 소비자에게는 고통이에요. 어떤 경우도 유리하지는 않은 겁니다” 라고 말했다.


삼성생명과 민원인이 시작한 소송이 민원인에게 얼마나 불리한지를 설명한 것이다. 그는 소비자의 권익을 찾아주겠다는 금융감독원의 취지는 좋지만, 금융소비자에게 실질적 도움은 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즉시연금을 지급하라고 보험사에 권고하기 전, 해당 업계 전문가와 문제되는 부분을 충분히 논의하고 합리적인 판단 체계를 준비했다면 소비자가 직접 대형보험사와 소송에 등 떠밀려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린 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즉시연금 지급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삼성생명이나 한화생명에 검사를 진행 할 수도 있고 “할 일은 하겠다”,“욕을 먹더라도 종합검사가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윤 원장은 소비자 권익을 되찾아주기 위해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떻게든 해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얼핏 보기엔 그가 소비자를 돕기 위해 좋은 취지를 갖고 있고 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애쓰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의도만큼 도움이 되는지 그 정확도는 의문이 든다.


소비자단체 A 대표는 “사전에 분쟁조정제도를 구축해두고, 분쟁조정이 도저히 여지가 없을 때 소송을 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분쟁조정제도가 미비하면 소송으로 쉽게 넘어간다. 약관을 만들 때부터 법적문제를 충분히 고려하고 대비한 대형보험사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어떻게 당해낼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지급권고 거절을 앞두고 ‘꽤 많은’ 로펌에 자문을 구하고 법적인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결정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전문가와 사전 확인을 거친 후 신중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처럼 금융사는 전략적으로 중요 사안을 연구하고 검토한다. 지급액 규모가 적지 않아 쉽게 돈을 내어줄 수 없다는 명확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금융당국이 신중한 고려 없이 밀어붙이기 식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본인의 이익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으니 소비자 피해니까 주먹구구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A 대표는 “금감원의 소비자보호 관련 담당자들 가운데 경제연구원 거시경제 담당자도 있다.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본질적 문제는 없다고 하고 탁상공론이 되기 쉽다”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보호단체 대표의 말처럼 실질적 문제인식도 하지않고 '좋은 취지를 위한 밀어붙이기'를 목적으로 한다면, 전반적 시스템에 대한 정비가 없다면 문제는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이와 관련된 명언이 있다.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쇼는 “역사는 되풀이되는데 이를 항상 예측하지 못한다면 인간은 얼마나 경험에서 배울 줄 모르는 존재인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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