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해임 … 野 주장에 與 술렁

박진호 / 기사승인 : 2014-03-12 13: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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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지도부 '수사가 먼저' 선언 … 당내 이견 만만치 않아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하여 민주당이 공세를 강화하며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의 해임과 특별검사제 도입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사초 실종 사건’으로 불린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건과 관련해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해 강력한 불만을 나타냈던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남 원장에 대해 확실한 결정을 내리겠다는 태세다.
민주당의 김한길 대표는 지난 12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나라를 지켜야 할 국정원이 ‘박근혜 대통령식 어휘’로 말한다면 나라의 암 덩어리가 되어가고 있고, 쳐부숴야 할 구악이 되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규제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며 기존의 규제에 대해 ‘원수’, 혹은 ‘암 덩어리’에 비유하고, “우리가 쳐부술 원수라고 생각하고,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 한 것에서 따온 것이다.
김 대표는 “고삐 풀린 국정원을 방치해두면 나라의 혈세로 나라의 암 덩어리를 키워서 나라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국정원의 간첩증거조작 사건은 3등 국가에서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김 대표가 이러한 발언과 함께 국정원 개혁을 위해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으로 국기문란 사태의 수습을 강조하고 나서자, 같은 당의 신경민 최고위원은 현재 진행되는 국정원과 일련의 사태에 대해 “위조가 아니라는 증거, 간첩이 아니라는 증거, 마녀가 아니라는 증거를 내지 못하면 문서는 위조가 아니고, 간첩은 간첩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라며, “위조와 조작이라는 것을 삼척동자도 다 아는데 법적으로 증명할 수 없을 테니 해보라고 버티고 있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국정원이 찍으면 우리는 간첩이 될 수도 있고 마녀도 될 수 있다”며 우리 사회가 중세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전병헌 원내대표는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나섰다. 특히 전 원내대표는 남 원장에 대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과 증거만으로도 해임사유는 넘치고도 넘친다”고 강조하며, 지난 달 6일 경질된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비교할 때 남 원장의 해심 사유 책임이 100배는 더 무겁다고 성토했다. 윤 전 해수부 장관은 취임 후 경질되기까지 여론으로부터 수차례의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전 원내대표는 “이번에도 물타기와 꼬리자르기로 도망가고 국정원을 감싼다면 결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청와대는 남 원장을 즉시 해임하고 특검을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민주당의 장병완 정책위의장과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 김현 의원 등도 남 원장의 해임은 국정원 개혁과 이번 ‘국정원 문서조작 사태’의 출발점이며, 수사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민병두 의원은 남 원장의 해임은 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단언하며, 여권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 의원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결국 남 원장의 해임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보며, 오히려 이를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경질 등과 함께 선거 국면에서 반전 카드로 사용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번 민주당의 남 원장 해임론에는 모든 야권이 한 목소리로 힘을 모으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과 한 배를 탄 안철수 의원 역시 이미 남 원장의 해임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안 의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워낙 엄중한 사건’이라고 말하며, “현재 국정원을 책임지고 있는 남재준 원장은 해임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증거 위조 논란과 관련해 “검찰 역시도 증거 조작의 당사자”라며 특검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안 의원은 이번 사건은 물론 지난 댓글 사건 및 국정원의 정치 개입 사건 등 모든 사안들을 포괄하여 “현 정부와 현 국정원장이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진실을 규명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11일, 당 의원 총회 자리에서 “연이은 국기문란 사건의 주범인 국정원에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수호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며, “정치개입과 증거조작으로 2번이나 압수수색을 당한 국정원의 책임을 규명해야 하는 것은 물론, 남 원장에 대해 즉시 해임조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진보당은 아예 서울중앙지검을 찾아 남재준 원장과 국정원 이모 영사, 국정원 협력자 김모씨, 국정원 협력 담당 검사들을 국가보안법 상 무고·날조죄로 고발조치했다.
일단 야권의 반응에 새누리당은 검찰 수사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당연히 남 원장의 해임은 물론 특검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는 박 대통령이 엄정수사 사후 조치를 강조한 만큼 사전 문책론 보다는 수사 결과를 기다린 후 책임 소재에 따라 책임을 논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인제 의원은 “세계 각국 정상의 사적인 대화까지 도청한 미국 정보 기관의 책임자가 교체되는 경우를 보았느냐”며 국정원이 정쟁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진태 의원 역시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우선은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특히 이들은 ‘증거 조작’ 자체에 집중 할 것이 아니라, 본질은 ‘간첩 사건’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하며, 야권의 주장은 공연한 정쟁을 만드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하여 이례적으로 언급을 한 부분 역시 이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야권의 공세를 미리 차단하고, 검찰의 수사를 진행시키고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의중을 전하기 위함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견의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친이계 인사들을 주축으로 한 남 원장에 대한 반응은 야당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 새누리당의 중진인 이재오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상응하는 처사는 남 원장의 사퇴”라며 남 원장 스스로 결단을 내릴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이 의원은 남 원장에 대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심대하게 훼손한 장본인”이라고 비판하며, “정치 갈등, 여야 갈등의 핵심이 모두 국정원 때문에 생겼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한 방송에 출연해 “이번 사건은 국정원장이 대충 송구하다고 말한다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국정원이 스스로 판단해서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새누리당 지도부 중 처음으로 남 원장의 해임을 공식적으로 거론했다. 심 최고위원은 ‘간첩 사건’이 더 큰 본질이라는 당 내 중진들의 주요 주장에도 불구하고, “증거조작 의혹은 매우 우려스러운 문제이고, 무엇보다 국정원이 보여준 일탈과 무능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증거 조작을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묵인‧은폐”라고 강조한 심 최고 위원은 “국정원의 존재 이유라고 해야 할 대공수사와 정보역량에 조작된 증거나 갖고 있을 정도라니 큰 충격”이라고 전하며, 전폭적인 국정원의 쇄신을 위해 남 원장의 책임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야권이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내에서도 남 원장의 책임 없이는 이번 문제와 국정원 개혁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없다는 기류가 형성되며, 향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주류의 정치적 선택이 복잡한 방향으로 흐르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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