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재벌, 권력기관 전관인사 모셔라

박진호 / 기사승인 : 2014-03-09 12: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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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시즌 앞두고 '정경유착' 고리만들기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를 외치며 민심잡기에 나선지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정경유착의 고리는 그 어느 때보다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계의 기득권을 쥐고 있는 10대 재벌들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권력기관 출신의 사외이사 출신을 대대적으로 영입하며 정권과의 든든한 동아줄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주주의 전횡을 감시하고 기업의 올바른 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가 정경유착의 핵심 고리로 악용되며, 정계 출신의 고위인사들이 전관예우를 앞세워 후배들에게 기업에 대한 엄정한 정부의 기준을 흐리게 하는 정경유착의 상징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재벌닷컴은 9일, 10대 재벌이 이번에 선임하는 사외이사 10명 중 4명이 전직 청와대 수석이나 장·차관,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권력기관 출신이라고 밝혔다.
총수가 있는 10대 재벌그룹 상장사 93개사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선임 또는 신규 선임하는 사외이사는 일부 중복 사례를 포함해 모두 126명에 이른다. 이들을 직업별로 확인해보면 교수가 전체의 38.1%인 48명으로 가장 많았고, 기업인 22명, 공무원 11명과 장·차관 6명, 판·검사 11명과 변호사 5명, 국세청 9명, 금융감독원 3명, 공정위 3명이었다.
그러나 출신을 분석해보면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의 고위 관료나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사법당국 등 고위 권력 출신 인사는 46명으로 전체의 36.5%에 달했다. 재선임을 제외한 신규선임 사외이사들만 따질 경우에는 전체(69명)의 40.6%로 권력 출신의 비중은 더욱 높아진다. 일본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던 고질적 병폐인 아마쿠다리(天下り)와 다를 게 없는 모습이다.
삼성생명과 SK가스는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며 LG와 LG상사는 윤대희 전 대통령 경제정책수석비서관과 김정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을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이재훈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을, 롯데케미칼은 정동기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을 사외이사로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SK가스는 신현수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며, SK네트웍스는 허용석 전 관세청장, 한화는 황의돈 전 육군 참모총장을 선택하는 등 재벌들의 권력 출신 사외이사 사랑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국세청 출신 인사들도 인기가 높다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롯데쇼핑의 사외이사로 신규선임되는 것을 비롯해 이승재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임성균 전 광주지방국세청장, 김용재 전 중부지방국세청 납세자 보호담당관 등은 SK솔믹스, HMC투자증권, 롯데칠성음료의 사외이사로 위촉을 받았다.
금융업계에서는 자신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기관인 금융감독원 전임자 모시기에 나섰다. 롯데손해보험과 삼성카드는 각각 강영구 전 금감원 부원장보와 양성용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현대중공업은 이장영 전 한국금융연수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했다.
이른바 ‘모피아’로 불리는 과거 재무부 출신의 관료 출신인 이상용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신동규 전 한국수출입은행장, 권태균 전 조달청장 등도 한화손해보험, GS리테일, 삼성전기 등의 신규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기업 전문가들은 재계가 매년 주총시즌이 되면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의 적극적인 영입에 나서온 것이 통상적인 관례이기는 했지만 이들로 사외이사와 감사, 감사위원진을 채우는 행태가 올해는 특히나 더욱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검찰의 수사와 국세청의 세무조사 등이 수시로 이어지고 있으며, 정부의 입장 여부와 상관없이 사회 전반에 걸쳐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지속적인 만큼 관련법 강화와 관련하여 바람막이가 필요하다는 재벌들의 생각이 이러한 추세를 만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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