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유출 피해자 절반 이상 카드와 무관해
상담창구·전화 북새통…고객불안 ‘최고조’
[토요경제=김수정 기자] 사상 초유의 고객정보 유출 파문으로 금융권과 정보유출 피해자 모두에게 칼바람이 불고 있다. 카드사 보안시스템 직원이 지난해부터 정보를 빼내 팔아넘기면서 고객정보 유출이 시작됐다. 이 사실은 지난 8일 검찰에 적발됐으며, 정보 유출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며 피해 정보를 확인하려는 고객들로 인해 은행과 카드사 창구는 여전히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정보가 유출된 피해자 뿐만 아니라 금융업체 전체까지 한 바탕 소동을 치르고 있는 야상이다. 24일 현재 검찰은 추가로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시중에 유통되지 않은 것으로 잠정 결론 냈지만, 기미가 보이면 즉시 수사력을 집중해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이라는 방침을 세웠다.
◇ 피해자 60% 카드와 상관없는 고객
1억건이 넘는 고객정보가 유출된 주요인은 카드사들의 허술한 보안의식 때문이었다. 카드사에 보안시스템을 구축해주는 개인신용평가회사 KCB 직원인 박모씨가 지난해 2월부터 고객정보를 빼내 팔아넘기기 시작하면서 고객정보가 줄줄이 유출되기 시작했다. 이후 거의 1년 동안 1억 건의 개인정보를 빼냈지만 검찰에 적발되기 전까지는 카드사조차 알지 못했다.
지난 8일 심재오 KB국민카드 대표이사는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 3사의 고객정보가 무단으로 유출된 사실을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인지했다”면서 “박씨는 간단하게 USB로 NH 농협과 KB 국민, 롯데카드에서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빼냈다. 유출된 정보는 광고대행업자와 대출모집인들에게 팔렸고, 이 과정에서 가상 데이터로 작업하거나 고객정보를 암호화해야 된다는 보안 규정도 무시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신용카드 고객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피해자 10명 가운데 6명은 이미 카드 회원을 탈퇴했거나 카드를 갖고 있지 않은 은행고객, 카드를 신청했다가 발급심사에서 탈락하는 등 신용카드를 갖고 있지 않은 고객들인 것으로 드러나 큰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20일 금융당국과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 등에 따르면, 이번 고객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피해자는 총 8245만여명(사망자, 법인 등 제외) 중 실제 카드회원(체크카드 포함)은 3465만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4780만명은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고객들이었다.
정보유출 피해자가 가장 많은 국민카드의 경우 피해자 4320만명 가운데 카드 회원은 25%에도 못미치는 950만여명 뿐이다. 1150만명은 국민은행 고객이었고, 나머지 2220만명 가량은 이미 탈퇴한 회원이었다.
농협카드는 피해자 2165만 명 중 1545만명만 신용카드 혹은 체크카드 회원이며, 탈퇴했거나 심사에서 탈락한 사람이 620만명에 달했다. 농협의 경우 체크카드 회원이 815만 여명으로 신용카드 회원 730만여명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카드 역시 1760만여명의 정보유출 피해자 중 현재 카드회원인 사람은 970만명 뿐이었다. 590만명은 이미 탈퇴한 회원이며, 탈퇴신청은 없었지만 카드 유효기간이 이미 만료된 회원도 200만명에 달했다.
이처럼 피해자의 60%는 카드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 정보가 유출된 셈이다.
◇ 이름·주소·전화번호 등 유출항목 19개 달해
신용카드사 고객개인정보 유출로 이들과 연계된 시중은행들의 계좌정보도 함께 새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피해는 금융당국 수장들도 피해 갈 수 없었다.
지난 19일 금융권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1억건이 넘는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자는 15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에는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포함됐으며, 해당 카드사와 연계된 은행 결제계좌를 가진 고객 대다수의 개인금융정보가 노출된 상태다.
이번에 빠져나간 개인 정보는 성명, 휴대전화 번호, 직장 전화 번호, 자택 전화 번호, 주민번호, 직장 주소, 자택주소, 직장정보, 주거상황, 이용실적 금액, 결제계좌, 결제일, 신용한도금액, 결혼 여부, 자가용 보유 유무, 신용등급 등 19개에 항목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KB국민카드 결제은행인 국민은행, 농협카드 결제은행인 농협은행, 롯데카드와 연계된 모든 결제은행까지 고객 정보가 유출되는 등 은행권 정보가 추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번에 정보가 유출된 카드에는 사용 중인 신용카드와 직불카드는 물론 휴면카드와 이미 해지된 카드, 현금인출카드까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보 유출 은행과 카드사 창구는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일부 고객들의 KB국민·NH농협·롯데카드 등 각 금융회사 지점으로 피해 여부를 확인하려는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 19일 오후 기준 KB국민카드에서 확인한 고객 정보 유출 건수는 4320만건, NH농협은 2165만건, 롯데카드는 2689만건이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의 경우 재발급 신청 건수 1195건, 해지 신청 5094건이 집계됐다. NH농협의 경우 재발급 신청 1508건,해지 신청 471건으로 나타났다. 롯데카드의 경우 3000여건의 재발급 신청이 들어온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해지 신청은 집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 상담·재발급 부실대응에 피해자 불안 가중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내수동 KB국민카드 본사 2층 영업부를 찾은 최모(51)씨는 “인터넷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을 확인하고 왔다. 시간도 뺏기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불안하다”며 “개인정보에 관련된 동의서 작성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카드사 제휴 혜택을 받지 않아도 괜찮다”고 호소했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고객들의 전화 문의와 상담 폭주로 금융사들의 ARS콜센터가 마비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로 인해 고객들이 지점을 직접 방문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종로구에서 자영업하는 김모(44)씨는 “콜센터가 마비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지점을 찾게 됐다”면서 “카드 재발급이 바로 되는 줄 알았는데 일주일 정도 걸릴지 모른다고 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카드 재발급 업무 관련 방문자 등을 확인한 후 번호표와 관계없이 업무를 진행했지만 점심시간 때 몰려드는 손님을 한꺼번에 처리하기는 역부족이었다.
농협 관계자는 “어제까지 상담만 1500건이 이뤄졌다. 오늘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상담인원을 250명에서 400명으로 늘렸다. 또 발급센터에 있는 카드 발급 기계를 24시간 풀가동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용산구에 거주하는 사업가 이모(58)씨는 “이런 사태가 벌어졌으면 창구를 늘리고 대기표도 발급해야 하는데 조치가 미흡한 것 같다”고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또한 지난 20일 국민카드·롯데카드·NH카드 등 카드사의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 사태로 피해자들의 전화가 몰리면서 ‘1588’ 번호 일부가 ‘먹통’이 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날 9시부터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여부 확인을 위해 통화연결 요청이 평소 8배 이상인 56만 건이 발생해 폭주하면서 ‘1588’로 시작되는 콜센터 일부가 마비 됐다.
이에 1588을 대표번호로 갖고 있는 프랜차이즈 업체나 유통 기업 등 일부 기업들 역시 피해를 본 상황이다.
◇ 검찰, 개인정보 유통 차단 위해 수사력 확대
현재 검찰은 국민, 롯데, 농협 등 카드 3사의 고객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건과 관련해 추가로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시중에 유통되지 않은 것으로 잠정 결론 냈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필요할 경우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대검찰청 형사부(부장 조은석 검사장)는 지난 21일 이 같은 방침을 골자로 하는 ‘금융기관 개인정보유출 대검찰청 특별조치’를 발표했다.
검찰은 “최근 금융기관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2차 피해에 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검찰에서 수사한 바에 의하면 아직까지 개인정보가 추가적으로 유출되거나 유통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금이라도 (개인정보) 유통 기미가 보이면 즉시 수사력을 집중해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이라며 “추가로 유출된 건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일선에서 모든 역량을 집중해 사전에 기미가 보이면 즉시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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